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EBS <똘레랑스> 폐지 논의’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21)
등록 2013.08.2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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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랑스> 폐지 논의, 유감스럽다
- ‘EBS 표’ 시사프로그램, 보완·발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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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가 내년 봄 개편에서 <똘레랑스>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2003년 9월에 시작된 <똘레랑스>는 지난 3년여 동안 다양한 분야의 사회 문제를 참신한 시각과 형식으로 담아내 좋은 평가를 받아온 EBS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이다.
특히 <똘레랑스>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 신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은 다른 시사프로그램들과도 차별화되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똘레랑스>는 ‘온누리안’(국제 결혼가정의 혼혈 아동), 장애인, 성적소수자, 어린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겪고 있는 차별이나 인권 침해를 다루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데 노력해 왔다. 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빈곤층의 생존권과 주거권, 비정규직 문제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비롯한 구조적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똘레랑스>가 인권 관련 의제만 다룬 것은 아니다. 과거청산, 교육문제, 노동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안과 첨예한 갈등 사안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대안을 모색해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똘레랑스>도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찬반양론을 담는 데 그쳤던 경우도 있었고,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만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점은 보완되어야 할 문제일 뿐 프로그램 폐지의 이유는 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인권 의제와 사회 현안을 다뤄온 <똘레랑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 수차례에 걸쳐 이 프로그램을 ‘좋은 방송’으로 추천해 왔다.(표 참조)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올해 신설된 ‘대한민국 인권상’을 <똘레랑스>에게 수여해 이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 성장에 기여해 왔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우리는 EBS가 이와 같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폐지를 논의한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다. 아직 폐지 논의의 정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다른 방송사 시사프로그램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차별성을 갖고 있는 ‘EBS표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손실’이 될 수 있다.
EBS가 공영방송이자 ‘교육’ 방송으로서 해야 할 일에는 학교 교육을 보완하는 프로그램, 직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시민들의 민주적인 성숙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똘레랑스>는 시민들이 인권 의식을 높이고 민주적 가치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왔다. 이런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EBS가 스스로의 사회적 역할을 축소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 EBS가 ‘수능방송’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똘레랑스>와 같은 EBS 고유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시사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은 EBS의 이미지 제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우리는 구관서 사장이 취임한 후 첫 개편 논의에서부터 ‘똘레랑스 폐지’가 제기되는 데 대해 실망과 우려를 감출 수 없다. EBS는 2003년 이후 참신한 프로그램들을 신설하면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구관서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똘레랑스 폐지’ 가능성이 나오는 것은 앞으로 EBS가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EBS가 <똘레랑스>뿐 아니라 <미디어바로보기>, <토론카페> 등의 교양프로그램과 사회교육 프로그램들을 모두 폐지할 방침이며 대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만의 하나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EBS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심각한 사태이다. 어떤 다큐멘터리를 편성하기에 다른 형식의 교양프로그램,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폐지한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내년 봄 개편은 ‘구관서 사장 체제의 EBS’를 평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EBS가 그동안 <똘레랑스>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욱 완성도 높은 시사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주기를 촉구한다.
EBS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끝>

 

<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주부모니터분과가 좋은 방송으로 선정한 EBS <똘레랑스> 방영분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2006년 9월의 추천 방송>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AIDS, 통제와 감시를 넘어 (2006. 9. 6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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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입국의 그늘, 화물운송 노동자’ (2005.10.13 방영)
‘2005년 집값,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005.10.20 방영) 


2006년 12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