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 관련 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1.31)
동아일보, 기자 내쫓고 ‘독재정권에 저항’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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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언론민주화의 진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진실화해위원회 흔들기’에 나섰다.
오늘(31일) 동아일보는 사설 <反화해 과거사委 본색 드러내기>를 싣고 과거사위원회가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대한 판결문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본보는 유신정권에 저항하다 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백지광고 사태를 겪었다. 그럼에도 이번 판사 명단 공개가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은 진정한 화해에 역행한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파렴치한 주장을 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해 ‘재판관 실명 공개’만 의제로 삼아 “反화해”, “정략적 의도”, “편가르기” 등등 억지 주장을 편 것도 문제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백지광고 사태의 진실’까지 멋대로 끌어다 붙이는 행태는 그야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동아일보가 “유신정권에 저항”하다 겪었다는 이른바 ‘백지광고 사태’는 동아일보가 쫓아낸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 운동에서 비롯된 것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중앙정보부 요원의 언론사 상주와 편집권 간섭 등을 거부하는 ‘자유언론실천선언’에 나섰다. 그러자 정권은 광고주들에게 동아일보사에 광고를 주지 못하게 했고 이 때문에 ‘백지광고 사태’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지지 광고를 통해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 투쟁을 성원했지만 동아일보사는 유신정권과 한 편이 되어 75년 3월 17일 자유언론실천선언에 나선 113명의 언론인을 쫓아냈다. 어디 그 뿐인가? 당시 동아일보는 지면을 통해 자유언론 수호투쟁에 나선 언론인들에 대해 “일부 과격한 사원들의 제작 방해” 운운하며 사태의 진상을 호도하려 들었다. 그리고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자신들이 쫓아낸 언론인들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도대체 누가 유신정권에 저항했고, 누가 탄압을 받은 것인가?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는 언론인들을 쫓아냈던 동아일보가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백지광고 사태’를 자신들의 ‘민주화운동 전과’로 내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과거청산 작업을 공격하는 데 악용한단 말인가?
당시 동아일보가 쫓아낸 언론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민언련의 전신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이다. 우리는 ‘백지광고 사태’의 진실을 왜곡하는 동아일보의 행태를 접하며 우리의 낯이 뜨거워질 정도의 모욕감을 느낀다. 아울러 철저한 과거청산이 왜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동아일보의 오늘 사설은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피해자’인 양 나서는 적반하장과 역사 왜곡을 더 이상 방관해서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현재 진실화해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시절 동아일보 광고탄압과 대량 기자해직 사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는 진실화해위원회가 ‘동아일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주기를 당부한다.
덧붙여 재판관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조차 “反화해”라며 과거청산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동아일보에게 거듭 촉구한다.
잘못된 판결을 한 사람들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면 국민들은 누구와 ‘화해’를 해야 한단 말인가? 또 반성할 사람들이 최소한의 반성을 하지 않는데 국민들은 무조건 ‘용서’부터 해야 하는가?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 “反화해”, “정략적 의도” 운운하며 과거청산 작업을 흔드는 일을 즉각 멈추기 바란다. 지금 동아일보가 벌이고 있는 ‘언론민주화의 역사 왜곡’, ‘진실화해위원회 흔들기’가 모두 후대에 청산해야 할 과거로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끝>
2007년 1월 3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