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국정홍보처의 방송농락, 여론조작 규탄 기자회견 성명서(2006.7.7)
국정홍보처의 방송농락·여론조작을 규탄한다
- 한미FTA 반대여론 막으려 방송에 재갈 물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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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밤, MBC PD수첩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편이 방송되었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일방적으로 홍보해 온 한미FTA의 장밋빛 환상을 깨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MBC를 포함한 모든 방송과 신문들이 월드컵에 올인함으로써,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던 점을 생각하면, 늦었기는 했지만 이제야 방송이 조금이나마 제 정신을 차리는가 섣부른 기대를 갖게 된다. 한미FTA 2차 본협상 시작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한미FTA의 허실을 단순 중계보도가 아닌 심층취재를 통해 보여준 프로그램은 PD수첩과 한 달 전인 지난 6월 4일 방송된 KBS스페셜 <FTA 12년-멕시코의 명과 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 대변인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비공식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제작자의 정치적 관점을 과도하게 반영했으며,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시스템에 근본문제가 있다.", "국익차원에서 보도는 안 해도 최소한 공공성은 담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정도면 횡포에 가까운 ?quot;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다. 그의 PD수첩에 대한 발언은 방송을 보기도 전에 '인터넷에 소개된 내용'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 언론현업단체는 김 국정홍보처장의 발언에 대해 분노 이전에 우선 황당함을 감추기 어렵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나마 몇 안 되는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에 대해 국정홍보처장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의구심, 횡포' 운운하고 있다니…. 김창호 홍보처장은 월드컵 띄우기에 광분하는 우리 방송들이 과연 공영방송답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프로그램의 공공성,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사후에 정식으로 반론 제시나 정정보도를 요청하면 될 사안을 공영방송의 횡포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와 정권의 횡포가 아닌가?
우리는 그의 말 가운데 특별히 "제작자의 관점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시스템에 근본문제"라는 대목에 주목한다. 이는 방송과 방송사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 아닐 수 없다. 이 발언은 지난 해 PD수첩의 황우석 보도를 난타하며 제기된 'PD저널리즘'에 대한 악의적 비난과도 일맥상통한다. 쉽게 말해서 제작진에게 모두 맡겨두어서는 안되니, 데스크 기능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황우석이 연출한 희대의 대 사기극을 보고나서도 교정되지 않은 오도된 언론관을 반복해 펴는 그를 보면서, 우리는 PD수첩에 공개적으로 '짜증'을 내고서도 사과와 변명은커녕, 또 다시 오만과 독선에 가득 차 한미FTA의 거짓 환상만을 강요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함께 떠올린다.
우리는 국정홍보처장의 발언을 단순한 항의성 코멘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근에 국정브리핑을 통해 한미FTA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려 했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방송에 대해 구체적 압력을 가하고 공영방송을 위협해 입을 막으려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는 방송사로 하여금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 중계하라는 과거 공보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주장이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청와대 주변과 신라호텔 인근 집회를 원천 차단하려는 행위 역시 과거 5공 군사독재시절을 방불케 한다. 노무현 정권과 김창호 처장은 지금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광기마저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김창호 처장에게 엄중히 요구한다. 어제 발언과 국정브리핑의 여론조작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사퇴하라. 국민의 혈세로 한미FTA의 장밋빛 환상만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부당한 홍보행위도 즉각 중단하는 것이 옳다.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정홍보처가 여전히 한미FTA 반대여론을 호도하고 언론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계속 늘어놓는다면 우리는 이를 '공보처 부활기도'로 규정하고 국정홍보처 폐지에 앞장 설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충분한 국민적 합의나 공감대 없이 한미FTA를 밀어붙이려 든다면, 5공 군사독재에 대한 거부 이상의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끝>.
2006년 7월 7일
언론개혁시민연대 / 민주언론시민연합/ 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 인터넷기자협회 외 43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