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뉴스데스크 18일 보도 <의경 동반 탈영>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7.1.19)
근거 없는 경찰주장 이렇게 막 다뤄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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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새벽 4시 반 쯤 서울경찰청 3기동대 소속 송 모 일경과 이 모 일경이 화장실 창문을 넘어 부대를 이탈했다. 이들은 2006년 4월에 입대한 동기생으로, 보도에 따르면 신촌 일대에서 돈을 인출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추적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MBC 뉴스데스크가 18일 <의경 동반 탈영>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며 두 사람의 ‘탈영 이유’를 ‘한미FTA반대 시위 진압’에 따른 ‘격무’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보도는 “이들이 탈영한 이유에 대해 과중업무 때문일 것이라고 경찰은 말한다”며 “최근 이 부대가 FTA반대집회 때문에 자주 출동하는 바람에 의경들이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경찰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또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FTA집회 끝나면 돌아오지 않을까…자기네도 알거든 15일 지나면 형사 고발되게 돼 있어요”라는 부대지휘관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이 의경 탈영의 책임을 ‘한미FTA 반대집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섣부르고 일방적인 주장이다. 두 의경이 탈영한 시점은 지난 10일이다. 당시에는 소규모 촛불집회 외에는 FTA 관련 시위가 없을 때였고, 촛불집회도 매주 수요일 한 차례만 개최되고 있었다.
또 설령 경찰이 두 의경의 탈영 원인으로 ‘FTA반대 집회’를 지목했다고 하더라도 기자는 그 주장이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의 발언 외에 다른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반FTA시위 탓’을 무비판적으로 전한다면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다.
한편 이 보도에 앞서 앵커는 “전의경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단독 취재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보도는 ‘야간에 당직관 직원이 행정반에만 있고 위병소에는 없다’, ‘사복을 구하기 쉬워 탈영이 어렵지 않다’는 요지의 인터뷰와 ‘전·의경 관리가 쉽지 않다’는 부대 책임자의 무책임한 발언을 전하고 “손쉽게 부대 울타리를 넘는 전의경들. 하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다”라고 마무리 하는 데 그쳤다.
전·의경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살률이나 탈영률이 일반 군인의 배에 달한다고도 한다.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좁은 버스 안에서 장시간 대기, 구타·폭행 등 인권유린, 집회 차출의 경우 지휘관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 등등이 전·의경들의 정신적·육체적 압박을 가중시킨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에서 나서 전·의경의 처우 및 인권 개선에 조직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해법까지 제시되고 있다.
우리는 MBC가 꼼꼼하게 전·의경들의 현실을 취재했다면 ‘반FTA 시위’ 때문에 두 의경이 탈영했다는 경찰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탈영 원인을 보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반FTA 시위를 봉쇄한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시민들의 통행에까지 불편을 주는 과잉대응이 전·의경들의 근무 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지금 정부는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미국 퍼주기’ FTA를 강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FTA 시위는 최소한의 국익이라도 지키려는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들의 안간힘이다. MBC가 정부의 부실 협상을 비판하기는커녕 의경 탈영에 반FTA 시위를 끌어들이는 경찰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다뤘다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MBC 뉴스의 각성을 촉구한다. <끝>
2007년 1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