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방부의 평택미군기지확장이전부지 강제행정대집행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6.5.10)
등록 2013.08.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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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들은 평택문제 제대로 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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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정부는 1만 5천여 명의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평택미군기지 확장부지'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민과 군·경의 대규모 충돌이 벌어져 2백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범대위 소속 회원 500여 명이 연행되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는 농사를 계속 짓겠다는 주민과 강제토지수용을 하겠다는 정부의 계속된 갈등으로 불신의 골이 깊게 패인 상황에서, 정부가 물리력을 앞세워 '강제집행'에 나설 경우 큰 불상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하지만 결국 정부의 행정대집행으로 그간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날 행정대집행에서 국방부는 시위대의 10배가 넘는 군·경을 동원하고도 전쟁을 방불케 하는 폭력진압으로 일관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곤봉과 방패를 휘둘렀고, 넘어진 사람들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는가 하면, 연행과정에서도 신체를 결박당한 사람들에게까지 막무가내식의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또 경찰은 시위참가 여성들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성희롱에 다름없는 행동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3사는 '국익을 위해 행정대집행(강제진압)은 불가피했다'는 정부와 국방부의 입장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특히 KBS와 SBS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반미세력인 범대위에게 있다', '외부세력이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국방부와 일부 보수언론의 '마녀사냥'에 적극 편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KBS, SBS 국방부 주장 편파적으로 전달


KBS는 5월 4일 <목표는 '반미·반전'>에서 "경찰은 이들 세력의 목표가 반미, 반전이라고 분석했다"며 "명백한 반미운동으로 '주한미군 주둔' 자체를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국방부와 경찰의 주장을 부각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평택에는 현지 주민보다는 외부세력이 몰려들어 시위와 반대투쟁을 주도해왔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이 범대위에게 있는 것으로 몰아갔다. 같은 날 <골 깊어진 갈등>에서도 "외부 세력의 개입으로 협상 진전 전망이 보이지 않고 더 이상 미루다간 미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행정대집행이 불가피했다"며 형식적인 협상노력밖에 보이지 않은 국방부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SBS 역시 4일 <"반대 투쟁 계속">에서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각 단체마다 주장과 요구사항이 달라 협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협상실패의 원인을 범대위 측에 전가했다. 특히 대추리 일대 '90여 가구 2백여 명'의 주민들은 "토지 보상비를 거부한 채 조상 대대 내려온 농토를 떠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데 반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 같은 시민단체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반전 반미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주민들과 범대위 참가단체들이 제각각의 목적에 따라 반대운동을 하는 것으로 몰았다.


KBS, SBS의 주장과 달리 유혈충돌이 발생한 일차적 책임은 '국방부'에 있다. 국방부는 주민들과 대화방침을 밝힌 지 불과 닷새 만에 기습적으로 군병력까지 동원해 강제퇴거에 돌입했다. '국방부가 명분을 쌓기 위해 대화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국방부는 협상 내내 '영농활동 중단과 측량 및 지질조사 등 기지 확장을 위한 공사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달라'는 요구조건을 거두지 않았으며, "2일 오전까지 답이 없으면 대화를 진행할 뜻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이런 국방부의 태도에 대해선 일절 비판하지 않으면서 모든 책임을 범대위에게 전가한 것은 최소한의 균형조차 갖추지 못한 태도이다. 특히 행정대집행 이후 보수언론들이 '반미꾼, 외부세력들이 이번 충돌을 불러왔다'는 식의 보도태도를 보이자 이에 분노한 평택 주민들은 자진해서 기자회견을 갖고 "5월 2일 마을총회를 열어 외부사람들은 절대 출입도 못하게 한 채 비밀투표까지 해 주민 90%가 '우리는 억울해서 못 나가겠다'고 결정했다"며 '외부세력에게 놀아나지 않았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 충돌은 '외부세력의 개입' 탓이 아니다. 그런데도 KBS와 SBS는 이런 주민들의 주장은 전달하지 않은 채 그저 국방부 입장만 충실하게 대변했다.
반면, MBC는 <"세 번씩이나 빼앗겼다">에서 평택주민들이 이토록 저항하는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비교적 상세히 전달했다. MBC는 "주민들은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로 무엇보다 이 땅을 세번씩이나 뺏기게 되는 억울함을 들었다"며 "일본군이 점령했던 땅에 해방 뒤 미군이 들어왔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부대를 확장하면서 또 쫓겨난 주민들"이 "수십년 동안 간척해 만든 280여 만평을 또다시 수용당하게 된" 사연을 상세히 전달했다. MBC는 이어 "평택으로 미군기지가 옮겨오면 전쟁 위험이 더 커진다"며 "주한미군이 후방으로 물러나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울러 동북아 지역분쟁에 미군이 신속하게 개입하는 전초기지로 쓰일 수 있다"는 주민과 범대위의 주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나아가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국방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일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1만 2000명의 미군 감축 결정에 이어 최근 그 이상의 추가 감축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만큼 굳이 280만평이라는 거대한 땅을 내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하지만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평택주민들과 범대위, 그리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방송보도는 방송3사를 통털어 MBC의 <"세 번씩이나 빼앗겼다"> 한 건에 그치고 말았다.


'충돌' 자체만 부각


한편, 방송 3사는 군경의 과도한 폭력진압, 인권유린 행태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양측의 충돌만 부각하는 보도행태를 보였다.
KBS는 4일 <강제집행 '충돌'>에서 "3000여 명의 경찰이 학교 안으로 진입을 시도", "각목과 대나무를 든 시위대와 격렬한 몸싸움",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간 시위대는 출입문을 봉쇄한 채 돌과 화분 등을 던지며 저항", "곳곳에서 피를 흘린 부상자가 속출했고, 1차 진압 과정에서만 주민 100여 명이 경찰에 연행" 등의 충돌상황만 전달하는 중계식 보도로 일관했다. 경찰의 과도한 폭력진압, 인권유린 행태에 대한 지적은 어느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SBS도 4일 <충돌 속 '강제퇴거' 완료>에서 "물대포를 쏘고 방패를 휘두르면서 건물 안으로 밀고 들어간 경찰에 시위대는 죽봉과 쇠파이프로 맞섰다", "경찰은 시위대를 대추분교 운동장 안으로 밀어붙였고 시위대는 연좌농성으로 맞섰다"며 '충돌'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MBC 역시 4일 <경찰·군 투입 강제해산>에서 "차량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시위대를 에워싼 수백명의 경찰은 곤봉과 방패를 휘둘렀고 시위대는 대나무 몽둥이로 맞섰다", "경찰은 학교를 봉쇄하고 진입을 시도했지만 농민과 학생, 시민단체 회원 등 1000여 명은 정문을 막고 벽돌과 자갈 등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는 식으로 양측의 충돌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해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KBS와 SBS는 행정대집행 다음날 발생한 시위대와 군인 사이의 충돌과 관련해 주로 시위대의 폭력성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의 충돌은 행정대집행 이후 미군기지 이전예정부지에 대해 철조망을 설치하고 군사보호시설을 선포한 국방부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시위대가 반발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은 국방부의 일련의 조치들이 얼마나 합당한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고민 없이 그저 시위대의 행동 자체만 문제삼았다.
SBS는 5일 <철조망 뚫렸다>에서 "한총련 소속 학생 등 시위대 1천여 명이 갑자기 논으로 달려들어 절단기로 어제 국방부가 설치한 철조망을 끊었다"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군인들이 서로 몸을 밀치며 충돌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군인들은 곤봉과 나무방패, 방망이 등의 시위진압장비를 미리 준비해 시위대와 격렬한 공방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SBS는 "군인들이 인간장벽을 쌓으며 학생들이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곳곳에서 들어오는 대규모의 시위대를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군인들이 일방적으로 당한 것처럼 보도했다.
KBS도 5일 <철조망 뚫고 진입>, <무력화된 철조망>에서 "공병대까지 동원해 설치한 철조망이 불과 하루만에 너무도 쉽게 뚫리고 말았다", "시민 단체와 학생들이 끊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 지역의 철조망은 무려 20여 곳", "시위대가 경찰과 군부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 시위를 펼친 결과", "이 같은 방식으로 시민단체 회원들은 어제 군부대가 설치한 철조망 곳곳을 뚫고 막사 등을 부쉈다"며 철저히 시위대의 철조망 제거행위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어진 <10여 명 내일 영장>, <차질없이 추진>에서는 "폭력행사를 주도한 10여명을 가려내 폭력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는 경찰의 입장과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이며 기지이전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을 전달하며 행정대집행과 강제진압, '미군기지확장'의 불가피성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KBS는 <재배치 어떻게?>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부대와 군사력 운용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양국의 전략적 타협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주요거점 지역을 집중시킴으로서 상호연계성, 효율성을 높이고, 우리 측면에선 반환면적을 극대화함으로써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는 내용의 국방연구원 인터뷰를 전하며 평택미군기지 확장의 정당성 주장을 적극 부각하기도 했다.
한편 SBS는 5일 "국방부는 미군기지터에서 자라고 있는 농작물 보상과 관련해서 모판을 제외한 농작물만 보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농작물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보상을 위해 영농활동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계속해서 '농작물 보상문제'를 부각함으로써 주민들의 영농활동이 마치 보상액을 늘리기 위한 수단인 양 몰고있는 상황이다. 결국SBS의 보도는 바로 이와 같은 국방부의 사태 본질 흐리기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그나마 MBC는 KBS, SBS와 달랐다.
5일 <철조망 끊고 시위>에서 "일부 시위대는 결박된 채 군인들에게 연행됐다"며 여러 명의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연행되어 나가는 시위대의 모습을 전달했다. 이어 "4000여 명의 경찰이 상주하고 군 경계병력까지 배치되면서 대추리는 마치 계엄이 선포된 듯 했다"고 평택의 상황을 전하며, "주민들이 수십년 동안 간척해 만든 이 땅은...철조망에 가로막혀 삼엄한 군사시설로 변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MBC는 "군인이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지 농민을 죽이는 군인이냐"는 평택주민의 인터뷰를 통해 강제진압에 대한 원주민들의 분노를 전달하기도 했으며, 이어진 <넘어야할 산 많다>에서는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대립으로 "7월 이후 최악의 충돌이 또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하고 '기지이전 비용부담 문제', '미군기지 환경복구 문제' 등 "미국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지적해 KBS, SBS와는 차별성을 보였다.
하지만 MBC는 6일 <보호장구 지급>에서 민-군 충돌 당시 부상을 당해 입원한 장병들의 모습만을 부각해 시위대가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불공정한 보도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주민과 범대위 측에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음에도 유독 군인들의 피해만 강조한 것이다. 시위과정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도 "철조망을 끊고 들어온 시위대가 장병들에게 죽봉을 휘두른다", "앞줄에 선 장병들이 합판과 경계봉으로 이들을 막아보려 하지만 이내 밀리고 만다"며 군인들이 시위대에 의해 일방적으로 몰리는 장면을 부각했다. 또 인터뷰에서는 "철모가 벗겨진 상태에서 돌을 맞았던 것 같다"는 부상장병의 증언과 시위대를 원망하는 부상장병 부모의 발언을 내보내며, "어떤 공세 행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제를 하는 그런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까지 인용해 시위대의 '과격함'을 일방적으로 문제삼았다.
MBC는 7일 <"사퇴하라"…장병위로>에서도 부상장병을 위로방문한 윤광웅 국방장관의 모습을 전하며 "하이바를 벗기고 넘어져 있는 사람까지 때리면 부모 마음이 어떻겠냐"는 부상장병 아버지의 발언을 인터뷰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확대부각해 시위대에 대한 악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이 다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같은 MBC의 보도는 부상당한 장병들을 언론에 노출시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시위대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국방부의 시도에 '활용'당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평택미군기지 확장문제가 '민-군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사태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불상사의 책임은 국민적 동의 절차도 밟지 않은 채 힘으로만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에게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초래할 한반도 안보위기 등의 부작용을 철저히 숨기며 국민과의 대화를 거부해왔다.


언론 또한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 보수신문들은 일방적으로 국방부 등을 두둔하고 더 나아가 정권이 더 강경하게 주민들의 반발을 진압하도록 부추기는 등 악의적인 여론조작을 일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마저도 수구, 보수신문의 의제설정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는 보도를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보도태도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MBC와 SBS 역시 현재 평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주민 생존권'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시청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국방부의 토지수용 당시 방송보도에 대해 "'미군기지 이전확장'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형성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 먼저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은 이런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언론들이 지금처럼 '정부와 국방부, 검경의 단호한 대처'를 무비판적으로 부각한다면, 사태의 해결은커녕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방송들은 지금이라도 국방부와 보수신문의 의제설정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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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