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내신반영비율 갈등’ 관련한 신문사설에 대한 논평 (2007. 07.07)
내신 무력화 조장하는 보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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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매체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
모니터 기간 |
2007년 6월 27일~2007년 7월 5일 |
모니터 대상 |
사설·칼럼(외부칼럼 포함) (경향 4건, 동아 11건, 조선 8건, 중앙 7건, 한겨레 5건, 총 35건)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내신반영 비율’은 2004년 10월 28일에 확정·발표된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제도는 대학 입학 시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고, 수능시험은 변별력을 완화하여 보완적인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학생부 활용이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의 인재선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해마다 입시전형에서 내신성적 반영을 ‘명목 반영률’과 ‘실질 반영률’이라는 이름으로 달리 적용하며 사실상 무력화해왔고 정부는 이를 묵인해왔다. 그러다 최근 일부 사립대학이 내신 1~4등급 만점안을 내놓는 등 전면적으로 내신무력화정책을 펴자, 교육부는 내신 실질 반영비율 50% 고수와 위반 시 행․재정적 제재 등으로 강경대응하면서 갈등은 깊어졌다.
이어 지난 달 26일 내신반영 비율 등을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대학 총장들 토론회 직후에는 사태가 더 악화되었다. 토론회 당시 정부가 제안한 ‘기회균등할당제’는 또 다른 의제로 설정되며 논쟁을 일으켰고, 정책과 무관하게 토론회 자체에 대한 총장들의 반발이 불거져 갈등의 골이 더 심화되었다.
토론회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는 대통령과 총장들의 대립각 부추긴 조·중·동
토론회 이후 보수신문들은 대통령과 총장의 관계를 주종 형식의 대립각으로 묘사하는 등 갈등을 조장했다. 예컨대, 대통령은 ‘훈계자’, ‘사단장’으로 총장들은 ‘초등학생’, ‘졸병’ 등에 비유하며 대학 총장들의 자존심까지 흔들어댔다.
조선일보는 6월 27일 사설 <대학 총장 152명 불러내 훈계한 ‘대통령 토론회’>에서 “토론회랍시고 대통령이 대학 총장들 모아놓고 초등학생에게 훈계하듯 꾸짖고 을러댔다는 인상만 남긴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 <대통령은 사단장, 대학 총장은 졸병인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는 대학 총장들을 청와대로 소집해 훈계와 협박을 했다”고 표현하며 토론회를 ‘소집과 훈계’의 장으로 평가절하 시켰다.
29일 사설 <대학은 스스로를 지킬 때가 왔다>는 더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비난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대학 총장 150여 명에게 보여준 태도는 ‘대학 무시’ 그 자체였다. 권력에 취해 교육 문제를 포퓰리즘적으로 끌고 가는 그의 태도는 이미 독재 수준이다”라는 맹비난을 하는가 하면 토론회를 “노 대통령의 원맨쇼”라고 비꼬았다. 이어 “교육을 망치는 정부에 대학은 침묵하고 있다. 대학의 명예와 자율을 힘에 눌려 팔아넘긴다면 죽은 대학이다. 그런 대학은 자율을 주장할 수 없다. 대학과 국가의 미래도 없다”고 호도하며 대학들을 선동했다.
동아일보 역시 6월 29일 사설 <대통령 훈계에 교수들 얼마나 참담할까>에서 “대통령이 총․학장들을 일제히 소집해 일장 훈시를 한 것”, “총장은 ‘교수의 큰 별’…그 별들이 대통령의 일장 훈시 앞에서 무참히 떨어졌다. 대학의 수치를 넘어 나라의 수치다”라고 호도하며 작위적인 대립관계를 형성했다.
조·중·동, 기회균등할당제를 노무현의 포퓰리즘으로 비난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을 뼈대로 한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기회균등할당제는 소외계층 특별전형을 최대 11%인 6만 4천 여 명으로 늘린다는 것으로 대학은 자율로 인재를 선발하고 정부는 장학금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게 된다. 정부가 이들의 졸업 시까지 학업을 잘 마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하게 된다면 교육과 복지 면에서 취지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 없는 제도이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는 이 제도에 대한 보완과 긍정성을 논하기 보다는 노무현의 포퓰리즘으로 호도하는가 하면 ‘지방대 공동화’라고 우려하며 반발했다. 또한 이 제도를 무조건적인 ‘정원입학 늘리기’로 간주하고 성적우수자에 대한 불평등이라며 본질을 왜곡시켰다.
조선일보는 6월 27일 <시론/브레이크 없는 교육 ‘역주행’>(권대봉 교수․고려대 교육학과)에서 이 제도는 “다시 한 번 교육 평등주의에 대한 이 정권의 집착을 드러냈다”며 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분석보다는 ‘집착’으로 매도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을 위해선 이렇게 적극적이고, 순발력 있게 움직이는 정부가 성적 우수자들을 북돋워 그들의 수월성을 극대화하는 데는 왜 그렇게 인색한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의미에서의 교육 불평등이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저소득층 대입 특혜는 포퓰리즘이다>에서도 조선일보와 같은 논지를 보였다. 사설은 “공정해야 할 대입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마구 입학시킨다면 특혜이고, 다른 쪽에는 불평등으로 작용한다”, “단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대학에 입학시킬 수는 없다.
오히려 학과 실력이 모자라면 다양한 기능 교육을 받게 해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제도가 교육기회의 균등과 대학의 자율에 의한 선발이 이뤄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마구 입학시킨다’는 등의 주장으로 사실을 왜곡시켰다.
한편 동아일보는 7월 5일 사설 <교육의 정치화를 완전 포기하라>에서 기회균등할당제는 “교육 포퓰리즘의 극치다”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노 대통령은 균등할당제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로 정의했으나 그 배려가 ‘약자 대학’의 처지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교육의 경쟁질서만 무너져 끝내는 한국교육 전체가 망가질 뿐이다”라고 확대 왜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지방대 공동화’에 대해 계속된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또 이 제도가 저소득층 자녀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무조건 입학시키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아가 “경쟁질서가 무너져 끝내 한국교육 전체가 망가질 뿐”이라 표현한 것은 지나친 호도이다.
‘내신 반영률 50%지침 = 대학 자율성 침해’ 한 목소리로 내신무력화 여론몰이
조·중·동은 ‘2008학년도 대입제도’의 배경과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교육부의 ‘내신 반영률 50%지침 = 대학 자율성 침해’라는 일관된 논지로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대학이 여러 가지 입학 전형과 기준을 가지고 해당분야의 인재를 자유롭게 뽑을 수 있는 권리를 ‘대학 자율성’이라고 규정한다면 일부 대학들과 조․중․동이 말하는 ‘대학 자율권 보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대학 자율성’은 ‘성적 좋은 학생들을 맘대로 뽑을 수 있는 권리’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보수신문은 일부 명문대학의 ‘대학 자율화’ 논리를 그대로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7월 2일 <시론/정부는 대입에서 손 떼라>(박성현 교수․서울대 평의원회 의장․통계학과)에서 “내신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내신 때문이라고 폄훼하고 있다.
사설은 예로 “내신반영률이 높은 서울대의 경우 신입생 간에 학력 격차가 너무 심각하여 우열반을 편성하거나 기초교육반을 운영하는 등 교육의 기회 손실비용이 엄청나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제시했다.
동아일보도 7월 3일 사설 <교육 포퓰리즘이 키우는 대학입시 혼란>에서 “국가기관이 주관해 수능을 실시해 놓고 정작 입시에서는 변별력이 높은 수능을 무력화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6월 27일 칼럼 <오늘과 내일/내신은 정의롭지 않다>(홍찬식․논설위원)는 제목부터 내신을 비하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실상 내신성적이 좋아 입학한 학생들은 학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다는 조선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가 신입생(1998학년도)의 대학 성적과 입학 전형 자료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수능점수와 대학 성적과의 상관관계는 그 10분의 1도 안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조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에서도 실시한 바 있으며, 대체로 일치된 결론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신성적 반영률을 높이는 것은 대학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된 사실과 편향적 논리이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대학의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해야지, 단지 성적 좋은 학생을 뽑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 주관한 수능을 놓고, 수능을 무력화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동아의 주장도 과장이다. 미국도 한국의 수능과 마찬가지로 SAT를 치르지만, 대학은 SAT 성적을 대학수학능력 자격이 갖춰졌다는 점으로 판단하고, 그 외는 고등학교에서 보내주는 학교생활 성실도 및 성적, 특성, 자질, 심지어 가능성까지 다면적으로 평가하여 입학시킨다.
기회균등할당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대학의 ‘공공성’ 강조한 경향·한겨레
한편, 경향신문은 6월 28일 사설 <대학 기회균등할당제, 내실이 중요하다>에서 조․중․동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기회균등할당제는 잘만 정착되면 선진적 통합사회로 가는 훌륭한 교육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설은 “일부 언론과 교육계에서는 공정해야 할 대입에서 가난을 이유로 무조건 입학시키는 제도라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지만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그 근거에 대해 “정부가 강제하는 게 아니라 대학 자율로 시행하는 것이다…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좀 더 많이 하도록 정부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반대해야 할 하등의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6월 30일 <시론/대학도 한 발 물러서야 한다>(박부권 교수·동국대 교육학과)에서 “내신 1등급이라고 하더라도 대학은 대학 공부를 성공적으로 해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는 학생들까지 입학시킬 필요는 없다…바로 이러한 판단이야말로 대학의 자율적인 고유 권한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6월 30일 사설 <교육의 공공성 파기하겠다는 사립대총장협>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교육의 공공성이 전제될 때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사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대학이 교육의 공공성을 구현하도록 정부는 재정 지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며 “제대로 된 대학이라면 정부가 권고하고 유도하기 전에, 공공성 구현에 앞장서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전 국민의 평등한 교육기회라는 명제는 외면한 언론과 대학의 야합 그만두라
7월 4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대입 전형의 학생부 반영비율을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데 상호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6일 교육인적자원부는 내신 실질반영률을 50%에서 3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책을 변경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2004년 10월부터 줄곧 주장해오던 ‘내신 실질반영률 50%’정책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5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 측의 반발이 있다는 이유로 주요한 교육정책을 변경한 것은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이런 국면 전환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대학 측의 논리를 그대로 의제 설정한 언론의 역할이 컸다. 조·중·동은 소수 기득권 계층의 편의와 일부 대학들의 특목고생 유치에 힘을 실었고, 정보의 편취·왜곡·편파보도 등의 방법을 동원해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학에서 학교 성적뿐 아니라 학생의 성실성과 학교생활이 반영되는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고, 수능시험 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은 매우 불평등한 처사이다. “누가 더 많은 사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입학 여부가 결정되는 게 엄연한 우리의 현실에서 빈부격차를 감안하지 않은 100% 성적순 전형이야말로 비교육적이며 불공정하다고 볼 수도 있다”는 6월 28일자 경향 사설은 적절하다.
국민의 평등한 교육기회라는 대의는 외면하고 교육을 통한 기득권의 재생산에 방점을 찍으려는 언론과, 인재 양성을 위한 연구와 자기혁신에는 소홀한 채 성적이 좋은 중상류층 학생을 유치하는 데 골몰하는 대학의 야합은 중단되어야 한다.
2007년 7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