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서울초등교장협의회 학내 어린이신문구독 자율적 보장’관련 민언련 논평(2007.9.20)
폐해 많은 어린이신문 구독 자율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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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서울초등교장협의회는 351개 서울시 초등학교 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94.7%가 “어린이신문 구독이 신문활용교육 등 학습 보조 자료로서 활용 가치와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답했다며, “어린이 신문 구독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어린이신문의 학교내 일괄구독’은 ‘신문활용교육(NIE)’을 통한 교육 효과를 목적으로 시행됐으나 다양한 문제점들을 드러내 폐지된 바 있다. 특정매체로 어린이들에게 ‘획일적 교육’을 받게 했으며, 학부모들에게는 강요나 다름없는 ‘사교육비 부담’을 지웠다. 또, 학교와 교사는 사실상 신문 보급소와 판매직원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어린이신문’구독으로 인한 잡무는 오히려 어린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누적돼 왔다.
‘어린이신문’의 질적 문제도 심각하다. 지면의 절반 이상이 ‘광고’와 ‘학습지’로 할애돼 신문으로서의 의미가 적다. 뿐만 아니라 학교가 특정매체 구독을 대가로 ‘학교발전기금’을 받고, 구독 대금 수납 및 납부까지 대행하는 등 ‘특정신문 지국화 현상’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이에 1998년 참교육학부모회는 ‘어린이신문 강제 구독’의 폐해를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2002년 전교조는 ‘소년신문구독거부운동’을 전개했다. 2005년 국가청렴위는 교육부에 소년신문구독에 의한 ‘불법학교발전기금 접수’를 금지하는 권고를 내렸고, 지난해 5월 서울시 교육청은 ‘어린이신문 일괄 구독’을 금지시키는 공문을 각 학교에 발송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들은 여전히 ‘어린이신문’ 구독을 강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초등교장협의회가 ‘NIE’와 ‘학교자율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어린이신문 단체구독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궁색하다. 어린이신문 구독의 그 많은 부작용들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NIE’와 ‘학교자율성’을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교장들의 의견만을 앞세운 것도 잘못된 처사이다. 진정 교장협의회가 교육적 효과에 대해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간의 폐단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고르게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소년조선일보’와 ‘소년동아일보’를 내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서울시교장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와 성명이 나온 다음날인 18일 이를 그대로 받아 초등학교 내 ‘어린이신문 강제구독’ 부활에 힘을 실었다.
특히 동아일보는 관련기사를 1면에 싣는 것도 모자라 사설을 통해 “교육부는 당장 이 문제에서 손을 떼고 학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사설 <‘어린이신문 읽기’ 교육 효과 크다>는 설문조사 발표만을 토대로 “교육부의 조치는 자유시장 질서 위반이고, 학교장의 자율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어린이들의 읽기 능력 향상과 독서 습관 들이기에 신문 만한 매체는 없다”, “민주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키워 내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신문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앞서 밝혔듯 ‘소년동아일보’의 질적 수준은 동아일보의 ‘자화자찬’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럼에도 그간 자신들이 행해왔던 ‘학교발전기금’의 병폐와 그 밖에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또한, 사설이 교육부의 조치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가 소유한 어린이신문의 공급망을 위축시켜 경영에 타격을 주겠다는 심산”이라고 주장한 것은 과대망상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12면 <초등교장 95% “어린이신문 교육효과 커”>에서 “어린이들의 독서 교육에도 좋다는데 이렇게 상급 기관의 간섭이 심하면 학교장들은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힘들다”는 등 교육부에 대한 비판 입장만을 부각하며 동아일보와 논조를 같이했다.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는 서울초등교장협의회의 성명이 나오자마자 “NIE를 빙자하여 어린이신문 강제구독을 추진”하는 교장협의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초등교장협의회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설문조사로 얼렁뚱땅 ‘강제 구독’을 압박하는 모양도 우습거니와 그 압박에 장단을 맞추는 동아와 조선의 행태도 속이 훤히 보인다.
교육부에도 문제가 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지난해 10월 “어린이 신문 구독은 학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고 한 발언은 학교장들과 이들 신문에 준동의 계기를 마련한 측면이 있다. 교육부는 단호하게 원칙을 지켜야 했다.
우리는 획일적 교육과 사교육비 증가, 학교의 지국화를 초래하는 ‘어린이신문 단체 구독’을 반대한다. 신문강매를 통해 어린이들이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학교가 신문 강매의 거점으로 왜곡되는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이 학교에 대해, 또 신문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이다.
<끝>
2007년 9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