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11월 22일 ‘범국민 총궐기대회’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2006.11.28)
등록 2013.09.12 14:14
조회 479

 

11월 22일 ‘범국민 총궐기대회’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 모니터 기간 : 2006년 11월 23일~24일


폭력성만 강조하는 보도, 갈등 키운다

22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3개 도시에서 ‘노동기본권 쟁취, 사회양극화 해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1차 범국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7만여 명이 참여했는데, 큰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던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시위가 격렬한 양상을 나타냈다. 서울보다 지방의 시위가 더 격렬했던 이유에 대해 ‘농산물 개방, 한미 FTA 추진 등에 따른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이와 같은 시위 양상이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 근본 원인은 따져보지 않은 채, 시위의 ‘폭력성’만을 선정적으로 부각했다.
1. 보도사진 분석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보도사진은 ‘전쟁보도’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날의 시위를 선정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면부터 화염에 휩싸여 있는 시위 현장의 컬러 사진을 실었다. 특히 조선일보의 1면 사진은 가로 25.7cm, 세로 14.5cm로 모니터 대상이었던 신문 사진들 중에서 가장 컸다.
이들 신문 사진의 캡션도 ‘와장창 난장판’, ‘불타는 대전’ 등 매우 선정적이었다.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1면에 시위대가 촛불집회를 여는 모습을 실어 다른 신문들과 차이를 보였다.

2. 기사 제목 분석
기사의 제목에서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습격’, ‘폭격’, ‘전쟁터’ 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3. 기사 내용 분석
보도 내용에서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 신문들은 시위 현장의 ‘폭력성’과 시위대의 ‘과격성’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표3]에서 보듯 전체 61건의 기사에서 폭력사태나 교통체증, 경찰의 ‘무른’ 대응을 다룬 기사가 많다. 조선일보는 13건의 관련 기사 가운데 11건이 폭력사태와 관련한 내용을 다뤘고, 중앙일보는 13건 가운데 10건, 동아일보는 14건 중 10건이 폭력사태와 관련한 내용을 다뤘다. 반면 정작 지방에서의 시위가 왜 이렇게 격렬해 졌는지에 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인 분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시위가 폭력적으로 흐른 데 대해 비판적이었으나 시위대의 주장과 함께 시위가 폭력적으로 흐른 원인을 지적해 조선, 동아, 중앙일보와 차이를 보였다. (시위가 격렬해진 원인에 대해 중앙일보도 ‘농촌의 어려운 상황이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부른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를 한 건 실었으나 이 역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식으로 결론을 맺었다.)

폭력성만 강조한 보도, 갈등의 골 깊게 만든다
사회의 주요 의제가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논의되지 못할 때 집회·시위는 격렬해진다. 정부가 졸속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는 노동자, 농민은 물론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있다. 특히 농민들의 위기의식은 ‘장미빛 미래’를 약속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나 공권력을 동원한 진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이번 집회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집회의 ‘폭력성’, ‘과격성’만 부각하면서 공권력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어가기는커녕 더욱 격렬한 저항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등의 신문이 노동자나 농민의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하거나 합리적인 갈등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메이저 신문’으로서 최소한 사회갈등을 더 깊게 만드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 신문들은 지금 시민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항이 과연 자신들의 주장처럼 ‘경찰의 강경대응’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한번쯤 심사숙고 해봐야 한다. <끝>
 


2006년 11월 2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