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시사기획 쌈> ‘한미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1.22)
등록 2013.08.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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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실상 파헤친 <쌈>의 의미있는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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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가을개편에서 <시사기획 쌈>(이하 <쌈>)을 신설했다. <쌈>은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한미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11월 20일 첫 방송을 내보냈다.
우리는 신설 프로그램인 <쌈>이 한국 사회의 첨예한 현안이라 할 수 있는 한미 FTA를 가장 먼저 다룬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으나 4차 협상까지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일방적 태도와 일부 드러난 협상의 내용은 정부가 약속한 ‘장밋빛 미래’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주고 있다.
5차 협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쌈>이 한미FTA와 관련한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본 것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한미FTA의 실상을 알렸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쌈> 첫 방영분은 정부가 한미FTA 체결의 장밋빛 전망으로 제시한 주요 근거들을 6가지 소주제로 나눠 다루었는데, 특히 정부가 제시한 각종 통계자료와 수치들이 한미FTA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첫째, <쌈>은 정부가 한미FTA를 체결하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홍보하면서 사례로 들었던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조작’된 것임을 밝혔다.
정부는 캐나다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후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2.4%에서 4%로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쌈>의 취재에 따르면 이 증가분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때만 계산한 것이고, 성장률이 하락한 2000년 이후의 수치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정부자료는 미국과 캐나다가 FTA를 체결한 해를 NAFTA가 출범한 1994년으로 적시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는 88년에 FTA를 체결했고 89년부터 5년간 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캐나다와 미국의 FTA 체결시기를 94년으로 바꿔 경제성장률 통계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하다.
둘째, 취재팀은 한미 FTA가 산업을 고도화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사례로 제시했던 멕시코 섬유산업의 실태와 관련한 통계수치도 ‘조작’됐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섬유산업은 2000년 14%에서 현재 8.1%로 성장률이 줄었지만, 정부는 2000년 이후의 멕시코 섬유산업 성장률을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쌈>은 국책연구소의 발표 자료를 제시하며 정부가 멕시코 섬유산업의 붕괴를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감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정부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국내성장률이 7.75%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세웠던 수치도 취재 결과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같은 통계 프로그램으로 FTA 이후 한국의 성장률을 측정했지만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0.7%, 한국 정부에서는 7.75%로 나타난 것이다. 국회의원과 경제학자들이 같은 프로그램을 구입해 여러 조건을 넣어 계산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은 나오지 않았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이 같은 수치를 만들어낸 국책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수치에 대해 국회의원을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연구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측은 연구과정이 ‘지적재산권’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의혹은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통계자료들을 따져보는 한편으로 <쌈>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후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제 상황이 결코 ‘장밋빛’이 아니었다는 점을 실제 예를 통해 보여줬다.
우선 ‘한미FTA가 체결되면 관세장벽 없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진출해 한국의 수출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의 비현실성이 지적됐다.
취재팀은 캐나다의 철강산업과 목재산업, 멕시코의 운송업 등 자국에서 월등했던 산업 분야가 FTA체결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 때문에 미국으로 기업을 이전하거나 도산하는 사례들을 보여주며, ‘관세철폐’의 실상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한미FTA 체결의 긍정적 효과로 거론되는 ‘M&A를 통한 경영선진화’ 역시 캐나다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커피기업과 가전회사, 제조업체 등이 FTA 체결 후 미국의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가거나 도산했고, 중소기업은 그 여파로 몰락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대량 해고, 연구개발 투자비 감소 등 정부가 한미FTA의 장밋빛 미래만을 선전하느라 보여주지 못한 M&A의 부정적 측면이 지적됐다.
한미FTA를 체결 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부의 주장도 멕시코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취재팀은 멕시코에서 FTA이후 993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는 정부의 주장은 ‘절반의 진실’이라고 평가했다. 인구증가나 실제 필요한 일자리수가 고려되지 않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또한 취재팀은 늘어난 일자리가 청소부, 식당 종업원, 대형마트 직원 등으로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점을 드러냈다. 멕시코 노동부차관의 인터뷰를 통해 “일자리보다 임금저하가 문제”라며 “임금 저하가 내수 시장을 침체시키고 있고, 미국에 의존적인 경제가 됐다”는 주장도 전했다.


<쌈>이 지적한 바와 같이 최소한의 객관적 검증도 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내세우며 정부가 졸속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기는커녕 사회 전반의 ‘재앙’으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고, 일부 수구신문들은 한미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파탄이라도 날듯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방송은 몇몇 시사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의제를 심층 취재한 경우를 제외하면 한미FTA의 실상을 알리는 데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설된 시사프로그램이 꼼꼼한 자료 분석과 취재를 통해 FTA의 실상을 호도하는 주장들을 파헤쳤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쌈>이 사회 쟁점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각 방송사에 거듭 당부한다.
지금까지 FTA와 관련해 몇몇 시사프로그램들이 다뤘던 광우병, 약가 등 일부 의제들과 해외 사례 외에 다양한 분야의 의제를 발굴해 한미FTA의 실상을 적극적으로 취재해주기 바란다. 또한 분야별 의제를 다루는 것에서 나아가 지금까지 진행된 한미FTA 협상을 냉정하게 분석, 평가하고 그에 따른 객관적 전망을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도 진지하게 검토해주기 바란다.
<끝>

 


2006년 11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