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사학법 관련 주요 신문보도(19일~21일)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21)
수구신문, ‘학교 폐쇄’ 협박까지 ‘불복종’으로 미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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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이번 임시 국회 회기 내에 사학법을 재개정하겠다며 열린우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재개정안’을 내놓은 데 이어 개방형 이사제까지 양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보수’ 종교단체들이 각종 과격행동으로 또다시 사학법 재개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에 재개정이 안 돼 종교를 이해 못하는 개방형 이사가 들어오게 되면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없게 된다”, “선교를 통해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순교를 각오하고 싸우겠다”,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정 사학법은 ‘선교를 통해 건학이념을 달성하겠다’는 종교사학의 뜻을 막는 조항이 없다. 오히려 종교계의 눈치를 보던 교육부가 시행령과 정관 예시를 통해 해당 종교인만이 개방형 이사로 들어올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가 훼손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사학을 운영하고 있는 종교인들과 재단이 교육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순교”, “학교폐쇄” 주장까지 펴는 것은 학교를 재단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유물로 여기고 밀실운영의 전횡을 계속 휘두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볼모로 삼아 학교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투명성 장치도 무력화하겠다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비판은커녕 반교육적 행태를 두둔하면서 사학법 무력화에 함께 앞장서고 있다.
동아일보는 20일 사설 <종교계 불복종 부른 위헌적 사학법 즉각 재개정을>에서 “순교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표현을 쓸 만큼 개정 사학법은 사학의 폭넓은 저항에 부닥쳐 있다”며 보수 종교단체들을 옹호하는가 하면 사학법인연합회가 밝힌 ‘학교폐쇄 불사론’에 대해 “정부 여당이 ‘개혁입법’이라는 독선적 명분을 내세워 전체 사학의 요구를 묵살하고 사학의 자율성을 짓밟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두둔했다.
또 “정부는 ‘사학 비리 척결’ 운운하지만 사학비리는 구실에 불과하다”며 “2000여 곳의 사학 중 비리사학은 30여 곳뿐”이라고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124개 사립학교 중 100개에 가까운 학교에서 교비 횡령, 공사 관련 리베이트 수수, 재산 임의처분, 교직원 채용 비리, 편입학 관련 금품수수 등 250여 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도대체 동아일보는 무엇을 근거로 비리사학이 30여 곳 뿐이라고 주장하는지 참으로 용감하다.
나아가 이 사설은 “열린우리당은 재개정안을 내놨으나 위헌적 핵심 조항인 개방형 이사제는 손대지 않았다”며 개방형 이사제를 멋대로 ‘위헌적 핵심 조항’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정부여당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사학법을 즉각 재개정해야 한다”며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사학법을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법이라고 악의적으로 폄훼했다. 동아일보가 말하는 ‘헌법정신’,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밖에도 동아일보는 <“사학법 재개정 순교각오 투쟁”>(19일 6면), <기독교 전교단, 사학법 재개정 요구>(20일 2면), <중진 목회자 30여명 “사학법 불복종” 삭발>(21일 1면), <“재산권 아닌 건학이념 지키려는 것”>(21일 10면) 등의 기사를 통해 ‘보수’ 교단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이들이 부당한 법에 맞서 ‘비장한 불복종’ 운동이라도 펴는 듯이 호도했다.
조선일보도 ‘보수’ 종교단체들의 사학법 재개정 압박을 부각하면서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를 왜곡하고,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라고 열린우리당을 압박했다.
21일 <사립학교법 즉각 재개정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무엇보다 문제는 4분의 1이상 개방형 이사를 둬야 한다는 조항”이라며 “사학 설립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이사회에 들어가면 갈등을 일으키기 십상이고 그걸 꼬투리 잡아 임기 제한 없는 임시이사가 파견되면 설립자는 사실상 학교를 빼앗겨 버리고 만다”고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를 또 다시 왜곡했다. 이어 대통령과 정동영 전 의장의 사학법 양보안을 언급하고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개정사학법이 ‘당의 정체성’에 관계된다며 바꿀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을 압박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사학법 연내 재개정 안하면 78개 사립학교 폐쇄 조치”>(19일 1면), <“올해 넘기면 사학존립 흔들”>(19일 6면), <‘사학법 투쟁’ 범 종교계 확산>(20일 8면), <“사학법 그냥두면 학교 좌파에 넘어가”>(20일 8면) 등의 기사를 통해 연일 사학재단들의 억지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어 21일에는 <목회자 집단삭발 “사학법 고쳐라”>라는 기사와 종교인들의 삭발 기자회견 사진을 1면에 실어 주는가 하면, 4면에서는 <연내 못 고치면 내년 관선이사 속출>(4면)에서도 그동안 사학법 재개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보수단체’들과 입장을 같이 했다고 부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쓰지는 않았으나 다른 기사를 통해 동아, 조선과 마찬가지로 종교사학들의 사학법 재개정 ‘투쟁’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옹호해 주었다.
중앙일보는 20일 (2면), <“종교사학 개방형 이사 종단에 추천권 맡겨야”>(2면)에서 KNCC의 입장 변화를 부각하고, 권오성 총무 인터뷰를 통해 기존 입장을 바꾼 이유와 개방형 이사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21일에도 <목사 25명 삭발투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목사들의 삭발 기자회견 사진과 함께 1면에 실어주었다. 또 <“순교할 각오로 사학법 재개정 투쟁”>(8면)에서는 ‘보수 교단’의 사학법 재개정 기자회견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보수’ 종교단체, 사학재단들이 열린우리당의 재개정안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개방형 이사제’의 폐기까지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이윤을 창출하는 일반 기업에서도 투명한 운영을 위해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 절반 이상의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학교가 최소한의 견제장치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나라의 백년대계인 교육을 볼모로 삼는 ‘보수세력’이 다른 사회에도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20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개정 사학법에 따라 정관을 개정한 사학은 41.3%에 그쳤고, 개방이사 선임 비율은 초·중등 사학이 60.6%, 대학과 전문대가 각 27.7%, 31.1%였다.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사학도 절반 이하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전히 많은 사학들이 사학법 논란을 지켜보며 개정사학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개방형 이사제까지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비춰 개정사학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보수’ 종교단체, 수구보수신문들의 ‘생떼쓰기’에 밀리고 밀리는 여당의 무능하고 소신 없는 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누차 지적했지만, ‘누더기 사학법’마저 지켜내지 못한다면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에게 더욱 철저하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은 즉시 사학법 재개정 입장을 철회하고 개정사학법을 정착시키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언론에게도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일부 기득권 세력을 위해 사실왜곡도 서슴지 않는 ‘사학법 개악 준동’을 즉시 중단하라. 최소한의 개혁 정책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의 변함없는 수구성과 한나라당이 ‘수구정당의 길’을 걷도록 끊임없이 부추기는 일부 신문들의 행태는 반드시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끝>
2006년 12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