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주택법개정안 입법 관련 조선·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토지정의시민연대 ‘부동산보도모니터팀’ 논평(2007.3.5)
등록 2013.09.02 16:31
조회 299

 

 

 

주택법개정안 무산시키려 한나라당 꾸짖는 <조선>·<중앙>
 
.................................................................................................................................................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주택법개정안을 끝까지 반대하지 않고 통과시키려 한다며 한나라당을 꾸짖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1일자 신문 5면에 <부동산 앞에선 작아지는 한나라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중앙일보는 3월 2일자 신문에서 <반시장적 주택법에 눈감은 한나라당>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기사들은 모두 주택법개정안이 국회 건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데 대해 한나라당을 질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일보, “부동산 부자 옹호당 비난 감수하라”
기사의 제목 <부동산 앞에선 작아지는 한나라당>에서도 드러나듯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주택법개정안 반대’를 압박했다. 이 기사의 작은 제목도 <정부案 거의 그대로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그동안 10여 차례 ‘反시장적’ 반대하다 ‘부자 옹호당’ 매도 여론 의식해 물러서>로 달았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가 그동안 1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며 한나라당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위헌 논란이 있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반대하다가 실제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부동산부자 옹호당’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법안을 막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이 기사 바로 아래 부분에 “주택법 개정안 통과되면…분양가 내려 집값 당분간 보합세 예상…중장기적으론 공급 부족→ 가격 반등”이라는 제목의 상자(Box)기사도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부동산정보 관계자 두 명의 발언을 인용해 “전문가들은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집값 보합세 지속을 점치면서도 중장기적 공급 부족과 가격 반등을 우려했다.”면서 ‘주택법개정안 때문에 건설사들의 공급이 부족해져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논리로 주택법개정안을 흔들었다.


<중앙>, 주택법개정안 처리는 “정부여당의 포퓰리즘에 가담한 것” 비난
한편 중앙일보도 3월 2일자 신문에 <반시장적 주택법에 눈감은 한나라당>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는데, 이 내용도 조선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처럼 주택법 개정안이 민생법안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입법을 눈앞에 두게 된 데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의 탓이 크다.”며 한나라당이 주택법개정안을 반대하지 않은 것을 호되게 질타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 법안을 두고 ‘반시장적’이라며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고, 박근혜 전 대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작 입법 절차에 들어가자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은근슬쩍 합의해 버리고 말았다.”, “이 법안이 안고 있는 반시장적 내용의 문제점과 시장 왜곡의 부작용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선동적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가담한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꾸짖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이 같은 한나라당의 무원칙·무소신·무분별한 기회주의적 행태를 여러 차례 보아왔다.”면서 행정수도 문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에서 한나라당이 정부여당에 ‘밀린 것’을 비난하고 “이런 식으로 끌려 다닐 바에야 그동안 숱한 반시장 정책으로 실패한 정부나 열린우리당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다그쳤다.


아울러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시장’ 운운하면서 친절하게도(?) 건설사들의 이익감소를 걱정해주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주택법 개정으로 민간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현재 43 대 57인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공급 비율을 57 대 43으로 역전시키겠다”고 말했다며 “시장을 무너뜨려 놓고 그 공백을 정부가 대신 메우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입법의 부작용과 폐해는 고스란히 다음 정권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나라당이 수권정당을 자임한다면 스스로 원칙을 지키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면서 끝까지 부동산부자와 건설사의 이익을 옹호하는 행태가 ‘원칙을 지키는 일’인양 호도했다.


우리는 한나라당을 몰아붙이면서까지 주택법개정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 과연 집값안정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감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가 결국 주택공급 감소로 나타날 것이고 이는 다시 주택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주장은 실증적 자료를 통해서도 사실이 아님이 증명된다.


통계를 보면, 원가연동제(분양가상한제) 시기에 해당하는 92년부터 96년 사이의 주택건설 실적은 총 310만4854가구로, 매년 평균 62만971가구의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 시기 즉 분양가상한제가 철폐된 시기인 1999년부터 2004년 사이의 실적은 총 308만3780가구로 매년 평균 51만3963가구의 실적을 보여 오히려 매년 10만7천 가구가 줄어들었다. 즉 분양가상한제가 주택공급물량의 핵심변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분양원가 공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동안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쉽게 폭리를 취해 온 건설회사들이 분양원가공개를 통해 이윤율이 조금 줄어든다고 해서 주택공급을 줄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정경유착 및 부패 근절, 건설회사의 경쟁력 재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소비자와 집값안정은 안중에도 없고 공급자와 건설사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으니 이참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차라리 ‘건설 업계 신문’으로 나서는 것이 어떻겠는가?<끝>

 


2007년 3월 5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