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EBS 고가 해외영어캠프 후원에 대한 민언련 논평
EBS 공영성 강화의 계기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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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가 조기유학업체와 공동으로 고가의 ‘해외영어캠프’ 사업을 벌여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우리는 EBS의 공영방송 답지 않은 행보에 대해 비판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얼마 전 감사원이 EBS에 대한 감사를 통해 수능교재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되었고, 일부 직원들이 수능교재 판매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등의 결과를 발표한 상황이다.
감사원 결과 발표 이후 EBS는 “감사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도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갖춘 공영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해서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런 EBS가 이번에는 고가의 해외영어캠프 사업을 벌인다고 하니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흔드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EBS가 홈페이지(www.ebseic.com)까지 개설해 참가자를 모집한 해외영어캠프는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탐방’, ‘캐나다 벤쿠버 국제캠프’, ‘호주 시드니 사립학교 체험캠프’ 등 5가지 프로그램으로 8박9일에서 3주 동안의 일정으로 이루어지는 데, 그 비용이 적게는 250만원(필리핀)에서 많게는 493만원(호주)이었다고 한다. 이는 일반 해외영어캠프보다 비싼 가격이며 국내에서 진행되는 영어캠프보다 3~5배 정도 비싸다고 한다.
그동안 EBS는 최소한 교육 관련 컨텐츠에 있어서는 ‘공신력’을 얻어왔다고 할 수 있다. EBS와 함께 이 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의 홍보부장은 “교육방송과 함께 사업할 경우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EBS의 사회적 신뢰를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결과적으로 EBS는 특정업체에 공신력을 담보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해외영어캠프사업을 벌여 ‘돈을 벌려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 없게 되었다.
EBS가 교육과 관련한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할 때에는 ‘교육 전문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사교육이 ‘필수’처럼 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격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EBS 수능방송의 긍정성이 인정된 이유도 고액의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수험생들이 공영방송을 통해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서민가정과 저소득층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노력해야 할 EBS가 ‘조기유학’ 등 해외유학․연수를 알선하는 업체와 함께 ‘명품영어캠프’를 추진한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올만한 큰 일 이며,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단기 해외영어캠프 붐에 ‘EBS가 편승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기도 하다.
EBS는 다른 어느 방송사보다 공공성 실현에 충실해야하는 위치에 있다. 우리가 EBS의 ‘도덕적 해이’를 다른 방송사들의 문제보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EBS가 ‘소탐’하여 EBS에 대한 사회적 공신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공영방송 EBS의 전체 예산 가운데 수신료,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재원’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 그에 따라 EBS가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조건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이 EBS의 정체성 훼손을 합리화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EBS는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이것이 구두선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수능교재를 둘러싼 비리와 방만한 경영, 호화 영어캠프 등에 대해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있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 전문 공영방송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방송통신융합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통신자본의 방송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제적 효율성과 경쟁력 논리를 앞세운 통신자본의 공세 속에서 방송영역의 공익서비스기능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감사원감사결과 밝혀진 EBS의 일부 도덕적 해이행태는 방통융합논의과정에서 방송영역의 공익서비스를 지키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EBS는 시청자들과 시민사회가 EBS의 이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음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우리도 EBS의 공영성 강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는 방안을 여러 시민사회단체, 언론단체 등과 숙고할 것임을 밝혀 둔다. <끝>
2006년 6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