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주요 신문의 '대북포용정책' 관련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0.13)
등록 2013.08.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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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보수신문, '포용정책 폐기'하고 공멸하자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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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수구보수 신문들의 '대북포용정책 죽이기' 시도가 갈수록 가관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이들 신문은 연일 '포용정책이 실패했다', '포용정책이 북한 핵실험을 초래했다'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포용정책을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우선 미국 내에서조차 북한 핵실험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의 실패"라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객관적 사실을 호도하며 모든 것을 대북포용정책 탓으로 돌리는 무지하고도 악의적인 선동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남북 긴장 완화와 교류 증진에 성공적이었던 대북 포용정책을 폐기하라고 주장하면서 '대안'이라고 내놓는 대북 강경정책들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으로서 결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없는 것들이다.


조선일보는 10일 1면 사설 <대한민국 지키는 대결단을>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이 북한정권의 본질에 무지했거나 자주라는 이데올로기에 가려 헛것을 본 것"이라며 "그 결과 7000만 민족 전체의 생사를 핵의 골짜기로 밀어넣어 버린 것"이라고 '대북포용정책 책임론'을 주장했다.
이어 11일 사설 <대통령은 4800만 안위위해 마음과 귀를 열어야>에서도 "이제 대통령은 북핵정책의 예정된 실패 앞에서 이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핵실험 이후 북핵 해법을 새로 찾아 나서야 한다"며 햇볕정책 폐기를 기정사실화하고 대북압박정책에 동참할 것을 종용했다.
또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등 한반도 긴장 완화에 이바지 해 온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유지하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12일 사설 <북 계략에 말려 또 국제공조에서 이탈하나>을 통해 "또 다시 한국이 북핵저지의 국제논의의 장에서 빠져나와 제 발로 국제적 고립이란 골짜기에 굴러 떨어져 동맹과 국제사회에서 다 함께 버림받게 되는 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또 다른 사설 <햇볕정책 목숨보다 나라 운명 걱정해야>에서 조선일보는 노골적으로 "대북포용정책으로 인한 대북 경제원조가 북한 핵실험을 도왔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는 "햇볕정책이 실어 나른 그 엄청난 돈 포대가 이번 핵실험을 준비하는데 들어간 것", "대북 포용정책과 대북 햇볕정책의 수혜자는 북한 동포가 아니라 북한의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권력집단이었을 뿐"이라며 근거없는 주장들을 나열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나아가 "북한이 핵실험을 한 마당에 태연히 금강산 관광버스에 몸을 실은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을 햇볕정책 8년에 대한민국 국민의 안보의식이 그렇게까지 마비돼 버렸다는 증거"라고 주장, 햇볕정책이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불러왔다는 불만을 터뜨리며 국민들이 북한 핵실험에 대처하는 의연한 자세까지 폄훼했다. 더불어 북한 핵실험의 책임은 북미 관계의 악화에 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 안위를 더 염려하는 것이 마땅한 처신이 아니겠는가"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역시 대북 포용정책을 북한 핵실험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음해 선동을 서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 <대한민국 비상사태다>에서 "그동안 북을 감싸기에 급급했던 우리 정부의 햇볕, 포용정책이 전면 실패했음이 입증됐다"고 단정했다. 이어 "대화와 협상으로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었던 안이한 판단을 맹성하고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일방적인 퍼주기로 북을 변화시키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핵과 미사일 위협이고 국민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불감증만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햇볕정책을 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북한 핵실험의 책임을 떠넘기고, 김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무시한 채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다는 원색적인 인신공격까지 폈다.
11일 사설 <DJ의 햇볕정책, 일신의 영달 말고 뭘 남겼나>에서 동아일보는 "지도자의 사심과 그릇된 판단은 두고두고 나라와 국민의 장래에 악영향을 미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는 포용정책이 한몫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에 걸쳐 북에 제공한 8조 원이 넘는 지원은 결국 핵개발의 밑천이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 덕에 본인(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남은 북에 휘둘리고 끌려다녀야만 했다", "그래서 낳은 것은 남남갈등과 국민의 안보불감증,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왕따'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12일 사설 <북의 실체에 국민의 눈 가린 좌파정권>에서도 동아일보는 "햇볕정책으로 노벨 평화상을 탄 자신에게는 '성공'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이미 치렀거나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는 어떻게 되는가"라며 또다시 대북 포용정책을 김 전 대통령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잘못된 이벤트로 폄하했다. 그러면서 대북포용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으니 정책실패를 반성하고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또한 북한 핵실험은 '대북 포용정책'이 실패한 증거라고 주장하며 대북한 제재를 역설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조선, 동아일보와 다를 바 없는 입장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10일 사설 <북한 핵 앞에 벌거벗은 한국 안보>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 등 남북경협과 교류를 동결하는 등 대북 정책을 근원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자 사설 <북 핵실험이 '작은 문제'라는 노 대통령>에서는 노 대통령이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가져왔다는 지적들은 여유를 갖고 인과관계를 따져봤으면 좋겠다"는 언급에 대해 "그렇다면 이후의 우리 정책은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밝혔어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쪽이 결정적으로 우리의 목줄을 겨냥했는데도 아직도 대통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느낌"이라며 포용정책 폐기를 거듭 주장했다.
12일자 사설 <DJ "미국이 못살게 굴어서 핵개발했다"니…>에서도 중앙일보는 "김 전대통령의 재임 시절 햇볕정책은 나름대로 한 유용한 방법일 수 있었겠지만 북한의 핵무기 실험으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정책이 돼 버렸다"고 단정하면서 "다시 이를 고집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북포용정책이 성공하려면 채찍과 당근이 함께 있어야 한다"며 '채찍'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니 '강경책'을 쓰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사설 <북 핵실험해도 열린우리당 정신 못 차렸다>에서는 "포용정책이 실패했으니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중요한 작업을 선도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포용정책 고수 주장은)한국사회의 대열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운운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포함한 '대북 포용 유권자층'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는 건 아닌가"라고 열린우리당의 대북포용정책 고수 방침을 단순한 정략으로 몰았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대북포용정책이 북한 핵실험의 원인인 것처럼 왜곡하며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의 책임을 호도하는 냉전수구 세력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10일자 사설 <북한의 핵실험 오판>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남북관계가 과거와 똑같이 진행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남북관계의 급격한 위축은 무조건적인 민족공조를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1일 사설 <한국의 주도적 구실 끝나지 않았다>에서는 "(포용정책이)북한 핵실험을 유발했다는 야당 등의 주장은 포용정책을 대북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이해했거나 정치 공세를 위해 왜곡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이후 지금처럼 혼란 없이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포용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 해야 할 일은 현실 추수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라며 성급하게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비판했다.
12일 사설 <어려운 때일수록 이어가야 할 민간 남북 교류·협력>에서도 한겨레신문은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상황 변화나 비판 여론 등으로 민간 교류·협력사업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은 말 그대로 정치·군사적 대치와 이념을 초월한 것"이라며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남북간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민간 교류는 얼음을 깨는 구실을 했다"며 "정부의 외교적 대응과 민간의 교류·협력은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어렵게 키워온 화해·협력의 밑둥까지 잘라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12일 사설 <대북 포용정책 기조는 흔들려선 안된다>에서 "대북 포용정책은 화해와 협력을 통해 남북교류를 확대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함으로써 평화통일 기반을 넓힌다는 것이 취지"라며 포용정책으로 '남북경협'과 교류가 확대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포용정책에 대한 당과 대통령, 국무총리의 엇갈린 발언의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여당은 기존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각종 대북 사업을 신중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조선일보 등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에게 엄중히 묻는다.
대북포용정책의 폐기를 목청 높여 외치는 수구보수신문들은 북한 핵위기를 타개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어떠한 합리적 대안,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대북포용정책은 지난 8년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남북 간의 교류 진전을 통해 평화공존의 기틀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련해 왔다. 포용정책이 북한 핵실험을 초래했다거나 북한 핵실험으로 포용정책이 실패로 드러났다는 식의 주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적 분석을 결여한 정략적이고 무책임한 선동이다.
더욱이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 신문들이 '대북 포용정책' 폐기와 함께 주장하고 있는 대북 강경책은 한반도 핵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지름길이다.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을 골자로 한 작년 9.19 6자회담 합의를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통해 먼저 깨뜨려 버리자 북한도 핵실험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만약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이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단행한다면 북한 역시 추가 핵실험이나 핵탄두 탑재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더욱 강도 높은 무력시위로 맞대응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구보수세력들이 주장하는 경제제재, 해상봉쇄 등의 대북 강경책은 결코 한반도 핵위기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수구보수 신문들이 무조건 대북 포용정책의 폐기와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스스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꾀할 능력도, 의사도 없음을 폭로하는 셈이다. 나아가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북포용정책을 최대한 흠집내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킨다는 비난까지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고, 한반도 평화를 궁지로 몰아가는 대착오적이고 정략적인 포용정책 흔들기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
<끝>

 


2006년 10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