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11월 29일 ‘2차 범국민 총궐기대회’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1.30)
등록 2013.08.2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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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폭력성’만 보지 말고 성난 민심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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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한미 FTA 저지 1차 범국민대회 이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연일 반 FTA 시위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신문의 보도 태도를 보면, 22일 벌어진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을 한미 FTA 반대 진영을 공격하고 고립시키는 ‘호재’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특히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한 채, 오직 시위의 ‘폭력성’과 시위로 인한 ‘교통체증’을 선정적으로 부각했다. 또 ‘정부가 불법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더욱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또 28일 FTA범국본이 기자회견을 통해 ‘29일 2차 범국민대회를 평화적으로 치르겠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경찰이 ‘한미 FTA 반대 시위 전면 불허’, ‘지방의 집회 참가자들의 서울 진입 봉쇄’ 등 과잉 대응한 데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상경시위는 막았으나 기습시위는 막지 못했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2차 범국민대회’에 대한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30일 보도는 서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빼닮았다. 이들 신문은 집회가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나자 ‘기습시위’, ‘도로점거’, ‘교통정체 극심’ 등에 초점을 맞춰 범국민대회를 다뤘다.
<경찰에 막히자 1500여명 또 도로 점거 / 도심 교통정체 극심… 상경시위는 대부분 봉쇄>(조선일보 10면), <또 도로 막은 시위대>(중앙일보 1면), <서울 도심 곳곳 게릴라 시위 / 시청 앞 집회 경찰에 막히자 을지로 기습 점거>(중앙일보 10면), <反 FTA 상경시위 무산 / 범국본, 도심집회 강행…도로 막아 퇴근길 대혼잡> 등 관련 기사의 제목만 봐도 세 신문의 판에 박은 듯한 보도 경향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경찰이 당초 신고가 돼 있던 집회를 모두 불허함으로써 집회가 경찰의 원천봉쇄를 피해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는 점, 이 때문에 22일보다 교통체증이 심했다는 점은 외면했다.


집회가 열린 29일에도 조선일보 등의 보도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8면에 <공권력·시위대 오늘 대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공권력은 29일 시위대와 대격돌한다”로 시작된다. 단순히 표현이 선정적이라는 문제를 넘어,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을 ‘피할 수 없는 적’으로 여기는 조선일보의 천박한 인식 상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국민과 헌법을 조롱하는 폭동시위세력>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반 FTA 시위를 거세게 비난했다. 또 <‘도청 습격’ 범국본 오늘 또 전국서 집회>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싣고 ‘대규모 충돌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접근은 22일 일부 지역 집회에서 벌어진 충돌을 빌미삼아 ‘반 FTA 시위 = 도청습격’, ‘FTA반대 세력 = 폭동시위 세력’으로 거칠고 단순하게 상징화함으로써 한미 FTA 반대 운동을 국민들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오늘 또 … FTA 집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범국본이 2차 궐기대회를 강행키로 해 대규모 충돌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지난 23, 24일 이들 신문의 범국민대회 관련 보도 모니터를 통해 집회의 ‘폭력성’, ‘과격성’만 부각하고 공권력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더욱 격렬한 저항만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언론들은 우리 사회 기득권 집단들의 요구를 충실히, 세련되게 대변해 준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의 심화, 졸속적인 한미 FTA 추진 등으로 인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 등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지극히 제약되어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 폭력적인 양상이 벌어졌다는 이유로 이들이 집회와 시위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원천봉쇄하려든다면 저항이 더 거세질 것은 뻔한 이치다. 지금 언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처럼 미국에 대해 굴욕적이고 우리 국민에 대해서는 억압적인 한미 FTA 추진의 반민주적 파행성을 지적하고, 이렇게 졸속적인 한미 FTA 추진으로 인해 우려되는 사회 양극화와 국민 경제의 위축을 꼼꼼히 따져보는 일일 것이다.
물론 우리는 조선일보 등이 이와 같은 보도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구보수신문들도 FTA 반대 시위에서 농민들이 왜 이토록 거세게 저항하게 되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 신문이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균형 감각을 갖고 있다면 시위의 ‘과격성’만 볼 것이 아니라 생존권 위기에 몰린 성난 민심을 볼 수 있어야 하며, ‘평화시위’를 요구하는 동시에 기본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는 무차별 ‘집회불허’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일부 신문들이 한미 FTA 반대 진영에 보이고 있는 행태는 이와 같은 최소한의 균형성을 상실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한미 FTA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 강경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이에 대한 저항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음을 정부와 수구보수신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11월 3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