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전군표 국세청장 월간중앙 인터뷰 관련 주요 언론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세무조사 보복취재’, 진상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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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를 받는 언론사가 국세청과 청장에 대한 ‘보복취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지난 23일 배포된 월간중앙 3월호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한 언론사가 “기자들을 동원해 국세청의 동향을 취재하고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 “국세청장의 뒷조사까지 한다”고 밝혔다. 전 청장은 “언론사 사주의 상속․증여세 문제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왜 편집진 쪽에서 압력을 넣는가”, “그것은 사주에 대한 과잉충성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청장은 인터뷰에서 어떤 언론사가 어떻게 압력을 행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언론사는 조선일보, 매일경제, KBS이며 이 가운데 사주의 상속․증여세 조사 받고 있는 언론사는 조선일보라는 점에서 전 청장이 언급한 문제의 ‘한 언론사’가 조선일보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온갖 왜곡보도를 동원해 흔들기 해왔다.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5년 만에 다시 조선일보 덮친 세무조사’ 운운하며 해묵은 ‘언론탄압론’을 폈다. 전 청장의 ‘보복취재 주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조선일보의 이와 같은 고질적 행태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한겨레신문의 확인취재에서 사실을 부인했다고 한다. 결국 전 청장과 조선일보 중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인데, 만약 전 청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세청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세무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보복취재’ 한다는 것은 언론이기를 포기한 행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사주를 ‘방어’하기 위한 ‘보복성 취재’라면 그 신문은 언론의 자유, 편집의 자유를 포기하고 사주의 이익을 위해 신문지면을 악용하는 ‘사익추구집단’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전 청장이 애매한 표현으로 ‘보복취재’에 불만을 나타낼 것이 아니라 자신과 국세청이 겪었다는 ‘보복취재’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 여기서 어물쩍 넘어간다면 ‘언론권력’이 국가기관의 정당한 세무조사를 방해하는 데도 ‘언론권력’의 영향력이 두려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언론들도 적극적인 취재를 통해 전 청장의 발언의 진위를 밝힐 책임이 있다. 진실을 밝혀 전 청장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동업자 의식’을 버리고 언론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사를 엄중하게 꾸짖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전 청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고위 공직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인터넷언론을 비롯한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전 청장의 충격적인 발언 자체를 의제로 삼지 않고 있다. 특히 신문과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우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정도가 전 청장의 발언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신문이다.
한겨레신문은 24일 1면<“세무조사 언론사, 국세청장 뒷조사”>와 3면<세무조사에 기자 동원 ‘보복취재’ 했나> <“권력기관 다 망해 공권력 안먹힌다”>, 26일 2면<세무조사 넉달간 팽팽한 대립/상속․증여세 조사 “정당-탄압”>에서 전 청장의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26일에는 사설 <국세청장은 구체적인 압력 내용을 밝혀라>를 실었다.
사설은 “언론의 취재·보도 행위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며 “언론이 사주를 위해 매체와 소속 기자를 동원했다면 이는 파렴치한 짓”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규제받지 않은 언론 권력의 힘이 그 정도로 커지고, 그 힘에 바탕한 횡포가 이 지경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26일 2면 기사 <“사주 세무조사에 기자들 내 뒷조사”>에서 “검찰․경찰․국정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릴 만큼 힘 있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는 국세청에 압력을 넣고, 그 조직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보복성 뒷조사를 벌이는 언론사가 어디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며 전 국세청장의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과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진행과정을 간단하게 실었다.
지상파 방송 중에는 MBC만 24일 <뉴스데스크>에서 전 청장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언론들의 외면 속에 이번 사건이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공방’이나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언론계 전체의 신뢰와 위신을 한 번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법에 따라 진행된 세무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지면을 악용하려 든 언론사도 문제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언론들의 태도 역시 ‘초록은 동색’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우리는 거듭 전군표 청장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것과 그에 따른 응분의 법률적 도덕적 책임도 엄중하게 물을 것을 촉구한다. <끝>
2007년 2월 2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