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이사회의 보수 인상 결정’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3.14)
KBS 이사회의 ‘자기 보수 올리기’, 소탐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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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가 올 1월부터 이사장 및 이사들의 활동경비를 100% 인상하는 등 이사들의 보수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사장의 경우 월 활동경비를 신용카드로 120만원 지급하던 것에서 현금 120만원을 추가 인상했고, 이사들의 활동경비도 100% 인상했다고 한다. 또 회의 참석 수당도 회당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50%를 올렸으며, 조사연구 활동비 역시 이사장은 월 332만원에서 382만원으로, 이사들은 182만원에서 232만원으로 각각 50만원씩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 이사회 측은 “월 조사연구수당 182만원과 회의참석 수당 20만원은 5년 전인 2002년에 정해진 것으로 타 기관 비상임이사 수준에도 못 미친다”, “2007년도 수시배정예산에 이사회 수당 조정 예산을 반영했고,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올해 1월부터 조정했다”며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지금 KBS 이사회가 한가하게 자신들의 보수나 인상하고 있을 때인가? KBS 이사회의 ‘자기 보수 올리기’는 지금 자신들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책무가 무엇인지를 망각한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방송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KBS가 공적 가치를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KBS의 ‘방만한 경영’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KBS가 자기 혁신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해 가야할 때에,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이사회가 자신들의 보수를 올린다는 것이 될 말인가? 더욱이 KBS 이사회는 KBS의 경영을 감시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뚜렷한 명분도 없이 자기 보수부터 인상해 놓고 어떻게 KBS의 경영을 꼼꼼하게 따지겠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라 KBS 이사회는 KBS가 공영방송의 위상과 가치를 확립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데에도 앞장서야 한다. 특히 KBS가 공영방송에 걸맞는 공적 재원구조를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KBS가 공적 재원구조를 확립하려면 ‘수신료 현실화’와 같은 국민적 동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과제를 놓고 KBS는 감사시스템의 합리화를 비롯해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립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KBS 이사회가 자신들의 ‘보수 늘리기’부터 서둘렀다는 사실을 접하며 우리는 KBS 이사회가 ‘공영방송 KBS의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과 합리적 구상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이번 이사 보수 인상은 ‘이사회의 권위 실추’로 이어져 이사회의 내부갈등 해결능력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 지난 몇 년 간 KBS는 심각한 노사 대립을 겪어 왔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정연주 사장과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과거의 대립구도를 극복하고 ‘공영방송의 공적 가치’를 높이는데 함께 노력하려면 KBS 이사회가 ‘권위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때에 이사회가 자신들의 보수를 올려 노조의 비판을 받고 권위를 실추시킨 것은 참으로 ‘소탐대실’하는 처신이다.
이제라도 잘못된 ‘자기 보수 올리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보수 인상 결정을 철회하기 바란다. <끝>
2007년 3월 1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