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미FTA 4차 협상 관련 22, 23일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0.24)
FTA협상보도, '중계' 아닌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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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4차 협상이 23일 제주에서 시작됐다. 3차 협상까지 방송사들은 협상의 진행상황을 단순 보도하고 협상의 쟁점을 피상적으로 다루는 데 그쳐 시청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4차 협상을 하루 앞둔 22일과 협상 첫째날 23일 보도 역시 이런 경향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22일 MBC와 KBS는 한미FTA 관련 보도를 각각 2건씩 다뤘고, SBS는 1건 다뤘다. 방송 3사 모두 협상개시와 협상단의 목표, 쟁점 등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으며 반FTA 시위대의 활동이 본격화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미FTA 협상이 시작된 23일 방송 3사는 "한미FTA협상이 첫날부터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며 협상쟁점에 대한 자세한 분석없이 협상의 분위기나 협상이 중단된 상품분과를 중심으로 경과를 중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MBC는 <첫날부터 팽팽>에서 "한미 대표단 사이에 시종 긴장감이 넘쳤다"며 미국이 섬유, 공산품, 농산물에 대한 새로운 개방안을 제시했지만 우리측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양측의 입장을 소개했다. 또 "4차 협상의 성패는 개방안에 대한 양국의 합의에 달려있다. 그래야 다음 협상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주고받기도 가능하다"며 미국측 협상안이 수용됐을 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따져 보지 않은 채 양측이 '합의'하면 FTA 협상이 성공하는 것처럼 접근하기도 했다.
KBS <상품 분과 협상 중단>도 상품분과 협상 중단 후의 냉랭한 분위기를 전하며 이와 관련한 양측의 입장을 간단히 보도했다. 또 개성공단 문제는 "핵실험은 우리가 갖고 있던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을 더욱 확고하게 했다"는 웬디 커틀러 미국 협상단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산 인정이 어려워졌다고 전망하는 데 그쳤다.
SBS <첫날부터 난항>도 "첫날부터 주요 쟁점들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가 벌어졌고,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경 입장이 더 강해졌다"며 상품분과 뿐 아니라 12개 분야 협상 내내 치열한 공방과 신경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 섬유, 공산품, 농업 분야의 양보안, 쌀협상 유보안,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입장 등을 전달하고 이에 대해 우리측이 '미흡한 수정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방송 3사가 미국측이 섬유, 공산품, 농산물 등의 대폭 수정안을 내놨다는 사실, 여기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흡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사실을 단순 전달하는 데 머무른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측은 자신들의 수정안이 24억 3천만 달러 규모의 물품에 대한 관세철폐 이행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별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이 수정안에는 우리 대미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 관련 제품이 빠졌고, 섬유분야도 공산품 분야에서 관세철폐 기간이 가장 긴 10년으로 제안해 실효가 떨어져 우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막연히 "협상이 난항"이라거나 "샅바 싸움 중"이라며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미국이 자신들의 일방적 이익을 관철시키려 들고 있는 협상의 본질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방송 3사는 시위대 활동, 경찰과의 대치상황을 한 꼭지씩 다루며 '긴장감 고조'를 부각하기도 했다.
MBC의 <협상장 진입 시도>는 바다를 건너 협상장에 들어가려는 시위대와 경찰의 추격전, 어선들의 해상시위, 골프장으로 협상장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 등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상황을 보여줬고, KBS의 <곳곳 충돌>도 바다로 협상장을 진입하려던 시위대와 경찰의 몸싸움, 어민들의 해상시위 등을 보여주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의 <제주는 시위중>은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상황에 더해 비폭력평화시위를 선언한 제주도민들의 집회를 보도하며 "협상장 주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 내용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상황을 부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시위대가 해상시위까지 벌이면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귀기울여주기를 바란다.
한미FTA 협상에 대한 보도는 한미 양측의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양측의 입장을 균형있게 다루겠다는 태도는 FTA 협상의 결과가 초래할 피해들을 외면하고 우리의 국익을 저버리겠다는 것과 같다. 우리에게 이번 협상이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꼼꼼히 분석하고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우리 협상단이 끌려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만이 협상의 핵심인 것처럼 접근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 협상 첫째 날 12개 분과의 회의가 이뤄졌지만 방송 3사는 상품분과의 협상 중단과 개성공단 협상 난항 등을 제외한 분과는 전혀 다루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통상교섭본부는 "핵심이외의 이견사항들에 대한 '가지치기' 작업을 통해 5차 협상부터 핵심 쟁점 타결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합의가 도출되는 분야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 3사가 '쟁점 사항'을 포함해 여타 분과 협상의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보도해 시민들이 한미FTA 협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줄 것을 촉구한다. <끝>
2006년 10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