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5일 조선일보 기사 [FTA 때문에 '금 가는 밀월?']에 대한 민언련 논평
성숙한 문제 제기는 할 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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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조선일보 4면 기사 을 접하며 우리는 한편으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이 기사는 지난 4일 ‘국정브리핑’의 기사 조작을 비판한 우리 단체의 논평을 두고 ‘한미FTA 때문에 민언련과 국정홍보처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요지의 내용이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우리의 논평 가운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뽑아내, 자의적인 해석을 덧붙였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는 한편, 조선일보의 기사가 어떤 점에서 우리를 참담하게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고자 한다.
우선, 조선일보는 민언련의 ‘국정브리핑’ 비판이 무슨 새삼스러운 일인 듯 호들갑 떨지 말기 바란다. 우리 단체 논평을 두고 ‘한미FTA로 국정홍보처에 등을 돌렸다’는 식의 해석은 그야말로 조선일보다운 발상일 뿐이다.
우리는 국정브리핑이 한미FTA가 아닌 다른 사안에 대해 기사를 날조했다 하더라도 똑같이 비판했을 것이다. 아무리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매체라고 해도 최소한의 ‘사실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노무현 정권이 한미FTA를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데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우리 단체의 국정브리핑 비판을 “각별한 태도 변화”인 양 다룬 것은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 단체를 음해하려는 행태이다.
우리는 ‘언론정책’을 비롯한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왔으며, 한미FTA 비판이나 이번 국정브리핑사태에 대한 비판은 그 연장선상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 조선일보가 “그간 정부의 언론정책을 사실상 이끌어온 민언련”이라고 우리 단체를 높게 평가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닐뿐더러 언론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언론노조와 언개연을 비롯한 여타 시민사회단체에 누가 되는 일이며 정부 여당 내에서 언론개혁을 위해 애써 온 사람들을 폄하하는 유치한 ‘이간행위’에 불과하다.
우리는 정부 여당이 시민사회의 언론 정책제안을 제대로 실행했다면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이 지금처럼 기세등등하게 여론호도에 앞장서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2004년 말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포상제만이라도 제대로 실시했다면 일부 보수언론이 지금처럼 정파적인 보도에 몰두하지 못했으리라는 관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안타까울 뿐이다.
둘째, 우리는 세상의 모든 관계를 ‘밀월’, ‘유착’, ‘음모’ 등으로 바라보는 조선일보식 비뚤어진 시각이 통하는 날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자 한다.
조선일보식 흑백논리로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관계는 ‘유착’ 아니면 ‘적대’ 관계만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기보다는 사실에 기초한 진실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많다는 것을 조선일보는 알아야한다.
우리 단체는 ‘제대로 비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잘하는 일은 칭찬하고 잘못하는 일은 비난하거나 질책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뿐만 아니라 일을 잘하거나 잘못한 정도에 따라 적절하게 책임을 묻는 것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우리는 이번 ‘국정브리핑’ 기사 날조와 관련해서도 국정홍보처장의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다. 적어도 국정홍보처장 사퇴를 요구하려면 ‘허위기사 작성’에 국정홍보처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증거가 있어야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는 정략적 정치공세 차원에서 국정브리핑 사태를 해결하려하는 모든 시도에 대해 반대한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우리 단체와 국정홍보처를 ‘밀월’ 관계였던 것처럼 전제하고, 우리의 자연스러운 비판 논평을 ‘국정홍보처와 균열’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등의 비뚤어진 시각을 바로잡아 주길 진심으로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가 5일 기사에서 우리 단체가 “사실상 조선일보의 특종보도를 인정하면서 (국정홍보처에 대한) ‘비난 논평’까지 냈다”고 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간 특종경쟁에 대해 우리 단체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어떤 신문이 특종보도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종의 내용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조선일보가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진실보도를 한다면 그것이 특종이든 아니든 우리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하여 아무리 올바른 일을 해도 인정하지 않고, 흔들기에 몰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한미FTA, 한반도 평화, 사회양극화 등 해결해야할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리 단체를 포함해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우리를 참담하게 하는 것은 한미FTA와 같은 중대한 현안을 놓고도 자칭 ‘1등신문’이 여전히 유치한 방식으로, 유치한 문제제기를 하는 현실이다.
조선일보가 비록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최소한의 양식을 갖추고 내용 있는 비판, 성숙한 문제제기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정녕 ‘연목구어’인가. <끝>
2006년 7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