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시사투나잇> 방송 관련 한나라당-조선일보의 선거방송심의규정 위반 시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3.17)
<시사투나잇> 흔들어 '방송 길들이기' 시작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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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두고 벌써부터 일부신문과 한나라당의 '방송 흔들기'가 시도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나라당은 7일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에서 방송된 '서울시장 후보 공천 강금실 변수' 보도가 '선거방송심의에관한특별규정(선거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이를 방송위원회에 불만사항으로 접수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곧바로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 14일 신문 1면 머리기사로 <선거 앞두고 공정성 논란>를 실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조-한동맹' 커넥션이 '방송 흔들기'를 매개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생방송 시사투나잇>(이하 <시사투나잇>) 방송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다. '방송은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선거방송심의규정 20조 '후보자 출연 방송제한' 조항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면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지난 2월 20일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보도토론방송'의 범위에 시사속보와 해설을 목적으로 하는 PD제작물을 포함시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시사속보와 해설을 목적으로 하는 PD제작물'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시사투나잇>이다.
<시사투나잇> 방송 내용도 하등 문제삼을 것이 없었다. 강전장관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여부는 후보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등 정치권 전체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따라서 강전장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서울시장 후보 출마와 관련된 중요한 발언을 했다면 데일리시사프로인 <시사투나잇>으로서는 당연히 다룰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는 MBC와 SBS 메인뉴스에서도 다뤄진 것으로 단지 PD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여 문제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구체적인 방송 내용을 따져보면 PD 제작물에 제한을 두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궁색한지 확연히 드러난다. 강전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와 관련해 뉴스프로그램들은 '3월 안으로 서울시장 후보출마 여부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는 강전장관의 발언과 동정을 다루는데 그쳤지만, <시사투나잇>은 약 5분에 걸쳐 강전장관의 발언뿐만 아니라 이미 후보출마를 선언한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의 반응은 물론 강전장관의 출마에 대비한 한나라당의 외부인사 영입 움직임까지 폭넓게 전했다. 선거방송심의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방송의 공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사투나잇>은 1분30초의 짧은 뉴스보다 방송의 공정성을 확실하게 지켰음을 물론 시청자들에게 더욱 폭넓은 정보를 제공했다. 오히려 이 방송은 선거방송심의규정의 개정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일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우리 회는 판단한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시사투나잇>이 선거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다루며 제목을 '공정성 논란'으로 뽑아 마치 <시사투나잇>이 공정성을 잃은 것처럼 과장했다. 심지어 15일 사설에서는 아예 제목을 'KBS, 편파 선거방송 날개 달았나'로 잡고 "KBS는 이 프로로 시청자들에게 서울시장 후보로서 강 전 장관의 인상을 확실하게 심어줬다"며 KBS가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위반한 것처럼 몰았다. 특히 이 사설은 "여당 후보 1순위라는 강금실 변수를 내보낸 것은 KBS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준다"며 KBS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처럼 몰아갔으며, <시사투나잇>의 방송이 선거방송심의위의 '유권해석'에 이어진 것을 부각해 마치 '방송위와 공영방송이 손잡고 선거판을 망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했다.
우리는 '한나라당-조선일보'의 이번 시비가 자신들의 입맛대로 선거방송을 좌지우지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시도되었음을 확신한다.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들이 벌써부터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짓밟으며 왜곡된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니 다가올 선거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편, 선거방송심의규정 20조에 대한 논란은 훨씬 이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20조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현업 언론계는 물론 시민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쏟아졌다. 20조가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회 또한 2004년 20조에 대해 "선거 시기, 정치 관련 소재가 모두 선거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아예 '정치'관련 방송은 만들지도 말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개정 내지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방송위원회는 개정요구를 외면하고 "다만, 선거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거나 프로그램의 성질상 다른 것으로 변경 또는 대체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추상적인 단서 조항을 추가하는 것으로 무마했다. 이후 이 단서조항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17대 총선 시기에 PD들이 제작하는 시사물에서도 선거 관련 내용을 다뤘지만 논란의 여지는 계속 남았다. 이 때문에 이번 5.3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도 현업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선거방송심의규정 개정을 위한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20조 폐지 등 선거방송심의규정 개정을 요구해 방송위가 '개정'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결국 개정은 무산됐고, 이번에 겨우 선거방송심의위의 '유권해석'으로 보도방송의 범위가 어느 정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선거방송심의규정 20조 개정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애매한 단서조항과 유권해석 등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한 방송위의 정치권 눈치보기 때문에 이번 <시사투나잇>에 대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의 시비를 낳게 된 것이다.
특히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서 '전원합의'에 의한 '유권해석' 결정에 직접 참여했음에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권해석은 PD들이 만든 '보도성' 프로그램이라고 할지라도 극히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후보자 출연을 허용한다는 의미"라며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고 한나라당의 주장을 앞장서 대변하고 있는 김형태씨에 대해 우리는 그 자격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김형태씨는 지난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으려다 무산된 이후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왔다가 낙선하고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선거방송심의위원이 된 사람이다. 나아가 다음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한 이런 인물이 어떻게 선거방송심의위원직을 맡고 있는가?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은 방송의 공정성을 시비하는 것보다 자격 자체가 문제되는 김형태 위원의 공정성부터 문제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방송독립성 운운하면서 선거 때만 되면 방송을 좌지우지하려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의 '방송탄압'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시사투나잇> 방송으로 선거방송심의규정 20조의 부당함이 다시 한 번 입증된 만큼 '유권해석'에 따라 더 많은 시사보도프로그램들은 시청자와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끝>
2006년 3월 1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