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4.24)
등록 2013.09.02 17:49
조회 290

 

 

 

조중동, ‘광우병 우려 소’ 수입이 마냥 좋은가
- 국민 건강, 알권리 내팽개친 수구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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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뼛조각 검출로 수입이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3년 5개월만에 재개됐다. 쇠고기 수입은 애초 FTA협상 의제가 아니었음에도 협상 타결에 목맨 정부는 ‘뼈있는 쇠고기 박스만 반송 한다’는 조건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
정부는 ‘뼈 없는 살코기면 안전하다’는 식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외면했지만 살코기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쇠고기 수입 기준은 ‘일관성’도 없다. 정부는 EU, 아르헨티나의 ‘수역사무국 기준에 따른 쇠고기 수입’ 요청은 거부한 바 있다. “유럽 광우병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수입 허용을 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제 73차 국제수역사무국(OIE)총회 결과보고’를 보면 정부는 살코기의 광우병 가능성을 인정했으며, 일본·대만 대표에게도 이러한 주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랬던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를 적용해 안전성에 대한 보장 없이 수입을 결정했는데도 24일 수구보수신문들은 광우병 우려나 검역절차의 문제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지난해 수입세관절차에서 뼛조각이 검출되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중단되었을 때도 이들 수구보수신문들은 단순보도에 그치는가 하면 ‘손톱만한 뼛조각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중단’됐다는 식의 기사를 쓴 바 있다.


조선일보는 24일 1면 <미국산 쇠고기 내달 초에 시판>에서 이번 수입으로 예상되는 쇠고기 값 하락 수준만을 단순 보도하는데 그쳤다.
<뒷문으로 들여온 미국산 쇠고기>라는 제목의 기자칼럼은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 검역작업을 공개하지 않은데 대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쇠고기 가격이 내려가는 등의 소비자 이익이 있음에도 왜 떳떳하게 처리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손톱만한 뼛조각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를 세 차례나 전량 반송한 것은 지나친 조치였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동아일보도 <축산농 年450억 부담 도축세 폐지 추진>이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축산농가에 대한 대책으로 도축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쇠고기 검역에 대해서는 박홍수 농림부 장관의 “미국산 쇠고기를 뼈까지 통과시키는 방식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언급하는데 그쳤는데,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걸러내면 문제가 없는 듯 호도할 우려가 크다.


중앙일보는 쇠고기 수입 재개를 다루지 않았다. <소값파동>이라는 칼럼 마지막에 축산농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 될 듯하자 다투어 소를 내다 팔기 시작해서 소값파동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덧붙인 것, 6면에 <한국에 온 미국산 쇠고기>라는 사진 기사를 실은 것이 전부였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날 총 4건씩의 기사를 실어 수입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관련 우려와 검역문제, 대안들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겨레는 특히 한국과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절차를 비교하면서 국내의 허술한 검역실태를 제기했으며, 경향은 이번에 수입되는 미 쇠고기가 작년 11월 뼛조각이 발견돼 ‘수출중지’되었던 회사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국제기구엔 “위험”…국내선 “안전” 딴소리>, <“미 앞에서만 약한 한국”>라는 기사에서 미국에게만 관대한 쇠고기 수입 기준을 자세히 비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과정상의 문제나 안전상의 문제에 있어 단순보도로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뼈있는 살코기도 광우병 우려가 있고, 검역 기준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원산지 표시는 시중 음식점의 0.7%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마저 제대로 시행되는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수구보수신문들은 광우병 우려와 검역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절 외면하고, ‘값싼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 ‘축산농가 피해 대책을 마련했다’는 식의 보도만 내보내고 있다.


수구보수신문들에게 촉구한다. 정말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고, 우리의 검역절차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미국 소가 무엇을 먹고 자라며 어떻게 도축되고 검역되는지, 광우병이 무엇이며 그 원인은 무엇으로 추정되는지 등등 국민들이 쇠고기를 선택하기 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제 나라 국민들의 건강과 알권리를 무시하면서 ‘메이저 신문’을 자처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끝>


 

2007년 4월 2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