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OIE 판정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5.26)
등록 2013.09.02 18:09
조회 289

 

 

 

광우병 우려 있어도 값싸고 맛있으면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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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국제수역사무국(OIE)은 프랑스 파리에서 과학위원회를 갖고 미국을 2등급인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했다. 미국은 이번 판정을 근거로 한국에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OIE에서 2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없는 안전한 쇠고기’라는 의미는 아니다. 광우병 전문가인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에 따르면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라는 OIE의 판정은 ‘광우병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라는 뜻으로 광우병 실태 파악과 확산을 막기 위한 예찰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OIE에 심사를 의뢰하면 대부분 2등급으로 분류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미국은 아직도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폐기하지 않고 비반추동물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어 교차오염의 우려를 안고 있다고 한다. 또 유럽은 24개월 이상의 소, 일본에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에 비해 미국은 도축 소의 0.1%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광우병 검출이 미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광우병 예찰 시스템도 농가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OIE는 정부 간의 협력기구로 가축전염병과 육류의 교역기준을 협의하고 결정하는 정치적 성향을 가진 기구다. 특히, 광우병과 관련한 기준은 국제수역사무국 산하 육상동물위생규약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미국 농무부 소속 공무원이라고 한다. 이런 OIE의 판정을 최고의 과학적 권위로서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은 OIE의 판정 결과만 부각하고, 심지어 ‘저렴한 가격과 맛’을 내세워 ‘광우병 위험 쇠고기’라는 미국산 쇠고기의 본질을 호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육즙 풍푸하고 가격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 앞장서 부각
조선일보는 25일 b01면<호기심에 썰었다?…동난 미국산 안심>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맛과 저렴한 가격을 부각하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 기사는 <르포기사/미국산 쇠고기 최초 판매 레스토랑을 가다>라는 부제까지 달았으며, 작은 제목도 <“18일만에 100인분 팔아 예상외로 반응 좋아”>라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호응이 좋다는 점을 부각했다. 기사 내용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는 육즙이 풍부하고 씹히는 맛이 좋다”며 레스토랑을 찾은 모 대학교수의 반응을 싣는 등 미국산 쇠고기의 품질을 부각했다. 이어 ‘미끄럼 타는 한우가격’이라는 표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는 한우의 3분의 1가격에 판매될 것이라고 ‘저렴한 가격’을 보도했다. OIE의 판정 결과를 거론하며 “8~9월쯤부터 갈비까지 수입이 가능해지면 미국산 쇠고기 공세는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미국의 압박과 이에 대한 농림부의 입장을 단순 기술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LA갈비 추석 전에 볼 듯>(중앙일보,24일), <“미국산 LA갈비 수입재개해도 30개월 넘은 쇠고기는 허용 못해”>(중앙일보,25일), <미“쇠고기시장 전면 재개방”압박>(동아일보,24일), <“미국산 쇠고기 차별땐 WTO제소”>(동아일보,25일) 기사에서 이번 OIE의 판정과 미국의 전면개정 압박, 정부의 방침 등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OIE의 판정이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것이 아니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는 점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번 OIE 판정 과정의 문제를 비교적 자세히 실었다.
한겨레는 24일 <한국, 반대않고 OK…쇠고기 빗장 열어>에서 OIE회의에서 정부가 반대 입장을 펴지 않고 무기력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꼬집어 비판했다. 이어 이날 사설<뼈 수입에 앞서 원산지 표시 전면 확대하라>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다른 이득을 얻고자 국민의 건강을 양보한 것은 사실”이라고 비판하고 원산지 표시의무화를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24일 <미쇠고기 전면개방 압력 본격화>, 25일 <OIE ‘정치적 판정’ 비판 속 미 “WTO제소” 또 으름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와 OIE의 판정의 문제를 자세히 다루며 한국 농림부가 고수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나이제한(30개월 미만)에 대해서도 한미FTA체결 때문에 흔들릴 수 있다는 ‘회의적 시각’을 언급했다.


거듭 지적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우려하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의 품질이나 가격 때문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광우병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는 입을 닫고, 미국산 쇠고기를 최초로 판매한다는 레스토랑까지 찾아가 ‘육즙이 풍부하고 씹는 맛이 있다’, ‘저렴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값이 떨어진다’는 등 부수적인 문제를 부각해 독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우리는 수구보수신문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수입개방에 반대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 신문이 미국산 쇠고기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만큼 국민건강권과 직결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도하라는 것이다. 언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마저 내팽개친 채, ‘값 싼’, ‘맛있는’ 운운하며 ‘광우병 쇠고기’ 홍보에 앞장서는 수구보수신문들의 행태는 ‘미 축산농가 대변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대변지’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아울러 우리는 정부에도 당부한다. OIE의 2등급 판정에 얽매여 미국의 전면개방 압박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수입위생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기준은 현재 FTA를 진행 중인 캐나다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쇠고기 수입 기준을 세우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미국의 요구에 쉽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쇠고기 원산지 표시 강화 등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따른 적극적인 대책마련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끝>


 

2007년 5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