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EBS<금요토론> 등의 교육 관련 토론프로그램’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8.1.18)
토론프로그램의 기본을 훼손한 EBS <금요토론>
- 새 정부 정책 찬성일색 패널구성에 여론몰이식 일방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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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와 ‘대학자율화’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인수위는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민간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대학간 협의기구에 넘기고 교육부의 초ㆍ중등 관련 업무를 각 시도 교육청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자율형 사립고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 ‘자율화’로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는 사실상의 ‘3불정책’을 폐기하여 공교육의 근간을 모두 뒤흔드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언론은 기존의 교육정책을 철저히 평가하고 새롭게 도입하고자 하는 정책을 검증함과 동시에 바람직한 대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수 있으며 보다 치열한 논의가 가능한 TV토론은 이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있는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유용한 정보를 듣고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좋은 프로그램 형식이다. 그런 취지에서 EBS <금요토론>(이형관 CP)은 지난 11일부터 3주에 걸쳐 이명박 당선자 측의 대입정책을 토론주제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KBS <심야토론>도 13일 ‘대입 자율화, 본고사 부활’ 편을 방송했다. 그러나 EBS <금요토론>은 중립성을 잃은 사회자의 진행과 편향적인 패널 구성, 본질과는 상관없는 토론 내용 등으로 교육정책에 높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KBS <심야토론>도 사회자의 마무리멘트에서 편파적인 태도를 보여 문제가 지적됐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 우호적 입장을 가진 패널들로만 구성된 황당한 ‘검증 토론회’
EBS는 11일 <금요토론> 1부 ‘교육부 기능 축소와 교육권 지방 이양을 검증한다!’ 편(이하 ‘금요토론’ 편)을 방영됐다. <금요토론>은 기획의도로 “이명박 정부의 자율화 정책에 대한 기대와 사교육비 증가와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엇갈리는 반응들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각계 전문가와 함께 우리교육의 발전을 위해 놓쳐선 안 될 것이 무엇인지를 토론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이 토론은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정책을 ‘소개’하는 토론회가 아니라 분명하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금요토론> 제작진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우호적 입장의 정계·언론·단체·학계의 인물을 총 망라해 출연시키면서 정작 반대의 입장을 가진 패널은 전혀 출연하지 않는 편파적인 패널 구성을 했다. 11일은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교육팀 성선화 기자, 한국교총 황환택 부회장, 한나라당 임해규 국회의원이 패널로 출연했는데, 이처럼 당선자 측 입장을 옹호하는 패널로만 구성한 토론 방송은 참으로 보기 드문 경우일 뿐 아니라, 공영방송 EBS에서는 더욱 있어서는 안 될 일이였다.
이러한 패널 구성의 문제는 당연히 토론내용의 문제로 이어졌다. 패널들은 방송 내내 대학 측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이었다. 굳이 차별성을 찾아본다면 한국교총의 황환택 부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입장을 같이 한다는 전제를 강조하며, 교육정책 추진의 ‘성급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주장을 했을 뿐이었다.
중립성 지키지 않은 사회자, 토론회 진행자격 있는가?
한편 <금요토론>의 사회자 송지헌 씨는 노골적인 편파성을 보여 이명박 정부 인수위 측에서 나온 사람이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송지헌 씨는 사회를 보면서 현 교육정책에 대한 냉소적인 힐난을 서슴지 않고 내뱉어 패널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백순근 교수가 “앞으로 대학입시가 초중고 교육이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게 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사회자는 불쑥 “지금은 여하튼 좀 정상이 아니다”며 앞서갔다. 이에 백 교수가 오히려 “그건 아니고‥ 경쟁력을 높여야 할 부분이 좀 있다”며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유일하게 문제점과 대안들을 제시한 한국교총 황환택 부회장에 대해 사회자는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음으로써 마치 자신이 사회자가 아니라 반대편 토론자인 양 행동하기도 했다. 특히 토론회 초반 황 부회장이 지금의 교육안들이 급진적이고 대학 입시에만 맞춰져 있어 불만이 있다고 말하자 송지헌 씨는 중간에 불쑥 발언을 끊더니, “그러나 황 회장님도 즐겁게 맞춰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시는 거죠? 교육정책에 동의하되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논의하자”며 이명박 당선자 측의 교육정책을 동의하는 데서 토론을 시작하자고 강요하기도 했다. 심지어 황 부회장이 조금이라도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면 강압적인 뉘앙스로 “그렇지만 여하튼, (다른 패널들의 말이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동의하시는 거죠~”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송지헌 씨가 패널의 발언을 끊고 격한 어조로 편파적인 태도로 공격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교육정책이…(급하지 않게) 사전에 엄밀히 검토 한 후 천천히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주장에 대해서 “우선 순위를 둬서 빨리 할 건 빨리 하고…”라고 받아치는가 하면, 발언을 한 패널을 향해서 “제가 1문 1답으로 몇 가지 확인할 게요. 사교육비 우려하신댔죠? 그래서 대학 자율화 되면 이게 괜찮겠냐를 우려한다 그러셨죠? 제가 보기에는요 우려할 범위를 이미 넘어섰어요. 사교육비를 얼마나 더 써요! 이미 뭐 살림 못할 정도로 돈을 쓰는데”라며 공격적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중립적인 비판이나 견지가 아니라 사회자의 의도대로 토론회를 진행시키려는 행태가 반복된 것이다.
또한 사회자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에게 “선거에서 잘 되시길 바란다”라고 인사하는가 하면, 성선화 기자에게는 “토론회 처음 나오셨는데 너무 잘하지 않았어요?”라는 개인적 멘트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토론 내용 본질과 상관없는 곁다리 긁기, 토론회 기본이라도 갖춰라
<금요토론>은 이날 ‘대학입시’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하다가 토론 말미가 되서야 애초 주제였던 ‘교육부 축소와 지방으로의 교육 권한 이양’을 이야기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인데다가, 지방자치 단체에 교육부의 기능을 이양하는 문제도 ‘재정적 차원’의 문제로만 다뤄져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이마저도 자율경쟁체제 전환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한 뒤, ‘경쟁력’ 강화를 방점에 둔 공감대만 주고받는 식의 토론이었다.
<금요토론>은 전반적으로 교육정책의 지향이나 목표, 초중등 교육의 중요성과 진정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자율’과 ‘경쟁’만이 강조된 이명박 정부 측의 입장만이 난무한 토론회였다. 심지어 고3 학생이 “토론자들께서 얘기하시는 것을 듣고 있으니 정말 화가 나네요”라며 대학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아닌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달라는 의견을 온라인을 통해 밝혔다는 내용이 방송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고 3학생이 잘못 알고 계시는 것 같다며 얼버무리기도 했다.
EBS가 <금요토론>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검증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호불호를 떠나 예상되는 문제점과 우려 등을 점검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부 기능 축소 편’ 토론은 사회자의 편파적인 태도와 편파적 패널 구성, 본질에서 벗어난 주제토론 등 토론회의 의미를 상실했다. 더욱이 공영방송인 교육방송 EBS가 교육의 본질과 교육의 공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배제한 채, ‘경쟁’을 강조하는 내용을 근간으로 방송을 이끌었다는 것은 놀라울 뿐이다.
특히 사회자가 인수위 측 토론자처럼 행세하고, 자신의 주장과 다른 패널들의 주장을 위압하는 것은 사회자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이다. 더욱이 토론 시작 전부터 토론회의 방향을 못 박는가 하면, 토론을 일방적으로 하나의 주장으로 묶어버리려는 주장을 한 것은 큰 문제였다. 제작진들이 도대체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했는지 의문이다.
오늘(18일)과 25일에는 2부(‘3不 정책은 사라지는가?’), 3부(‘학생선발자율화시대에 우리는?’)가 방송될 예정이다. 우리 단체는 2부, 3부 토론에서는 사회자의 편파적인 진행과 패널구성을 시정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부, 3부에서도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EBS는 교육방송으로써의 위신과 국민들의 믿음을 권력 앞에 스스로 무너뜨림을 자임하는 꼴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BS <금요토론>이 우리 교육의 값진 미래를 위한 심도 깊고 열띤 논의의 장을 만들어주기를 촉구한다.
KBS <심야토론> 정관용 씨 일방적인 ‘결론내리기’도 문제
아울러 지난 13일 방영된 KBS <심야토론> ‘대입 자율화, 본고사 부활’ 편의 사회자 정관용 씨의 무리하고 일방적인 마무리 발언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정관용 씨는 “반대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좋은 정책으로 성공시켜 달라”며 (반대편은) “마지막까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 감독해 달라”고 마무리멘트를 했다. 이날 토론회는 인수위의 교육정책에 대한 찬반양론이 좁혀지지 않았음에도 마치 양측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정리를 한 것이다. 또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합의 절차가 이뤄져야 함에도 당선자의 교육정책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기도 하다. 정관용 씨는 토론과정 전반에서 편파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합의가 되지 않은 사안을 억지로 합의한 것처럼 정리해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게 했다. 결과적으로 편파적인 진행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교육정책의 급격한 전환은 큰 혼란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방송 시사프로그램과 토론프로그램은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줘야 한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공영방송이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일방적 편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보다 공정하고 심도 깊은 방송을 제작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진정 어떤 교육정책을 원하는지, 무엇을 목말라하는지,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깊게 고민하는 계기와 이를 실증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방송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끝>
2008년 1월 1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