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조실 방통위 설립법안 관련 민언련 논평 (2006. 12. 28)
참여정부는 기어이
‘방송통신의 공공성을 훼손한 정권’으로 남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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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방송통신융합 논의를 파탄 낼 작정인가?
오늘(28일) 국무조정실이 차관회의에 올리겠다며 ‘수정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법안의 요지를 공개했다. 국조실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한 내용을 반영했다’고 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핵심 조항들을 사실상 그대로 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국조실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 부위원장(2인), 상임위원(2인) 등 모두 5명으로 구성하되, 상임위원은 사회 각계의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관련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안을 내놨다.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발상이다. 도대체 ‘각계 대표성을 반영하는 관련단체’란 어떤 단체들을 말하는 것인가? 또 2명의 상임위원으로 어떻게 ‘각계’의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조실이 말하는 ‘관련단체’에 학계나 법조계 등만이 아니라 ‘고위공무원’과 방송통신 등 업체 임원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관료집단과 기업집단을 ‘각계’로 포장해 놓은 것이다. 국조실은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들이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보장 방안을 요구한 것에 대해 이런 식의 얕은 술수를 부려 놓고 마치 여론을 수렴한 양 호도하고 있다.
또한 국조실은 방통위를 정부조직법상의 중앙행정기관으로 두되 “방송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여 방송의 독립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방통위의 독립성과 위상을 보장하는 데 실효성이 없는 편의적인 발상이다. ‘방송에 관한 사항’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도 애매하지만 방송과 관련되지 않은 통신 영역의 정책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을 적용하겠다는 발상이 더 큰 문제다. 통신과 관련한 사항, 방송통신의 경계 영역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방통위의 독립성과 위상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방통위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고, 조직만 비대하게 키우게 된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우정업무 제외’ 역시 “한시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으로 남았다.
게다가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제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과 취지 자체를 부정하면서 위원회를 ‘방송통신부’나 국무총리소속의 위원회로 두어 국무총리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법안 심사 의견을 국조실에 냈다고 한다. 한마디로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한 그간의 모든 논의를 무력화시키는 주장이자 ‘방송 독립성’, ‘방송통신위원회 직무독립성’ 등 방송통신 융합 논의를 위한 최소한의 개념조차 이해 못한 주장이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조실의 방송통신위 설치 법안에 반대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방송위는 “정부가 차관회의가 열리는 28일 당일까지도 정부쪽에서 수정한 방통위 설치법안 내용을 방송위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차관회의 석상에서 정부의 최종적인 수정법안을 처음 보게 되는데 이렇게 되서는 제대로 된 의견개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차관회의 불참까지 선언했다.
우리는 국조실의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철학 부재와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법안 추진 행태,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나선 법제처의 법안 심사 결과를 확인하면서 과연 참여정부 아래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구성 논의가 더 이상 가능할 것인가 하는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
국조실은 거센 비난을 받았던 초안을 일방적으로 ‘변조’해 차관회의에 제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12월 29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2007년 1월 초순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로부터의 의견수렴과 동의는 고사하고 정부 부처들 사이의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을 못 박아 추진을 공언하는 것 또한 졸속이고 독선이다.
그동안 우리가 국조실의 방통위 설립 법안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확인한 것은 오직 국조실이 방통위 설립을 비롯한 방통융합 논의를 끌어갈 수 없는 조직이라는 사실 뿐이다. 국조실은 정통부와 경제관료들의 편에 서서 ‘경제관료의 사고’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논의를 무력화 시켰고, 민주적인 논의 절차를 무시한 채 사실상 정통부의 이름만 바꿔 방송 관련 정책을 넘겨주는 황당한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국조실의 일련의 행태와 방통위 설립 논의의 파행이 단지 몇몇 관료들의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철학 부재나 부처 이기주의에서만 기인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것은 참여정부와 그 주도세력들이 방송통신 융합을 민주적으로 추진해 갈 능력과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이른바 ‘개혁세력’들은 방송통신 융합을 오직 ‘산업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경제 관료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는커녕 그들에게 포위되어 방송통신의 ‘공적 가치’가 무엇인지, 이 가치를 살리는 것이 왜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과제인지를 망각했다.
우리는 참여정부에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방송통신 융합 논의를 끝까지 파행으로 몰아 방송과 통신을 경제관료들의 손에 통째로 넘겨준다면 그것은 참여정부의 재앙으로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것임을 명심하라. 그리고 역사는 참여정부를 무능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정권’으로 평가할 것이다.
방통융합 논의를 민주적으로, 유능하게 추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중단하라. 우리는 방송과 통신의 공적 가치가 경제관료들의 손에 짓밟히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끝>
2006년 12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