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유죄 확정 판결 및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7.3)
등록 2013.08.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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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사주', 조선일보에서 손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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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대법원 1부는 회삿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방씨는 앞으로 4년간 신문의 발행인, 편집인을 맡을 수 없다.
한편 방씨의 유죄 판결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기소된 김병관 동아일보사 명예회장, 국민일보사 조희준 회장 등 언론사주들이 모두 유죄 확정 판결을 받게 됐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자사 사주의 탈세·횡령 유죄 판결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매우 궁금했다.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을 자처해온 만큼, 사주가 23억이 넘는 증여세를 포탈하고 회삿돈 25억여 원을 사주 일가의 돈처럼 사용한 것 등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자성의 분위기'라도 보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30일 조선일보의 방씨 유죄 판결 기사는 사주의 범죄를 '물타기'하려는 후안무치한 보도였다.
조선일보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30일 2면에서 <대법, 본사 방상훈 사장 집행유예 확정/법인 조선일보·부사장에 대해선 원심파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는 방씨의 어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팩트'조차 없다. 그저 첫 번째 문장에서 대법원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만 썼다. 나머지 기사는 대법원이 '방계성 부사장과 법인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원심을 깼다'는 사실과 방씨의 혐의가 포착된 2001년 세무조사를 흠집내고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기사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대북정책에 대한 주요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던 2001년 1월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부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받아 청와대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직후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23개 언론사를 상대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 검찰 등 사정기관 직원 1000여명을 동원해 이뤄졌다", "당시 조선일보에는 정기 법인세 조사로는 극히 이례적인 100여명의 국세청 직원이 투입됐으며 주요간부들의 금융계좌까지 조사했다", "당시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 등을 비판한 주요 언론에 대한 정치 보복성 세무조사와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는 등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한마디로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않은 '기형적 기사'다. '어제' 나온 대법원의 판결을 보도하면서 어떤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는지도 쓰지 않고, 5년 전 세무조사의 의도를 문제 삼는 주장을 변명처럼 늘어놓는 것이 어떻게 상식적인 신문기사인가?
또 백번 양보해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한들 방씨의 탈세와 횡령이 합리화 될 수는 없는 일이다.


2001년 당시에도 조선일보는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며 정략적 공세를 펴는 데 앞장섰으며, 이후에도 틈만 나면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의 상징'처럼 왜곡해 왔다. 이런 과거 전력 때문에 조선일보가 사주의 탈세와 횡령을 인정하는 것이 더더욱 수치스럽고 곤혹스러우리라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세무조사의 '정치적 의도'를 아무리 부풀려본들 유죄가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도 한번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쿨'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쇠귀에 경 읽기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다시 한번 조선일보와 방상훈씨에게 충고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방상훈씨는 조선일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조선일보는 근본에서부터 환골탈태 하는 길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4년의 시간만 흘러가기를 기다리면서 '탈세사주'가 막후에서 조선일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조선일보는 '탈세신문', '족벌신문'의 멍에를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끝>

 


2006년 7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