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산 쇠고기 검역 불합격 판정」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1.28)
미국 쇠고기 통관 실패가 그렇게 안타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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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농림부는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 8.9t을 전량 반송 또는 폐기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30개월 미만 소의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기로 되어있으나 X레이 검사에서 두께 4mm, 세로 6mm, 가로 10mm 크기의 뼛조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림부는 이번에 발견된 뼛조각이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은 아니라고 보고 해당 작업장에 대해서만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무릅쓰고 한미 FTA 선결조건으로 미국의 쇠고기 수입 재개 요구를 들어주면서 “갈비와 꼬리, 내장 등을 제외한 30개월 미만의 소의 살코기”만 수입하기로 했으며, 육골분 사료를 금지한 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소를 수입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우리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의 맹점을 누차 지적해왔다.(2006년 3월 15일 기자회견문 참조) 일례로 세계보건기구는 광우병의 예방지침 가운데 하나로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도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살코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 축산업체들의 도축과정이나 검수과정 등이 철저하지 못해 광우병의 우려가 높은 뼈나 내장 등 특정 위험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실제로 이번에 미국 내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소규모 업체에서 수출한 물량에서마저 뼛조각이 발견됨으로써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이후 첫 검수 물량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것은 결코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 될 심각한 일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부 신문은 이번 사태를 축소 보도하는가 하면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식탁에 오르기까지 겪는 난관’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한미FTA 추진을 위한 광우병 의심 소 수입과 위협받는 국민 건강’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호도했다.
축소보도한 조선, ‘까다로운 통관’에 초점 맞춘 중앙
조선일보는 25일 22면에 <미국산 쇠고기서 뼛조각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수입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사실만 짧게 보도하는데 그쳤다.
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뒷전으로 한 채 수입검수 과정의 까다로움에 초점을 맞췄다.
24일 2면 중앙일보는 <한국 도착 후 한달 가까이 ‘검사중’ / 미국 쇠고기 혹독한 입국 신고식>이라는 제목을 달아 “국내 축산농가와 시민단체의 요구로 수입 위생조건이 계속 까다로워지면서 미국 쇠고기는 식탁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절차를 거치게 됐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농림부가 “애초 네 번째 수입분까지 실시할 예정이던 전체 물량에 대한 검사(전수검사)를 무기한 연장하고 ‘식육이물질검출기(X선)’를 도입해 정밀검사를 강화키로 했다”며 검수를 강화하는 것이 미국산 쇠고기 유통의 ‘걸림돌’인 양 접근했다.
나아가 “민주노동당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모두 구입, 폐기처분한다고 선언한 데다 백화점과 유통업체들도 시민단체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판매를 주저”하고 있어 “논란이 끝나 안정성이 확인되고 시중에 유통된다 해도 미국 쇠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고 전망했다. 중앙일보에게는 광우병에 대한 시민사회와 정당의 우려가 단지 ‘미국산 쇠고기가 넘어야 할 산’ 정도로 보이는 모양이다.
뿐만 아니라 이 기사는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광우병 걱정에서 벗어나려면 뼛조각의 국내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후, “그러나 X선 검사를 놓고 방사선 노출 위험이 제기돼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광우병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방사선 노출 위험’으로 물타기 하려는 태도까지 보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입장은 ‘뼛조각만 막자’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 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살코기’도 광우병의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중앙일보가 ‘뼛조각을 찾기 위해 X선 검사를 하면 방사선 노출 우려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그야말로 얄팍한 술수일 뿐이며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결코 통할 수 없는 논리다.
중앙일보는 25일 12면 <10mm 뼛조각에 ‘뼈아픈’ 미 쇠고기>에서도 “땅콩 한 알 크기(약10mm) 뼛조각이 3년만에 재개된 미국의 쇠고기 수입을 가로 막았다”고 표현해 미국산 쇠고기가 검수를 통과하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또 이 기사는 “미국은 광우병 우려가 없는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만 수출할 수 있다”는 표현을 써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살코기’는 안전한 것처럼 단정하기도 했다.
“손톱만 한 뼛조각” 강조하는 동아일보
중앙일보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았으나 동아일보도 미국산 쇠고기의 통관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워하는’ 듯한 경향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24일 12면 <9.3t 전량 반송 불가피>라는 기사에서 X선 검사 결과 “작은 뼛조각 하나를 발견”했다며 “25일째 각종 검사를 받으며 통관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검사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결국 수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25일에 동아일보는 10면에 <미국 쇠고기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고 있는 ‘굴욕’이라는 표현을 써 미국산 쇠고기가 원래의 가치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듯한 의미를 담았다. 뿐만 아니라 이 기사는 농림부가 검역 불합격 판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며 “미국산 쇠고기 8.9t을 검사한 결과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에 어긋나게 손톱만 한 뼛조각이 발견돼 이같이 조치했다”고 표현했다. “8.9t” 중에 “손톱만 한”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표현이 대비되면서 별 것 아닌 문제인 듯한 인상을 준다. 동아일보는 기사와 함께 살코기 속에 뼛조각이 들어있는 사진을 싣고 뼛조각의 가로 길이가 “10mm”라고 표시해 뼛조각의 크기가 작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 옆에는 <뼛조각 때문에>라는 기사의 작은 제목도 달았다.
기사 내용에서도 동아일보는 <광우병 우려 공방>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아 ‘뼛조각’에 대한 검사가 지나치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가 “뼛속에 든 골수에 광우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뼛조각까지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한국 정부가 확실하지도 않은 “일부 학자”의 주장을 수용해 “뼛조각”까지 조사해 “공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25일 1면 <‘식탁안전’이 국경이다>, 3면 <식탁 위의 세계대전>, <한 “안전한 업체가 저 정도니…” / 미 “뼛조각 불가피…검역 완화”>, 사설 <수입 쇠고기 안전성은 협상 대상 아니다> 등의 기사를 싣고 전 세계적으로 ‘먹거리 안전’이 얼마나 중대한 의제인지, 이번에 발견된 ‘뼛조각’이 왜 심각한 문제가 되는지 등을 자세히 전했다.
광우병의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는데도 이를 축소보도하거나 ‘까다로운 검수’, ‘미국산 쇠고기의 난관’ 등으로 다루는 신문들을 보면서 이들이 국민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 태도는 “손톱만 한 뼛조각 하나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미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들 신문은 한미 FTA 체결에 맹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들로서는 한미 FTA의 선결조건이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만이 관심사일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의 양식과 양심이 있다면 광우병이 우려되는 쇠고기를 앞에 놓고 “언제쯤 사람들의 식탁에 오를까”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었을 때 국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을 것인지 수구보수신문들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고 기사를 쓰기 바란다.
<끝>
2006년 11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