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BS <야심만만> 5월 8일 ‘변태’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5.13)
등록 2013.08.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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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야심만만> ‘변태’편, 시청자에게 무엇을 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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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이하 <야심만만>)에서는 “이럴 때 내가 변태가 아닐까 생각된다”는 토크쇼를 방송했다. 방송 이후 이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는 “지상파 방송에서 다루기에 부적절한 선정적인 내용이었다”는 비판과 “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 재미있었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야심만만> 제작진은 이번 방송에 대해 “논란은 있었지만 다양성을 위한 시도였다”는 자체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민언련은 <야심만만> ‘변태’편을 ‘성이 방송 소재로 사용된 것’에 대한 찬반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방송에서 성을 소재로 할 때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야심만만> ‘변태’편이 적절하게 성을 다루었는가가 평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3사 가이드라인은 약간의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성에 관한 묘사에서 선정적으로 다루거나 불쾌감·혐오감을 주는 표현을 피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에 대해 우리보다 비교적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일본의 NHK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도 “성에 관한 사항은 품위를 잃지 않도록 취급하고 흥미본위의 취급이나 외설적 취급은 하지 않는다. 특히 아동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방송에서 성을 소재로 사용하거나 묘사할 때에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외설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여성 및 성적 소수자 등과 무관하지 않은 소재이기 때문에, 관련 언급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차별적 표현이 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마디로 성은 여러 가지 민감한 부분이 많아 방송에서 사용하기 대단히 어려운 소재이다. 게다가 <야심만만>과 같은 오락프로그램에서 방송의 품위를 지키면서 건강한 성 담론으로 웃음을 주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한 장치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회는 <야심만만> ‘변태’편을 여러 가지 우려와 기대를 갖고 모니터해보았다.
분석 결과 5월 9일 <야심만만> ‘변태’편에서 우리는 여성과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우려되는 몇 가지 장면을 발견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의 상식적 수준의 성 관련 발언과 몸짓까지 ‘변태’라는 단어와 연결시키는 무리수를 두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야심만만>이 ‘변태’라는 희화화된 성 표현을 통해 건강하고 풍자적인 성 담론으로 유머를 제공하는 데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심만만> ‘변태’편에서 가장 먼저 지적할 부분은 밤이 되면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듯한 발언을 여과 없이 자막처리하고 하이라이트로 반복했다는 점이다. 5월 1일 <야심만만>에서 싸이는 “(나와 상관없는 외간여자는) 밤에 많이 다녀줄 수록 땡큐다”, “해가 떨어지면(밤에는) 어머니 밑으로는 다 동갑이다”라고 말했다. <야심만만>은 이 발언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물론, [싸이어록]이라며 자막처리까지 해주었다.


또한 5월 8일에는 이미 지난주에 방송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도입부 하이라이트에서 이 장면을 다시 방송하였다. 게다가 싸이가 최화정에게 “다음에 태어나면 동갑으로 태어나요”라고 말하자 진행자 강호동이 “왜 밤이면 엄마 밑으로는 다 동갑이라며~”라고 다시 이 발언을 끄집어냈고 제작진은 또 다시 이 내용을 자막처리 했다.
방송위원회 방송심의규정 29조 [양성평등에 관한 조항]에는 “방송은 특정 성을 부정적,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2001년 여성부에서 제작한 ‘남녀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방송심의용가이드라인’에서도 여성을 대상화하는 문제를 제재해야 할 사안으로 다루면서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호기심이나 욕망의 대상으로 대하는 태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 성적소수자를 비하하는 일부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우리 사회에는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고,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개념이 이제 갓 싹트기 시작했다. 따라서 시청자의 성적소수자에 대한 인권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방송은 성적소수자를 조롱하는 등의 표현에 대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방송위원회 방송심의규정 21조 [인권침해의 제한] 조항에는 “방송은 정신적?신체적 차이를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하여서는 아니되며,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5월 8일 방송에서 싸이는 극장에서 옆자리의 남자가 팔걸이를 사용하고 있을 때, 이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옆자리 남자가 팔걸이에 올린 손바닥 밑으로 자기의 손가락을 은근히 집어넣으면 된다. 그러면 대부분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팔걸이에 손을 올려놓지 않는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 강호동은 “그런데 그 남자가 손을 치우지 않고 더 꽉 잡으면 어떻게 하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싸이는 노골적으로 성적소수자를 연상시키는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왜~?”하고 대꾸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출연자와 방청객은 혐오스러움이나 기괴함을 드러내는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웃었다. 이처럼 성적소수자를 멸시하고 편견을 줄 우려가 있는 방송 장면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긴 하나, 앞으로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


셋째, <야심만만>이 자연스러운 성적 상상력마저 ‘변태’ 범주에 묶으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테면 다음에 예로 든 방송 출연자들의 발언 내용과 네티즌 설문조사 결과는 성적인 소재를 다루기는 하였지만 ‘변태스러운’ 내용은 아니었다. 예컨대 ‘자신이 변태라고 생각될 때’를 묻는 질문에 1위 ‘야한 비디오를 음소거로 해놓고 혼자 볼 때’, 2위 ‘이성의 특정 신체부위(쇄골, 목선)에 시선이 갈 때’, 4위 ‘너무 사랑해서 뽀뽀나 키스보다 깨물어주고 싶을 때’ 등의 답변이 나왔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성에 대한 생각으로 봐도 무방했다.
그 밖에 “다리를 쫙 벌리고 있는 남자를 보거나 남자 발레 무용수를 볼 때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신체의 특정 신체부위를 보게 된다”는 엄정화의 발언과 “남자의 제복은 섹시하지 않지만 그 제복을 벗었거나 꾸겨졌을 때는 섹시하다고 느낀다”는 최화정의 발언 역시 ‘충격적’이기보다 ‘솔직하다’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싸이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가지고 [변태스러운 손떨림]이라고 자막을 넣는가 하면,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는 변태], [엉뚱변태], [우아변태] 등을 출연자별로 자막처리 해 모두 ‘변태’로 표현했다. 고정 출연자인 이혁재는 싸이, 최화정, 김태우에게 “탁월한 변태성의 발견에 변태위원회 부위원장, 여성분과위원장, 사무총장으로 임명한다”라고 하는 등 ‘변태’라는 단어로 그날의 대화를 무리하게 치환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야심만만>은 청소년들이 시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프로그램을 제작해주길 바란다. <야심만만>은 5월 8일 초반부에서 자막과 함께 최화정이 “경고문 여기서 잠깐! 당부의 말씀! 지금부터의 방송내용은 현대생활변태백서에 관한 내용이오니 19세 미만 청소년 여러분은 시청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농담조의 경고를 했다. 그러나 장난기어린 경고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오락프로그램에 대한 방송프로그램등급제가 시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야심만만>은 현재 ‘등급 외 프로그램’으로 분류된다. 아마도 <야심만만> 제작진은 방송시간이 밤 11시 이후이며,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 등을 자주 다룬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19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으로 규정한 것 같다. 그러나 밤 11시에는 <웃찾사>(SBS), <상상플러스>(KBS), <해피투게더>(KBS) 등 청소년이 즐겨 시청하는 오락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어서 이 시간을 성인전용 시간대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청소년들이 심야시간대에 방송을 많이 시청하므로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방송위원회 방송심의규정에 명시된 청소년보호시간대를 현행 오후 10시에서 오후 12시(자정)으로 확대하자는 개선요구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 회도 방송위원회에 청소년보호시간대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주기를 요청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이번 <야심만만> ‘변태’편에 대해 토크 소재의 지평을 넓히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은 ‘소재의 지평’을 넓혔는지는 모르지만 소재의 지평을 ‘변태’로 넓혀 ‘어떤 것’을 시청자에게 주려고 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지상파에서 다루기에는 저속하고 부적절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회는 제작진의 긍정적인 의도와는 달리 <야심만만>에서 ‘변태’를 소재로 다룬 것은 무리한 시도였다고 판단한다.
<야심만만>은 사람들의 속내를 들추어내어 알아맞히는 과정에서 “맞아 맞아!”하며 맞장구치는 즐거움을 주며,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사람들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인간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장점을 갖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우리 회는 <야심만만>이 이러한 좋은 기조를 살리면서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연예인 사생활 캐내기, 영화 홍보해주기, 남녀에 대한 고정된 편견, 소수자에 대한 편견, 외모지상주의 부추기기 등의 문제점을 털어내고 따뜻하고 편안한 웃음을 전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끝>

 


2006년 5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