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 관련 신문·방송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02.17)
최소한의 사실확인도 안하고 보도하나
.................................................................................................................................................
이른바 ‘지하철 결혼식’이 대학생들의 연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하철 결혼식’은 한 시민이 휴대폰동영상으로 찍어 사진을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신문과 방송들이 앞다투어 보도하면서 ‘사회적 미담’으로 회자되었다. 하지만 16일 이 결혼식을 연출한 학생이 진실을 밝혀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지하철 결혼식’ 미담이 거짓임이 드러난 이후 일부언론은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을 ‘아름다운 결혼식’으로 보도한데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기보다는 그 책임을 연극을 준비한 학생들과 인터넷에 돌리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는 ‘지하철미담’이 사회적 관심거리로 대두된 과정에 언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만일 인터넷에서만 ‘미담’이 회자되었다면 그것으로 끝날 수도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결혼식 동영상을 ‘미담’, ‘감동사연’으로 소개했고 ‘가난한 연인’, ‘눈물의 결혼’ 등 주인공들의 불우한 처지를 부각한 제목으로 시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이 ‘모금’ 운운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이끌어갔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이 ‘결혼식 미담’의 진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신문의 경우 <눈물의 ‘지하철 결혼식’/가난한 연인…승객들 하객삼아 행복 맹세>(국민일보2.15), <가난한 고아커플 눈물의 지하철 결혼>(중앙일보2.15),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 화제/고아로 자란 신랑 “예식장 빌릴 돈 없어…”>(조선일보2.15), <“주인공 아시는 분”/인터넷 적신 ‘눈물의 지하철 결혼식’>(경향신문2.16), <‘지하철 결혼식’ 주인공 찾습니다>(한국일보2.16) 등으로 보도했다. 방송은 KBS ‘뉴스타임’이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 관심 폭발>(2.14), <지하철 커플 ‘돕고 싶어요’>(2.15)로 이틀에 걸쳐 보도했고, MBC는 15일 ‘아주 특별한 아침’에서 보도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진실을 밝히기 전까지 대부분의 언론은 동영상의 사실관계에 대한 기초적인 취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언론은 기사의 취재원을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뭉뚱그리거나, ‘인터넷 사이트 DVD프라임’(중앙일보), ‘드림위즈, 네이버 블로그’(조선일보)라고 밝힌 정도였다. 그나마 국민일보는 이 동영상을 직접 찍어 사이트에 올린 네티즌을 취재했다지만 결혼식 당사자들에 대한 취재는 하지 않았다. 평소 검증과정이 거의 없는 인터넷정보에 대해 기성매체들은 인터넷 언론들이 선정주의와 속보경쟁으로 사실 확인에 소홀하다고 비판해왔다. 그런데 이번사건으로 신문과 방송 역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지키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우리는 언론 스스로 자신들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이 밝혀진 뒤 일부 언론이 보인 태도도 문제다.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해 오보를 낸 신문·방송 가운데 공식적인 사과를 한 언론사는 KBS정도였고 일부 언론은 사실 확인에 소홀했던 언론의 책임을 언급했지만, 학생들과 인터넷의 책임을 강조하고 직접적 사과는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건을 ‘인터넷’의 문제로 몰아갔다. 중앙은 <인터넷 동영상 어디까지 믿어야…>(2.17)에서 “전문가들은 매체의 특성상 검증과정이 부실한 인터넷이 빚어낸 현상으로 보고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지하철 결혼식’은 쇼>(2.17)에서 이번 사건이 ‘연극’이었으며 이로 인해 비판과 긍정의 상반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짧게 보도하는데 그쳤다. 국민일보와 경향, 한국일보는 언론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인터넷 정보 유통의 문제를 아울러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현장기자/지하철 결혼식 보도의 교훈>에서 “언론이 인터넷의 위력에 눌려 ‘진실의 파수꾼’ 노릇을 등한시 했다”며 “인터넷 저널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유비통신이나 억측까지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언론이 이를 자정하기는커녕 동조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성했다. 경향신문은 <무검증?무차별 전파/인터넷 ‘오보’판친다>(2.17)에서 “이런 가짜 뉴스를 확인하지 않고 앞다투어 보도한 언론으로 인해 국민 혼란이 빚어졌다는 비판일 일고 있다”고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으며, <유령 인터뷰·허위주장·기사식 광고…사실확인 없이 게재·유포 ‘일파만파’>에서 “기존 매체들이 인터넷 정보를 기사화 할 때 한층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질 것을 먼저 주문”,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들의 주장이 기존 언론매체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만큼 네티즌들도 ‘1인매체’로서 인터넷 활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감쪽같이 속은 당신…낚였습니다>(2.17)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터넷 매체의 속보 경쟁에 시달리는 기성 언론의 조급증, 게이트키핑 기능도 없이 편집권까지 마구 행사하는 포털사이트의 무책임 때문”이라고 문제를 분석했다.
한편 결혼식 동영상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들도 결혼식이 연극이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초취재도 하지 않은 언론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아 ‘팔 안으로 굽기’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는 <철없는 장난에 널뛴 ‘냄비 인터넷’>(2.17)에서 “이번 사태가 정보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집단적인 찬사나 비난을 보내는 사이버 문화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으며 이어진 <재미로…눈길 끌려고…허위정보 ‘낚시글’ 판친다>에서는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방문자 수를 늘리려고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낚시글’ 문화도 사이버 냄비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현장에서/지하철 결혼은 거짓, 감동은 진실>에서 “인터넷 매체는 물론 많은 신문과 방송들이 이 사연을 앞다투어 소개한 뒤 결혼식은 쉽사리 진짜로 자리매김됐다”고 언급했으나, 보도의 초점은 “그들의 사연은 ‘거짓’일지 몰라도 감동은 ‘진짜’였던 셈”이라고 써 언론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방송보도는 이번 연극을 준비한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는데 그쳤다. MBC 뉴스데스크는 <알고보니 연극>(2.16)에서 결혼식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비난이 쏟아졌지만 학생들 역시 사태의 파장에 놀랐다며 이 연극을 연출하고 연기했던 학생들의 사과에 초점을 맞췄다. SBS 8시뉴스도 <알고보니 연극>(2.16)에서 “연극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거듭 사죄를 했지만 인터넷의 위력을 타고 삽시간에 퍼진 가짜 감동스토리는 많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만일 언론이 관련보도를 내보내기 전에 최소한의 사실취재를 했다면 ‘지하철 결혼식미담’이 연극이었음이 즉시 드러났고 쓸데없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미담’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 대부분의 언론은 ‘인터넷책임론’ ‘당사자 책임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회적 공신력으로 볼 때 언론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입만 열면 일부언론은 언론의 주기능이 ‘비판기능’이라고 떠들어왔다. 이에 대해 본회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실보도’이며 비판도 사실에 기초할 때 가치가 있다고 충고해왔다. 이번 ‘미담파문’이 사실보도보다 비판(가치판단, 논평)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해온 일부언론의 잘못된 언론관이 유포된 결과라면 더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실보도’라는 점을 언론사 및 언론인들이 명심하고 사실 확인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 2, 제3의 ‘미담파문’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 최초 촬영자 - 루나틱감 네이버 블로거로 활동하는 ‘루나틱감’은 10일 오후 3시 30분께 5호선 지하철 화곡역 부근에서 우연히 목격한 ‘지하철 결혼식’을 핸드폰으로 촬영해 14일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고, 이후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었음.
○ 최초 보도 -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2월 14일 15시 59분에 <‘지하철 결혼식’ 영상 인터넷서 화제>라는 제하의 기사와 함께 동영상을 연합TV를 통해 보도했음.
○ 확대보도- 쿠키뉴스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14일(화) 오후 2시 54분 ‘쿨’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의 이메일로 제보로 ‘지하철 결혼식’을 알게 됨. 이 때는 이미 결혼식 동영상이 포털사이트에 인기게시물로 게재된 상황. 쿠키뉴스는 <‘아름다운 지하철 도깨비 결혼식’ 인터넷 감동의 눈물바다>, <“지하철 커플에 도움주겠다”무료 웨딩촬영 등 성금 속속 답지> 등의 기사를 내보내 파장이 확산되었음.
○ 확대·재생산 - 네이버, 다음 등 대부분의 포털이 연합뉴스와 쿠키뉴스의 보도를 미디어면에 전진배치하면서 네티즌 사이에 파장이 확대.재생산 됨. - 결혼업체 10여 곳에서 동영상 주인공들의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책임지겠다고 나섬. - 세종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라는 루머가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 됨(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 -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언론과 KBS가 14일 보도했음. 조선,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 신문도 15일 보도함. - 쿠키뉴스는 15일(수) 오전까지 동영상 주인을 찾지 못하자 연출된 상황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해 ‘가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
○ 사실 확인 보도 - 국민일보 쿠키뉴스 15일(수) 저녁 11시 30분에 호서대 연극학과 학생들의 지하철 상황극이라는 네티즌의 제보를 받고, 16일 새벽 2시 연출자 신진우(25)와 인터뷰. ‘지하철 결혼식’이 대학생들 실험극이라고 보도.
2006년 2월 1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