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7·26재·보궐선거 결과’ 관련 주요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등록 2013.08.29 13:41
조회 311

 

 

 

아전인수격 정치선동 중단하라
.................................................................................................................................................

 

 


지난 26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성북을에서 조순형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나머지 세 곳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날 선거의 투표율은 역대 국회의원 선거 중 가장 낮은 수치인 24.8%를 기록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이번 조순형 씨의 당선을 놓고 ‘탄핵의 정당성이 입증됐다’, ‘노 대통령이 민심에 의해 탄핵당했다’는 식의 저급한 정치선동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27일 1면 기사 <‘盧 탄핵 주역’ 조순형 당선>에서 “조순형 당선자의 당선에 대해 정치권에선 ”노대통령이 민심에 의해 탄핵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정치권’이라는 실체도 없는 취재원의 분석결과를 내놨다. 3면 <돌아온 ‘Mr. 탄핵’… 범여권에 거센 후폭풍>와 5면 <“노대통령 탄핵할 사유 오히려 늘었다”>에서 조순형 당선자의 말을 인용해 제목에서 탄핵이 정당했었다고 강변했다.


동아일보도 27일 3면 <돌아온 ‘미스터 쓴소리’>에서 조 당선자의 ‘탄핵 정당성’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고, 사설 <‘대통령 탄핵 주역’ 조순형 씨의 정치적 부활>에서는 “유권자들이 조 씨에게 정계 복귀의 길을 열어준 것은 그의 소신에 대한 재평가이자, 노 정권에 대한 거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도 27일 사설 <탄핵 주역 조순형씨의 당선 의미 알아야>에서 “7.26 재·보선에서는 탄핵 발의가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평가하고, 5면 <“탄핵 참여한 사람들 명예회복 계기”>는 조순형 당선자 인터뷰 기사로 당선소감과 정치권 복권 등을 다루며 ‘탄핵 정당성 발언’을 부각시켰다.


경향신문은 27일 사설에서 “여권에 대한 도저한 민심의 이반이 확인됐다”며 조 후보 선거운동기간 중에 ‘탄핵주역’임을 주창했음에도 유권자들이 선택한 것은 “2년여전 촛불을 부여잡고 ‘탄핵’을 부정했던 국민들이 이제는 그 탄핵을 복권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른 셈”이라고 평가했다.


2004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은 굳이 헌재의 판결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에 의해 그 부당성을 심판 받은 사건이다. 당시 수십 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고, 탄핵을 추진한 세력들을 ‘심판’하려는 국민들의 의지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획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의 무능 때문에 민심이 이반되고 있다는 평가와 조순형씨의 당선을 연결시켜 ‘탄핵안 추진’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약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정부와 여당이 과반의석을 갖고도 개혁을 힘있게 추진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2004년의 대통령 탄핵은 수구 기득권세력과 여기에 결탁한 일부 세력들이 공모해 어렵게 진전시켜 온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기 때문에 국민적 항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따라서 한 지역구의 보궐선거에서 조순형 씨가 당선된 것을 두고 국민 일반이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한 양 몰아가는 것은 탄핵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지금 집권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당연한 결과다.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고 열린우리당에 과반의석을 몰아준 것은 부패, 기득권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복지, 교육 등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개혁을 추진해 달라는 요구의 표출이었다. 하지만 집권여당은 국민들에게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FTA 졸속 추진과 같은 엉뚱한 일에 올인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의 무능에 대한 반사이익만 얻고 있을 뿐이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모두 싫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최악의 투표율을 보인 일부 지역의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언론이 우리의 정치현실을 성찰하기는커녕 나라 전체의 민심이 ‘탄핵’을 지지하게 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저급한 정치적 선동에 가깝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신문들은 유권자들에게 현실을 호도하고, 정치적 불신만 확산시키는 아전인수식 보도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끝>

 


2006년 7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