논평_
‘전 시사저널 기자들의 징계무효 확인 소송 법원 판결’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8.2.1)
전 시사저널 기자 징계무효 확인소송 승소를 환영한다
.................................................................................................................................................
시사저널이 경영진의 삼성관련 기사삭제 지시에 불응한 직원들에게 내린 중징계는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우리는 법원의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시사저널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와 무리한 징계의 부당성이 법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편집권은 편집장 등 편집부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며, 언론의 편집권 독립의 가치와 중요성에 법원이 손을 들어준 것이라 하겠다.
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2부(부장판사 박기주)는 금창태 사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기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전 시사저널 장영희 취재총괄팀장과 백승기 사진팀장이 시사저널의 발행사인 독립신문사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기사 무단 삭제의 항의 표시로 “금창태 사장이 주재하는 편집회의에 불참하고 편집기획안과 최종 원고를 금창태 사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행위가 최선의 대응책은 아니었다”면서도 “상급자에 정당한 업무지시를 위반하는 행위로서 징계의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법원은 ‘금 사장은 기사의 내용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기사 보류를 요청했고, 편집국 내지 편집국장과의 사전 합의나 편집국장에 대한 아무런 통보 없이 기사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2005년 12월 9일 시사저널 기자들과 금창태 사장이 도출한 ‘시사저널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에는 “편집권에 관한 편집국장의 권한을 존중하며, 기사에 대한 의견 제시는 편집국장을 통한다”고 명시돼있다. 따라서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2005년 12월 9일 시사저널 정상화를 위한 합의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대외적인 편집인의 편집권 한계를 심히 벗어난 행위”라고 규정했다. 더불어 법원은 “징계가 있은 날로부터 이들이 복직할 때까지 매월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시사저널 사태’는 재벌의 외압으로부터 편집권을 보호해야할 경영진이 오히려 기사삭제에 앞장서 편집권을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각계 시민사회단체는 언론사 경영자로서 결코 용납 받을 수 없는 편집권 침해행위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발행하는 잡지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제 발등 찍기’라고 규정하고, 시사저널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하지만 시사저널 경영진은 이런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에 대한 대량 징계와 직장폐쇄, ‘짝퉁 시사저널’ 발행으로 맞섰다. 심지어 시사저널 경영진을 비판한 우리 단체 및 기자협회 대표, 고경태 전 한겨레21 편집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이들도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과 무죄판결을 받아 금 사장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소송을 남발했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시사저널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물론 항소권은 시사저널의 자유다. 하지만 무분별한 항소는 자신들의 명예를 더욱 실추시킨다는 점을 하루 빨리 인식하길 바라며, 법원의 판결에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2월 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