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미FTA 5차 협상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12)
조중동, 미국의 ‘압력’마저 감싸고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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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5차 협상이 별다른 소득 없이 지난 9일 끝났다.
이번 FTA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역구제’ 분야였으나, 미국은 한국 협상단이 제기한 반덤핑 관련 5개 요구사항에 대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아 결국 의약품과 자동차 분야의 협상까지 함께 중단되었다. 더욱이 미국은 FTA협상 의제가 아닌 ‘쇠고기’ 문제를 협상에 끌어들여 한국 측을 압박했으며, 협상 말미에는 ‘쌀’까지 협상카드로 사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한국 측은 그나마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평가되는 ‘무역구제’ 분야에서도 애초 요구사항을 대폭 축소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한미FTA 협상 타결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들 신문은 ‘뼛조각 쇠고기’ 수입에 대한 미국의 부당한 압력을 당연한 것처럼 보도하는가 하면 ‘뼛조각 검출’을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물타기’하려는 시도를 했다. 또 협상의 성과를 과대 포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FT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조선일보, ‘뼛조각 쇠고기’ 문제 삼는 미국 두둔
조선일보는 ‘뼛조각 있는 쇠고기’ 반송조처를 FTA협상에 연관 지으려는 미국 측의 생트집을 아무 비판 없이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8일자 b2면 <“뼈 있든 없든 미 쇠고기 전면 수입을”>에서 “뼈가 있든 없든, 소의 연령에 상관없이 미국산 쇠고기와 내장까지 전면 수입하라”는 미 보커스 의원의 압력성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실었다. 이 기사는 이어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은 미 의회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가뜩이나 미국의 반대로 불리한 ‘개성공단 제품’ 문제를 ‘북한 핵실험’과 연관 짓기까지 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보커스 의원을 “차기 상원 재무위원장으로 내정돼, 한미FTA협상이 미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는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해, 한미FTA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의 무리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할 것처럼 몰아갔다.
이날 b3면 기사 <‘뼛조각’이 뭐기에…통상마찰 복병됐나>에서도 조선일보의 교묘한 ‘미국 편들기’는 계속되었다. 이 기사는 “검역과정에서 콩알만한 뼛조각이 발견돼 반송 또는 폐기처분 됐다”, “국제기준상 광우병을 유발시키는 머리뼈, 척주 등 특정위험물질(SRM)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은 아닌 것 같다”고 ‘뼛조각의 위험성’을 무마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 ‘전문가들도’ “소를 도축하고 살코기를 부위별로 분류·가공하면서 뼛조각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소나 돼지 도축장에서 정육점이나 음식점으로 고기를 넘길 때 뼛조각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런 뼛조각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미국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것은 엄연한 양국의 합의 위반임에도 한국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검수를 하는 것인양 몰아갔다. 또 조선일보는 검역원이 “X선에서도 걸리지 않는 미세한 뼈까지 눈으로 잡아내고”, “당시 합의에선 문제가 될 수 있는 뼈의 크기는 정하지 않았다”면서 ‘뼛조각’ 문제에 대한 ‘재협상’ 분위기를 띄웠다.
한편, 조선일보는 11일 5면 <반덤핑·농산물등 쟁점 본격 난타전 돌입한 셈>에서 파행을 겪었던 이번 5차 협상에 대해 “양측이 핵심 이슈에 대해 탐색전을 끝내고 본격적인 난타전에 돌입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6차 회담에 대해서도 “주고받기 식 ‘빅딜’을 통한 타결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앙일보, 노골적인 협상단 띄워주기
중앙일보는 무역구제에서 양보하지 않는 미국을 두둔했으며, 한국 협상 대표단 감싸기 행태도 여전했다.
중앙일보는 8일 3면 <한국, 작전상 후퇴?>에서 미국이 무역구제 분야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어 협상이 결렬됐음에도 “미국으로서도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미국 통상법은 이 분야의 효과를 완화시키는 협상을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라고 미국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반면 미국의 부당한 쇠고기 수입 압력에 대해서는 “이 같은 공세가 미국 내 여론과 무관치 않다”며 미국의 여론은 “땅콩 크기의 뼛조각 몇 개 때문에 쇠고기 수입을 막는 나라와 무슨 FTA를 하느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9일 2면 <설득할 땐 ‘솔직하게’ 커틀러도 “친구같다”>에서는 ‘김종훈 수석대표 띄워주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기사는 “김 대표에게는 강약을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협상가라는 평판이 항상 따라다닌다”, “‘인간적 솔직함’과 ‘끈질긴 설득’이 더 인상적이라 평한다”고 김 대표의 협상가적 자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가벼운 치매증세의 어머니”가 길을 잃어 몇 시간 만에 엉뚱한 장소에서 발견되는 상황에서도 “과천에서 정부대책회의에 몰두하고 있었다”고 책임감을 강조했다. 또 김 대표가 “협상이 다음 정권으로 미뤄진다느니, 대표가 곧 교체된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지기도 한다”며 이번에 협상이 반드시 타결되어야 할 것처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1일 8면 <핵심 쟁점 타결엔 ‘정치적 결단’ 필요>에서도 FTA 5차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기사는 협상이 결렬되는 등 파행을 빚은 것에 대해 FTA가 “‘일괄타결’ 방식을 취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며 “협상 결과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힘겨루기’의 일환”이라고 ‘협상전략’ 차원으로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FTA 협상에서 지나치게 양보하고 있다는 국내 여론을 의식했는지 “양국이 내놓을 수 있는 양보의 수준을 모두 보여주는 ‘진실의 순간’에 협상 타결 여부가 결정되고, 손익계산도 이 시점에서 따져봐야 한다”, “미국 측 요구사항이 더 큰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한국 측의 반대논리를 힘있게 하기 위한 한국 협상단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말미에 “몸통의 해결을 위해선…(중략)…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고 정치권 내부의 합의도 중요하다”며 “한·미 양측 모두 양국 간 대회 협상의 타결보다 내부 협상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FTA 반대여론에 대한 ‘내부 정지작업’을 주문했다.
동아일보, FTA 협상 전망 긍정적 평가
동아일보도 한미 FTA 5차 협상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9일 37면 <‘코러스 베이비’ 축하해요>에서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가 “만삭인 아내를 두고 출장 왔다가 5일 건강한 딸을 얻은 권혁우 통상교섭 본부 사무관에게 아기 옷을 선물 했다”며 양 협상단의 우호적 관계를 부각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어 동아일보 11일자 3면 <3가지 청신호-적신호 동시에 ‘깜빡깜빡’>에서는 이번 5차 협상을 두고 “겉으로는 뚜렷한 진전 없이 끝났다. 하지만 전체 한미FTA협상 진행과정에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청신호-적신호’라는 이름을 붙여 협상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을 구분했다. 이 기사는 무역구제와 쇠고기 등이 ‘빅딜’될 가능성이 있고, 워싱턴에서 별도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협상의 청신호’로 해석해 협상 타결 전망이 밝다고 보도했다. 반면 ‘협상의 적신호’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국회비준이 불투명한 것과 한미FTA협상 지지율이 40%까지 떨어졌진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협상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서비스 분과의 협상은 의료나 교육 등 핵심 분야는 모두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고, 금융 서비스 부문도 이미 대부분 개방돼 한미FTA에 따른 추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해 개방 폭이 적기 때문인 것처럼 호도했다.
미국산 쇠고기 반송처리는 ‘협상의 청신호’와 ‘적신호’ 양 측면이 모두 지적됐는데,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 신뢰를 회복하는데 긍정적”, “‘졸속 추진’ ‘굴욕적 외교’ 등의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여지가 생긴 것”이라는 점에서 ‘협상의 청신호’로 평가했다. 반면 “미국이 고가의 X선 장비를 설치해 검사를 한 뒤에 보낸 것”, “아무리 좋은 장비를 동원해도 뼛조각을 완벽하게 없앨 수 없다”는 점을 ‘협상의 적신호’로 평가해 결과적으로 ‘뼛조각 쇠고기 수입’에 무게를 실었다.
한겨레·경향신문, FTA협상의 문제 지적
반면에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는 달리 FT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한국에 불리한 내용을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8일자 20면 <협상 계속할수록 한국만 손해>에서 미국이 자국 법 개정이 필요한 요구 사안에 대해서는 수용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채 한국에 대해서만 FTA 합의안에 따라 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방정부가 체결한 FTA가 주정부의 법률을 구속할 수 없도록 하는 ‘비합치조치’를 포괄적으로 수용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지적했다. 더불어 부당한 요구와 함께 불공정한 자세를 보이는 미국 협상단에 대해 한국 측이 일정에 쫓겨 졸속으로 협상을 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대해 비판했다.
또 11일 15면 <무역구제-농업개방 ‘주고받기’ 관건>은 5차 협상을 평가하며 한국 협상단이 무역구제 협상에서 14가지 요구사항을 5개로 줄였다며 “한국 쪽의 자세가 지나치게 수세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무역구제에서 작은 양보를 하면 농산물 민감품목의 관세화, 쇠고기 수입재개, 의약품 고가 보장, 자동차 세제개편, 지재권 강화 등 굵직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도 11일 6면 <줄기 손못대고 가지만 쳤다>에서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 중단 등으로 중요한 협상은 진전시키지 못한 채 “소소한 합의사항”을 나열하는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향후 회담 전망에서도 “무역구제와 섬유를 빼면 대부분 우리측이 일방적으로 미국측의 공세를 방어하는 형국”이라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소리만 요란하고 내줄 건 다 내주는 꼴’이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미국에 휘둘리는 한미FTA협상의 실체를 가리고 협상 타결의 희망적 전망을 내놓는데 급급했다. 한국이 유일하게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무역구제’ 분야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5차 협상을 마무리 했지만 이들 신문은 그것마저 ‘협상전략’이라며 긍정적으로 포장했으며, 정작 지나치게 양보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 신문은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뼛조각 쇠고기’에 대해 ‘콩알’, ‘땅콩’이라고 뼛조각의 크기를 부각해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물타기를 했으며, ‘쇠고기 수입’을 압박하는 미국 측의 태도를 비판하기는커녕 미국 내 분위기 운운하며 이들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실었다.
한미FTA 체결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기사를 읽다보면 이들이 어느 나라 신문인지 의심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이들 신문이 장밋빛 전망으로 한미FTA협상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해도 부당한 미국의 압력까지 감싸고도는 보도행태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미FTA 협상이 진행될수록 국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부가 한미FTA 협상에서 사전 준비를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73%였으며, 한미FTA 찬-반 의견도 반대(45.4%)가 찬성(42.6%)을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익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건강조차 내팽개치는 이들 신문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끝>
2006년 12월 1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