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공방송운영법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KBS 비난 발언’ 관련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9.02 16:57
조회 304

 

 

 

KBS·EBS의 공공기관법 적용 제외 요구는 정당하다
 
.................................................................................................................................................

 

 


20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KBS 프로그램을 ‘자사이기주의’ 등으로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KBS가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프로를 방영했는데 이는 자사이기주의와 전파남용의 예”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16일 국회의원 61명이 KBS와 EBS를 공공기관운영법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한 데 대해 “힘을 가진 집단의 횡포가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해당 부처에서 적절히 잘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청와대는 공공기관운영법의 본 뜻이 KBS의 ‘경영합리화’,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윤승용 홍보수석은 “KBS는 정부가 100% 출자했고, 시청료를 징수하고 있는 기업인데 정부가 이에 대한 예산 집행, 방만한 경영여부 등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안하는 게 직무유기”라는 주장까지 폈다.


우리는 대통령이 공공기관운영법에 KBS·EBS가 포함된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KBS·EBS를 이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KBS 뿐 아니라 시민운동단체, 언론노조 등의 공통된 목소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KBS·EBS가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우리는 누차에 걸쳐 그 이유를 밝혀왔다.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은 KBS가 ‘공기업’으로서 경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로부터 감시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리도 KBS가 방만한 경영을 개혁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주체가 기획예산처와 같은 정부 부처가 된다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운영법은 공공기관이 기관장, 비상임이사 등을 선임할 때 기획예산처 장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하고 경영과 관련한 주요 사안에 대해 공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이 법의 15조는 기획예산처 장관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기능과 규제의 적정성을 점검”해 ‘변경’을 명령할 수 있도록 돼 있다.
KBS·EBS를 법 적용 대상에서 분명하게 제외하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의 기능을 변경시킬 권한까지 일개 부처의 장이 갖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경영 투명성 운운하며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전락시키는 법을 합리화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주지하다시피 공공기관운영법 이전의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과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에는 KBS와 EBS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으며, 이는 민주화의 성과가 방송 분야에 반영된 결과이다.
또 KBS는 이미 방송위원회와 국회, 감사원으로부터 규제를 받고 있다. 물론 공영방송에 대한 현재의 규제 틀이 경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완전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부처가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다. ‘경영 효율성’의 가치가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본 원리를 깨뜨릴 수는 없다.


우리는 왜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지금까지 공영방송을 다른 공공기관과 구별해 왔던 취지와 맥락을 무시하면서까지 공공기관운영법을 밀어붙이려드는지 그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다. 민주주의와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의 부재인가? 아니면 KBS에 대한 ‘특별한 불만’이라도 있는 것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에서 KBS·EBS를 제외해야 한다는 것은 KBS의 ‘자사이기주의’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바라는 대다수 시민사회단체와 언론현업단체들의 일치된 목소리이다.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법을 합리화하고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KBS를 부당하게 비난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공공기관운영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끝>

 


2007년 3월 2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