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의 방송개방 압박에 대한 정부의 ‘개방불가’ 표명을 촉구하는 민언련 논평(2007.3.15)
‘방송 퍼주기’ 절대 안된다
- ‘CNN 한국어더빙 요구’의 정치적 의도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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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타임워너 자회사인 TBS(Turner Broadcasting System)가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9일 리처드 파슨스 회장의 ‘CNN 한국어 더빙 방송검토’ 발언을 부인했다.
터너는 보도자료를 통해 파슨스 회장이 “CNN 한국어 방송을 론칭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CNN은 외국의 뉴스채널이 한국어로 더빙해 재송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방송법을 알고 있으며 CNN은 이러한 규정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보도한 YTN은 “당시 접견 현장을 취재했던 일부 청와대 담당 기자들은 파슨스 회장의 CNN을 한국어 방송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타임워너 측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해온 방송개방 압박의 수위와 내용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타임워너 측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 또 한 두 사람도 아닌 기자들이 입을 맞춰 없는 사실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청와대가 파슨스 회장의 발언에 대해 분명한 사실 관계를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정부는 미국이 방송개방 문제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 지금이라도 우리 방송업계 인사들을 만나 미국의 방송개방 요구를 수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제대로 들어보아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미국이 ‘CNN 한국어 더빙’을 압박하는 데 있어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우려스럽다.
8차 협상이 진행되는 시기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 방송업계 인사를 노 대통령이 만나준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 자리에서 특별히 ‘CNN 한국어 더빙’ 문제가 언급된 이유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혹여 미국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도채널 확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 하겠다’는 의도로 ‘CNN 한국어 더빙’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정부는 미국이 왜 CNN 한국어 더빙 문제를 끝까지 집착하는지 그 배경과 의도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덧붙여 우리는 ‘CNN 한국어 더빙 허용’을 비롯한 미국의 방송개방의 요구에 대해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 방송들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방송개방 요구는 바로 방송사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지상파 방송들은 적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MBC는 파슨스 회장의 발언과 이에 대한 시민사회, 언론계의 반발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미국의 방송개방 요구는 방송주권, 문화다양성 차원에서 수용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지금이라도 방송사들은 미국의 방송개방 요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취재하고 파헤쳐 국민들에게 알려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끝>
2007년 3월 1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