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대부업체의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5.23)
대부업체의 허위ㆍ과장광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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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의 허위ㆍ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광고의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어 그 위험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덫에 걸리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을 신용불량자 등으로 전락시키는 경우도 많다.
대부업 광고는 “40일 무이자”, “신용조회 없이”, “대학생무담보”, “즉시 빠른” 등 솔깃한 문구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당장에 돈이 궁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업 광고는 정작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광고와는 달리 실제로 일정기간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다. 대부업체의 ‘신용조회’만으로도 이용자들의 신용등급은 하락하며, 대부업체 이자율은 최고 연 66%(월5.5%)에 달해 100만원을 빌리면 무려 66만원을 이자로 물어야한다. 한마디로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은 고리채나 다름없다.
일부 업체들은 연이자율 및 연체이자율을 아예 표시하지 않기도 하고, 눈에 띄지 않도록 귀퉁이에 작게 표시하기도 한다.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등에서는 대부이자율 및 연체이자율을 누락하거나 수수료 등 추가비용, 업체명이나 주소를 표시하지 않는 등 대부업법 상의 광고 게재 요건을 어기는 불법적인 광고마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광고들이 허위이며 속임수 광고라는 것이다.
현행 방송광고심의규정에서도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생략함으로써 소비자가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 되어 있다. 그러나 광고에서는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부업 광고와 관련된 법과 제도가 허술한데다 단속과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나마 대부업법에 규정된 법적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부업 광고는 악마의 유혹처럼 경제적 약자를 파멸로 이끌 위험이 있기에 사회적 폐해를 줄이기 위한 단호하고도 엄격한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대부업 관련법에 광고와 관련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오도할 수 있는 표현 등을 강력히 규제하고 합리적인 정보만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담뱃갑과 담배광고 및 주류 판매 용기에 의무 기재토록 되어 있는 경고문처럼 대부업체들이 광고를 할 때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높은 금리로 채무부담이 높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의무적으로 기재토록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아울러 머니, 캐쉬, 크레디트 등과 같이 대부업체인지 쉽게 알기 어려운 이름이 아니라 은행, 증권, 카드 등의 금융기관들처럼 회사명에 대부업을 반드시 붙이도록 의무화해 대부업체의 위험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한 달 무이자’ 등의 미끼광고도 다급한 소비자들을 현혹할 수 있으므로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둘째, 대부업광고에 대한 매체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매체사는 광고를 유통해 광고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광고내용에 대해 책임이 있다.
특히 방송은 공신력 있는 매체여서 방송광고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이용자들은 대부업을 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매체의 공공성을 감안하여 대부업에 대한 방송광고를 자제하여야 하며, 광고를 하더라도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방송광고심의규정’에서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식품, 의약품, 주류 등의 광고품목에 대해서는 품목별 광고심의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대부업 광고에 대해서도 이런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기준에는 표현과 등장인물에 대해 엄격한 기준과 지침이 있어야 한다. 대부업체를 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거나, 대부업체 대출을 부추기는 표현은 규제해야 한다. 유명인 등을 모델로 하는 광고도 규제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연예인 모델 광고는 친밀감과 호감 때문에 대학생, 청소년 등이 대부업에 대한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또한 대출이자 등 중요정보의 표시와 노출 크기 및 노출시간에 대한 규정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 포털, 신문, 지하철이나 버스 안 등에서 이루어지는 광고에 대해서는 사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없다. 따라서 사후에라도 허위 과장광고나 소비자 오도 광고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부업 광고는 방송이나 신문 등과 같은 기존 매체 중심이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이나 지하철 등의 광고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매체들도 광고유통업자로서 광고 내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전에 매체사가 자율적으로 광고내용과 표현 등에 대해 심의를 해 불법 허위광고가 게재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그리고 매체 관계 부처에서는 이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대부업체는 물론 매체에 대해서도 행정적 사법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대부업 관련법과 제도가 개정되기 전에도 여전히 피해가 늘고 있으므로 현재 규정이라도 엄격하고 까다롭게 심의해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 방송광고에 대한 심의를 맡고 있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현 ‘방송광고심의규정’만 제대로 적용해도 소비자를 오도하고 현혹하는 광고는 많이 줄일 수 있다. 특히 대부업 광고가 가진 사회적 파급과 영향을 감안하여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자치부, 금감원, 광역지방자치단체들도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현 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도 우선 이용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찾아야 한다.
아울러 대부업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 경제적 약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고질적으로 불법·편법광고, 허위·과장광고가 판을 치는 것은 정부 당국이 강력한 감시·감독을 통해 처벌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권한은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으나 전문성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실질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부업체를 금융기관으로 분류하여 전문성이 있는 금융 감독 기관에서 관리하고 상시적으로 불법이나 편법을 감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부업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 대부업체의 고금리 때문에 대부업 이용자들은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그들의 희생을 자양분으로 대부업체들의 이익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2006년 대형 대부업체들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에 따르면 시중 은행 평균에 비해 최고 30배가 넘는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고 한다. 따라서 대부업체의 이자율을 조금 낮추는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하여 대부업체의 수를 획기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이자율을 낮추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그나마 대부업체마저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신에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휴면예금을 활용한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고금리의 대부업 또는 사채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금운영이 가능하도록 사회연대은행 등을 활성화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려야 할 것이다.
현재 수천억 원에 이르는 금융회사들의 휴면계좌 잔액과 금융기관을 비롯한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출연 받은 기금을 이용하여 경제적 벼랑에 몰린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제도 등 대안 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끝>
2007년 5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