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조흥은행 파업 타결 관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2003.6.26)
등록 2013.09.12 11:40
조회 584

 

'타협'과 '굴복'도 구분 못하는 수구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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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주제 : 조흥은행 파업 타결 관련 신문 보도 모니터
모니터 시기 : 2003년 6월 23일
모니터 대상 :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흥은행 파업이 22일 08시 노사정 합의를 통해 종결됐다. 이로써, 지난 1월 노무현 정부와 조흥은행간의 '재실사 후 매각'협의 이후 벌어졌던 노사정간의 마찰은 일단 해소되었다. 향후 3년간 '조흥은행 독자경영 및 고용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10개 조항의 합의문'에 조흥은행과 정부, 신한은행 측이 서명하면서 이번 사태는 매듭지어졌다. 21일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조흥은행측은 전산망 다운이라는 강경한 대립으로 치달을 뻔한 위기를 넘긴 셈이다. 이로써, 조흥측은 '매각 저지'라는 파업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부는 공적자금의 적절한 회수라는 당초 목표를 이룸으로써 더 이상의 손실은 막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조흥은행 독자 생존의 가능성 여부, 대형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공적 자금의 조기 회수 등에 대한 타당성 문제에 대해 학계와 금융계, 그리고 정책 당국자들 모두가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노사정 모두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볼 수 있다.

 

조·중·동, 근거없이 '정부가 노조에 굴복했다' 주장

조선과 중앙, 동아는 '정부가 또 노조에 굴복했다'고 이번 합의를 평가하고 있다. 조선은 23일 <법대로 대응 또 말로만 · · · >에서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집단행동에 정부가 또 다시 밀렸다."로 강하게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중앙은 같은 날 <파업에 밀려 정부 또 굴복>기사에서 정부가 "경영진 구성 등 노조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는 23일 <"노사 협상에 또 정부개입 · · · >기사를 통해 강도는 약하나 조선·중앙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당초 계획대로 조흥은행 매각을 매듭짓는데 성공했고, 이 가운데 조흥-신한간 타협을 주도했던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23일 조·중·동은 일제히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조·중·동은 '정부가 노사간 · 주주간 협의 사항에 간여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노조의 줄 파업을 부추긴 셈'이라며 정부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조흥은행의 대주주였던 점, 그리고 신한과의 거래를 주도하고 책임졌던 배경을 감안해보면 조·중·동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흥은행노조는 매각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제시된 '최대 3년 기간 내에서의 경영 보장, 고용안정 및 임금 수준의 적정한 보전을 골자로 하는 10개항'을 수용하고 '매각 전면 반대'라는 애초의 요구를 사실상 포기했다. 그나마 합의문 내용에 대한 해석이 애매해 이마저도 확실하게 얻은 성과는 아니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경영진 구성 등 노조 요구 대부분 수용"(중앙 23일자 기사), "이번 조흥은행 사태 역시 조흥은행 노조의 요구를 상당부분 들어주는 대가로 얻어낸 것이었다"(조선 23일자)라는 주장들은 정부와 조흥은행 노조를 겨냥한 악의적인 왜곡일 따름이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의 파업 타결 보도는 조·중·동과 전혀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다. 23일 한겨레는 <한발씩 양보 '윈-윈 게임'>기사에서 금융대란과 공권력 투입 으로 이어질 뻔한 파국을 면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파업으로 인한 고객들의 피해, 매각 저지를 위한 구호성이 짙었던 '민족은행 사수' 주장에 대한 비판적인 사회 여론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경향은 23일 <신한은(銀) 양보로 극적합의 도출>이라고 말하면서 "자칫 파업이 길어져 금융대란이 벌어진다면 노사정 3자 모두 잃는 게임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이번 합의의 성과에 주목하면서도 '정부의 협상 개입으로 인해 향후 통합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고 구체적으로 문제점들을 보도하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를 향한 흑색선전 중단해야

조·중·동은 타결 과정에서 있었던 사실을 왜곡하고 '힘으로 몰아붙이는 노조'와 '노조에 굴복한 정부'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경향과 한겨레는 '노사정 모두의 양보를 통해 전산망 다운과 공권력 투입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를 진정시켰고, 원만한 합의로 마무리했다'고 큰 틀에서 평가하면서, 조흥노조와 정부 양측이 매각 과정에서 보여줬던 문제점들을 균형있게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에 굴복했다'는 조·중·동의 논조는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 들어 노동계 사안이 타결될 때마다 무조건 '정부가 이기주의적인 노동계 파업에 굴복했다'는 식의 왜곡된 주장이 조·중·동의 보도에서 반복되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무시한 이같은 보도행태는 조·중·동의 '정부 흔들기'와 '노조 죽이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2003년 6월 2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