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합의’에 대한 민언련 성명(2007.7.3)
열린우리당, 정략적 야합을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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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재개정안을 수용했다. 이에 사학비리와 족벌운영, 학원의 사유화 견제 등 개정사학법의 취지를 포기하는 사학법 재개정안이 6월 정기국회에 통과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 단체는 개정사학법이 사학의 부정부패를 견제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원운영을 보장하는 등 사학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보고, 일부 사학과 종교단체의 사학법 재개정 주장에 반대해 왔다. 실제 지난 3월 감사원이 발표한 ‘사학지원 등 교육재정 운용실태’ 감사결과만 보더라도, 현재 사학재단의 전횡과 비리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양당의 사학법 합의안은 사학재단의 전횡과 폐단을 막을 수 있는 보잘 것 없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모두 불구로 만드는 내용이다.
먼저 재개정안은 개정사학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본래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는 교사, 교직원, 학생(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이 추천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게 해 학원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은 재단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각각 동수(또는 과반수)로 ‘개방형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 이사의 4분의 1을 2~4배 수 추천한 뒤 재단에서 임명하게 했다. 결국 재단에서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고 재단이 임명하도록 한 것이며, 학교 구성원의 운영에 대한 참여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가 사라진 셈이다.
사학 부정부패의 큰 원인 중 하나였던 친인척에 의한 족벌운영도 규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금지’를 다시 허용한 것이다. 비록 이사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받는 자에 한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이사장의 배우자 및 친인척들이 학원의 주요 직책을 맡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사립대학 장(長)의 중임 제한 조치도 삭제해서, ‘만년 총장’, ‘종신 총장’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비록 대학에 한해서만 중임제한 조치를 삭제했다고는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를 주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중·고등학교의 중임제한 조치도 없어질 것이며 ‘종신 학교장’이 학교를 사유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 학교법인 이사장의 다른 사학 이사장과 학교장 취임도 허용해 한 학교법인이 여러 학교를 소유하고, 여러 학교의 이사장과 교장 겸직이 가능해져 사학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편법적인 학교분할 겸직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 다시 학교에 복귀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명문화하고 임시이사의 임기를 3년으로 한정한 것이다. 사학분쟁조정위는 사학비리 당사자가 해마다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해 분규 사학의 문제해결 가능성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임시이사의 임기를 3년으로 한정해 비리재단이 시간이 지난 후 합법적으로 학교에 복귀할 수 있게 했다. 임원취임 승인 취소 사유에서 ‘위법의 방조’ 조항을 삭제한 것도 학교장과 이사의 위법행위 방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 부패사학에 면죄부를 줄 수 있게 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말로는 ‘민생’을 강조하면서도 각종 법안 처리를 볼모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국회운영을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 이번 사학법 재개정 합의도 로스쿨법과 국민연금법 통과를 미끼로 사학법 재개정이라는 정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과 다른 법안의 처리를 분리해 접근하는 ‘원내 일당’다운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패사학만을 위하는 정당’이라는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개정 사학법에 대해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 개정 사학법은 열린우리당의 유일한 개혁법안”이라며 여러 차례 ‘사학법 재개정 불가’를 당론으로 확인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사학법 재개정 불가’라는 당론을 무시하고 6월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로스쿨법 통과와 사학법 재개정의 연계처리를 합의했다. 우리는 로스쿨법, 국민연금법 통과에 왜 사학법 재개정이 필요한 지 납득할 수가 없다. 사학법과 로스쿨법, 국민연금법이 도대체 어떤 법적 논리적인 연관성이 있단 말인가? 사회적 합의도 부족하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많은 두 법과 ‘유일한 개혁입법’이라는 사학법을 맞바꾼다는 발상은 열린우리당이 개혁에 대한 원칙도, 의지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과 교육을 담보로 한 정략적 야합을 당장 그만두고 사학법 재개정 합의를 철회하라.
<끝>
2007년 7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