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성호 법무장관의 상법 개정안 재검토 발언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재벌 이익 관철 위해 ‘법무장관 띄우기’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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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앙일보가 느닷없이 지난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 재검토’를 언급 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보도하며 김 장관 띄우기에 나섰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 과거 분식회계를 고백하는 기업에 대해 형사 처벌을 면제하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또 새해 들어서는 상법 개정안 중 ‘이중대표소송제’, ‘회사기회유용금지’ 등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더니 11일 전경련 주최 간담회에서는 “재계의 얘기를 상법 등 경제 관련법을 만드는 데 참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18일 3면 <“상반기 시행 위해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 재계 반대하면 도입 재검토”>에서 김 장관이 주도하는 이른바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작은 제목도 <법무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기업 눈높이에 맞춘 정책>이라고 호의적으로 달았다.
기사는 “법무부가 김 장관 주도로 ‘기업 하기 좋은 법적 환경 조성’을 적극 추진 중”이라며 “(김 장관이) ‘유연한 기업관’을 강조하면서 법무부의 분위기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법무부가 ‘상법 쟁점사항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상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서 사회적 합의와 설득을 보다 중요시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법 개정안을 ‘재검토’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처럼 추켜세운 것이다.
같은 날 사설 <기업 규제 푸는 데 앞장서는 법무부>에서도 중앙일보의 ‘김 장관 띄워주기’가 계속됐다. 사설은 “법무부가 변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탐방하고, 기업을 지나치게 옥죄는 것으로 평가받는 상법개정안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며 “기업의 그늘진 곳을 캐는 데 열중하던 과거의 법무부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그 중심에는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과거 분식회계를 고백하는 기업은 형사 처벌을 면제하겠다고 했고, 전·월세 인상률을 5%로 묶는 여당의 제안을 재산권 침해라며 거부했다”며 “시무식 때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정작 그 일을 해야 하는 경제부처의 수많은 코드 장관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경제부총리와 공정거래위원장을 ‘코드장관’이라고 비난하면서 “경제부처들은 허울 좋은 코드를 털어 버리고, 법무부의 실용적 정책관을 본받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동참하기 바란다”고 ‘친재벌 정책’에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사실 ‘김 장관 띄워주기’식 보도행태를 보인 것은 비단 중앙일보만은 아니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미 6일과 9일에 사설과 기사, 칼럼을 통해 김 장관을 띄우며 상법개정안 재검토를 추켜세운 바 있다.
조선일보는 6일 사설 <정부 안에 “NO”라 말할 장관이 필요하다>에서 김 장관의 ‘친재벌 행보’를 ‘소신’으로 추켜세웠다. 9일에는 최홍섭 산업부 차장대우가 칼럼 <조선데스크-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드는 남자>을 통해 김 장관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를 띄웠다.
동아일보도 6일 사설 <김성호 장관과 강봉균 의원이 옳다>에서 김 장관을 칭찬하며 이중대표소송제 등의 폐지를 주장하는 한편 <소액주주 소송 “신경 쓰이네요”>(37면)라는 기사에서는 소액주주들이 경영 판단에까지 ‘대표소송’을 남발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몰았다.
이와 같은 조선, 동아일보의 ‘김성호 띄워주기’에 자극을 받았는지 중앙일보가 뒤늦게 나선 것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친기업적 행보’를 이처럼 일방적으로 띄워주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재벌 주최 행사에서 재계의 입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재검토 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할 것이다. 더욱이 김 장관이 검토하겠다는 상법 개정안은 잘못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그마저도 입법 과정에서 애초 개정 취지가 대폭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이 문제로 꼽은 ‘이중대표소송제’는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대표소송제’를 상법상의 ‘모자회사’로 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재벌그룹 내에서 부당지원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혀도 ‘상법상의 모자회사(지분률 50%초과)’로 성립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기회유용’은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지배주주를 비롯한 경영진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로채는 것을 말한다. 상법 개정안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기회유용 금지’를 포함시켰는데, 정작 이런 의무를 지켜야 할 대상을 ‘등기이사’로 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회사기회유용으로 개인적 이득까지 누리는 지배주주는 포함하지 않았다.
상법 개정안에서 이런 내용마저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재검토 하겠다는 것은 회사와 주주가 입을 수 있는 피해는 아랑곳없이 사주들의 이익만 옹호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수구보수신문들은 상법 개정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서 그저 ‘기업 옥죄기’라고 몰아붙이면서, 상법 개정안을 재검토 하겠다는 장관의 행보를 낯 뜨거울 정도로 추켜세우고 있다.
이러니 ‘친재벌신문’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이 재벌들의 ‘반칙’을 감시하기는커녕 재벌들의 ‘홍위병’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사회의 크나 큰 불행이다. 적어도 읽는 사람이 부끄러울 만큼 노골적인 띄워주기 기사는 자제하는 상식을 보여주기 바란다. <끝>
2007년 1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