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금속노조 파업’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7.7.2)
조·중·동, 금속노조 ‘마녀사냥’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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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는 지난 6월 8일 ‘한·미 FTA 저지를 위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보수신문들은 금속노조의 파업이 조합원 투표를 거치지 않은 ‘불법 정치파업’이라 매도하며 ‘금속노조 때리기’에 나섰다. 또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부각하고 경제적 손실을 내세우며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몰이’에 돌입했다.
조선일보, 부정적인 의제설정 시작
이 사안은 9일 한겨레 <금속노조 파업 찬반 투표 없이 집행부가 단독 결정키로>에서 가장 먼저 보도했으나 11일 조선·동아일보가, 12일 중앙일보가 다루면서부터 본격적인 ‘부정적 여론몰이’ 행태가 시작되었다. 조선일보는 11일 사설에서 이번 결정이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한 채 파업을 하는 것도 불법인데 조합원 뜻을 들어보지도 않겠다는 것”이라며 지도부를 비난했다. 이어 조선은 “파업을 벌이며 회사에 1조원 넘게 손실을 끼친 것으로도 모자라 또다시 불법 정치 파업의 전위대로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손실’과 ‘불법정치파업’을 강조했다. 조선은 금속노조 파업과 관련한 첫 번째 사설에서 ‘투표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 ‘수혜업종의 정치적 파업’, ‘노조원 반발’ 등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주요 프레임을 제시한 것이다.
보수신문, 천편일률적으로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몰이
이후 보수신문은 조합원 투표를 거치지 않았다며 정치파업, 불법파업을 집중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13일 <노조원부터 반대하는 ‘국민 지지 0%’의 FTA 파업>에서 “법도 없고 조합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금속노조를 비난했다. 동아일보도 14일 사설 <현대차 노조, 민노총 탈퇴가 진짜 이기는 길이다>에서 “반FTA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계없을 뿐더러 조합원 투표도 거치지 않았다”며 “이를 강행하면 불법 정치파업이 된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12일 사설 <노조원이 반대하는 금속노조 반FTA 파업>에서 “명분 없는 파업으로 찬반투표 자체가 여의치 않자 아예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일부 노조원의 반발을 전체 노조원의 반대인 양 부각시켜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기사도 문제였다. 조선일보 기사 <자동차 4사 조합원 강력 반발 금속노조 반FTA 총파업 제동>(14일)은 “완성차 4사 노조대표가 총파업을 계획 중인 금속노조에 반발하고 있다”며 익명 노조관계자들의 반발 입장을 나열했다. 동아일보는 5건의 기사를 통해 불법정치파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고(11일) 정치파업에 반대한다는 노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글을 노조원들의 의견(12일)이라며 실었다. 14일에는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 완성차 노조가 금속노조에 찬반투표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기사와 익명의 현장노동자들의 발언을 넣어 정치파업에 대한 현장의 거부감이 거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역시 노조원의 찬반 투표가 없었고,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나열하는 수준으로 보도했다.
<조합원 투표 거치지 않았다는 것과 노조원의 반발을 다룬 기사>
신문사 |
기사제목 |
조선 |
금속노조, FTA 제일 덕 보며 반대파업 하겠다니 (6.11, 35면) |
동아 |
금속노조 ‘반FTA 정치파업’ 논란 (6.11 2면) |
중앙 |
노조원과 시민이 등 돌린 노동운동 (6.12, 사설) |
한겨레 |
금속노조 파업 찬반 투표 없이 집행부가 단독 결정키로(6.9, 9면) |
노조 측의 입장을 취재한 기사는 거의 없어
불법정치파업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노조 측의 입장을 제대로 취재·전달한 기사는 조선일보와 한겨레 각 1건뿐이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정치파업 아닌 생존권 투쟁”> (6.18, 2면)은 파업에 반대하는 대의원을 인터뷰한 기사와 나란히 현대차 지부장의 인터뷰를 작게 실어준 수준이었다. 그 외의 기사에서는 대부분 노조원 반발에도 파업을 ‘강행’한다는 노조의 강경한 입장만을 천편일률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이처럼 보수신문들이 어느 정도의 조합원이 반발하고 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익명게시판의 글과 익명 조합원의 글을 인용하여 모든 조합원이 파업에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FTA저지 파업=불법 정치파업’이라는 일방적 낙인찍기 문제
금속노조의 FTA저지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으로 단정 지은 것도 섣부른 행태이다. 금속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일자리 등과 직결된 생존권 투쟁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넓은 의미에서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동전문 법률가들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현행 찬반투표 규정은 선진 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악법이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고, 금속노조 측도 “국제노동기구도 쟁의행위 찬반 투표 규정이 쟁의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어선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이 정치파업이나 불법파업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이런 주장을 실은 신문은 한겨레뿐이었다.
‘한미FTA 수혜업종이 한미FTA 반대=모순’이라는 논리도 비논리적
한편, 보수신문은 자동차 산업이 FTA체결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업종이면서 파업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1일 사설에서 “자동차산업은 한·미 FTA 체결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업종”이라며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노조의 한·미FTA 반대 파업은 자기네 조합원들에게 굴러들어오는 복을 걷어차 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노조집행부를 이대로 두지 말라고 주장했다. 12일 2면 기사에서도 “한미FTA의 최대 수혜분야로 평가되는 자동차 업계에서 FTA저지를 위해 불법파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국익을 저버리는 행위일 뿐 아니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노사전문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동아도 14일 사설에서 “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이라면 몰라도 대표적인 수혜 업종 근로자들이 FTA 반대 파업을 한다면, 이들은 이미 근로자가 아니라 정치꾼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FTA저지 범국본, 금속노조 등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현대차의 경우 3년 뒤면 현 수출물량의 70%가 미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미국관세가 없어져도 그리 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관세철폐로 미국차가 한국에서 가격우위를 갖게 되어 미국 자동차가 국내시장을 잠식할 경우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담은 보도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조선 1단 스트레이트 기사 1건과 한겨레 21일 기사 1건이 전부였다.
파업반대 진영 입장 부각하며 ‘파업 때리기’
보수신문은 울산시민경제단체의 현대차 파업반대 움직임을 부각하고, 경제계, 사측, 정부 측의 대응을 부각하며 금속노조 파업에 압박을 가했다. 조선 4건, 중앙 1건, 동아 3건 모두 시민경제단체의 활동을 보도하고, 금속노조의 강행방침을 보도했다. 경제계, 현대차 사측, 정부 측의 파업 대응 방침을 보도한 기사는 조선 2건, 중앙 2건, 동아 1건, 한겨레 2건이었다. 반면 FTA 범국본의 토론회, 시민사회단체의 금속노조 FTA저지 파업에 대한 지지 선언을 다룬 보수신문의 보도는 한 건도 없었다. 한겨레가 1건 범국본 주최 토론회 관련 보도를 내보냈을 뿐이다.
그나마 한겨레가 22일이 돼서야 파업반대 진영의 ‘파업때리기’의 본질적인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반FTA’ 예봉 꺾고 임단협 기선잡기>에서 “금속노조의 파업의 강도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님에도 금속노조의 파업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그 이유를 분석해서 다른 기사들과 차별성 있는 태도를 보였다. 이 기사는 정부·재계와 금속노조의 갈등 쟁점을 표로 정리하고 “이번 파업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커지는 것은 정부가 추진해온 한미FTA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시각 차이에다, 올해 노사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노사주도권 다툼이 겹치면서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실었다.
경제타격 부각한 보도 여전
파업 관련 보도에서 항상 등장하는 경제적 타격을 부각하는 기사도 빠지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2일 <현대·기아차 노조 ‘이상한 반FTA 파업’>(2면)에서 최대 수혜업종 평가에도 “현대·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는 익명의 ‘노사전문가’ 인터뷰를 싣고 4면에서 ‘95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차의 연도별 파업손실’을 표로 정리해 보여주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19일 <현대차는 파업 논란 … 수입차는 가격 공세>에서 작년 파업손실이 1조 6000억에 달하고 파업으로 경쟁력에 발목이 잡혔다며, 무파업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을 모범답안으로 제시했다. 동아일보도 27일 <러 시장 1위서 5위로 추락>에서 러시아 수입자동차의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여주며 “2005년 1위에서 2007년 5위로 내려갔다”며 “성장세에 노사분규가 찬물을 부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파업은 경제계나 현대차 사측이 주장하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전체 총파업 시간이 10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정도의 특근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을 과장해 이번 파업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타 자동차 업계, 외국 자동차 업계와 비교해서 부정적 인식 부추긴 감정적 보도까지
한편 보수신문은 현대차와 타자동차 업계를 단순 대비시켜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기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8일 <1개 라인서 3개 모델 조립 생산성·영업이익률 ‘펄펄'>에서 무노조, 무파업 지대의 자동차 공장의 효율성만을 부각한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현장르포를 보도하고 “현대·기아차가 FTA 비준 저지를 둘러싼 산별노조 파업결정과 조합원의 반대 움직임 등으로 어수선한 것과는 정반대”라며 현대차 파업을 대비시켰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현대차와 도요타 자동차 신차 기념회를 대비시키는 보도를 했다. 조선일보는 29일 1면에서 현대차의 파업사진과 도요타자동차 생산라인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대비시키고 <현대차는 ‘정치파업’… 도요타는 ‘미래차 기념회’>라는 소제목으로 파업하는 현대차와 도요타 자동차의 신차 기념회 기사를 대비시켰다. 중앙일보도 29일 위아래로 현대차와 도요타의 대비되는 사진을 배치하고 생산라인을 빠져나가는 현대차 사진 옆에는 <정치파업 놓고 노조원끼리 대치한 현대차 “비켜라, 라인 가동 하겠다”>라는 제목을 담아 부각시켰다.
부분파업 철회를 ‘총파업 무산’으로 연결시키기
한편 24일 금속노조는 25-27일 부분파업은 철회하고, 28, 29일 파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보수언론은 부분파업 철회가 노조원들이 해낸 것이라고 두둔하며, 이후 파업에도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등 ‘총파업 좌절’로 여론몰이를 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 <부분파업 거둔 현대차 노조, 총파업도 거부해야>에서 “부분파업 대상지역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 노조가 빠짐에 따라 금속노조 부분파업은 시늉에만 그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를 부분파업에서 발을 빼게 만든 주역은 조합원들”이라고 치켜세우고 “이런 조합원 각성의 무서움을 바로 보고 28일의 전국적 파업도 거부해야 옳다”며 반발을 선동하기도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1면 <여론 압박에 ‘이중 플레이’>에서 “부분파업 철회로 올해 출범한 거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첫 정치파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며 “금속노조 조직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조합원들의 반발기류로 볼 때 28~29일 파업계획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25일 <“명분 없는 파업 못한다” 현장서 반기>에서는 파업축소 결정이 알려진 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 조합원들의 의견을 싣고 “이번 파업 사태를 계기로 현장여론 중심으로 노동계가 새판짜기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이날 한겨레는 2개의 기사를 통해 현대차노조가 부분파업을 철회했다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파업을 이례적으로 축소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예정대로 집중파업 진행되자 보수신문의 공세는 더 심각
28일 금속노조 집중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자 보수신문은 노조 간부가 조업을 방해해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생산 차질액을 강조하면서 노조지도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29일에는 사설 <현대차 노조의 불법파업, 대가 치르게 해야>에서 조합원 반발, 생산차질로 인한 경제적 피해, 불법파업 등을 강조하며, “정부는 관계 장관 공동담화에서 밝혔던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불법파업을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소비자가 나선다는 교훈을 주지 않고서는 이런 억지 파업을 막을 수가 없다”며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중앙일보는 28일 기사 <현대차 오늘 ‘그들만의 파업’?>에서 자사 인터넷 게시판 글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인용하며 네티즌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고, 파업반대를 해온 김재근 전 대의원이 유인물을 뿌린 것을 두고 “흔들리는 조합원”이라고 소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29일 사설에서는 “조합원의 뜻을 대변하지 않는 노조 집행부의 전횡과 상습적인 불법 행위에 단호한 제동장치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엉뚱하게 파업현장에 국제금속노련 동남아지역 대표가 참석해 연대발언을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사설에서는 “이번 파업이 계급투쟁론에 바탕을 둔 국제적 대리파업의 성격도 띠고 있음을 확인해준 것”이라며 이상한 색깔공세를 보였다.
이 밖에도 보수신문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노조 배후세력 음모론과 폭력성을 부각시키며 흠집 내는 보도행태도 여전했다.
이번 파업에 대해서 정부·재계 강경대응을 선언하고, 보수신문이 ‘마녀사냥’에 몰두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금속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목표로 내세운 ‘FTA 반대’ 의지와 ‘FTA 반대 진영’을 흠집내기 위한 것이다. 또 곧 거세게 전개될 노동계 하투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조·중·동은 이를 위해 금속노조가 조합원 투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를 확대해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 것이다.
또한 FTA 저지를 내세웠다는 이유로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매도하며 ‘파업때리기’에 나선 것도 저질스런 행태다. 이번 파업은 금속노조가 자신들의 근로조건 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제사회적 문제에 대해 온갖 방해와 어려움을 무릅쓰고 벌인 의미 있는 일이다. 이렇게 대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을 ‘불법세력’으로 매도하고 그 투쟁의 의미를 폄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는 조선·중앙·동아에게 촉구한다.
파업 때마다 보여주는 진부하고 고질적이며 악의적인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하라.
<끝>
2007년 7월 2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