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1월 12일 사설 <반 시장주의에 주눅든 경제부총리>에 대한 민언련·토지정의시민연대 ‘부동산보도모니터팀’ 논평(2007.1.15)
‘서민’ 내세워 건설업계 이익 옹호하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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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 1월 12일 <반 시장주의에 주눅든 경제부총리>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정부가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부분적으로 아파트분양원가 공개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비난하는 내용이다. 사설은 “주택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원가공개는 건설시장을 위축시키고 주택공급을 줄여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그때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서민이다. 이 정권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외눈박이 부동산 정책을 고집하는 한 서민들의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라면서 원가공개가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급자만 대변하고 소비자는 외면하는 조선일보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파트분양원가 공개가 주택시장을 교란하여 시장원리를 어긴다고 한 조선일보의 주장은 오히려 시장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장이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소비자가 생산자에 대한 정보와 생산자가 생산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알고, 독과점이 아닌 자유경쟁을 통해 다양한 제품 중에서 선택한다는 전제하의 이야기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주택시장은 이런 기본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 불완전한 시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김양수 의원은 13일 부산일보를 통해 아파트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파트가 분양될 때 미완성품을 판매하는 것이므로 내구재, 철골, 배관 등 이면에 있는 가격결정 요인들을 소비자들이 전혀 모르는 현실을 수정하기 위해 분양원가 공개가 필요하다며 “수요자와 공급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적정한 가격을 판단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친시장적 행위”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현재 아파트가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과정에서 시행사의 설립이나 폐지가 너무 쉬워 부정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나 시공사끼리 분양가 담합행위가 일어나는 상황 등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시장친화적인 부동산정책, 특히 주택정책을 지향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분양원가 공개를 ‘반시장적’인 것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조선일보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친시장적인 부동산정책’과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심각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원가공개를 넘어서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 제시했어야
한편 정부가 밝힌 아파트분양원가 공개는 아파트원가를 구성하는 60개 항목 중 7개 항목만을 공개하는 등 부분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기업이 부담을 느끼지 않아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공개가 실효를 거두려면 오히려 아파트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7가지가 아니라 좀 더 세심하게 검토한 후 항목을 늘려야 한다. 조선일보 등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공개로 인해 혹시라도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제한하려 한다는 논리를 펴지만 기업은 시장이 제공되기만 하면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에 적정 이윤만 보장되면 원가를 공개해도 사업을 하게 되어 있다고 건설업에 정통한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안정을 기대한다면 보다 철저한 분양원가공개 실시를 요구해야 한다. 말로는 서민을 걱정하면서 서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다.
물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만을 통해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분양원가를 공개해서 저렴한 분양가에 주택을 공급해도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주택시장은 늘 불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기가 가능한 원인은 바로 주택을 지을 때나 짓고 난 후의 주택가격상승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상승의 주요원인이 토지가치의 상승이다. 토지가치 상승은 사회발전의 가치가 땅에 반영되어 생기는 것으로서, 이는 사회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이므로 이 모든 것을 토지 소유자가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 주택가격 상승은 곧 주택시장의 일부이자 근본인 토지에서 생겨난 이익이 주택가격에 반영되어 주택 소유주에게 독점적으로 향유되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주택시장을 건강하게 하려면 바로 토지로부터 생겨나는 불로소득을 시장을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환수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이고, 그 일환이 바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을 통해 투기 심리를 사전에 억제하고 분양원가공개를 통해 분양가 자체를 인하하는 효과를 거둔다면 집 없는 서민들이 현재 분양가 시세의 반값 아니 4분의 1값으로 집을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택을 자산축적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공간으로써 이해하고 이용하기 원한다면 장기간에 걸친 토지임대를 통한 분양 건물에서 이전의 두려움 없이 원하는 기간만큼 오래 살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주택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진정한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길 바란다.
조선일보가 ‘시장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고 지향한다면 지금이라도 무엇이 시장친화적인 것인지, 어떻게 해야 부동산 정책이 시장 친화적으로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해 보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칙을 들이대면서 무조건 주택공급을 늘려야 가격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왜냐하면 전국의 주택보급률(공급률)은 이미 100%를 초과하여 106%에 달하지만 전체 세대의 44%가 집이 없는 반면, 5%에 불과한 다주택 보유자가 전체 주택의 21%나 소유하고 있을 만큼, 주택 소유의 편중도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급이 부족하다면 이는 투기수요를 충족시킬만한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으로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주택으로부터 발생하는 투기수요를 원천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주택은 언제든지 투기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공급량이 충분해도 실수요자들의 수요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설령 아파트분양원가가 공개되어서 저렴한 분양가의 아파트가 공급되어도 투기수요의 대상이 되어 서민들마저도 주택을 주거의 공간이 아닌 투기성이 있는 상품으로만 여기게 되어 주택시장이 근원적으로 불안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시장의 기능을 인정하면서 투기수요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부동산의 근거가 되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시장에서 통용하는 지대를 통해 원천적으로 환수하는 길이다. 즉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고 아울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인하하는 패키지형 조세개혁이 그 길이다. 이를 위해선 토지보유세 실효세율을 적정선까지 강화하는 한편, 생산, 유통, 소비, 소득, 부 등에 대한 (준)조세는 최대한 감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1가구 다주택자들, 불로소득을 얻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유한 주택ㆍ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서 주택시장을 포함한 부동산 전체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주택을 새로 짓지 않고도 엄청난 공급확대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 감면으로 창업 등 생산 활동이 촉진되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고, 더 나아가서 부동산으로 인한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다.
조선일보는 말로만 “서민”을 위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안정된 주거공간을 얻을 수 있는 ‘진짜 시장친화적 정책’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걸핏하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반시장주의’로 몰아붙이는 정책들이 어떤 의미인지 차분히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끝>
2007년 1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 토지정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