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른바 ‘황우석 사태’에 관련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5.12.23)
등록 2013.08.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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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론은 어떻게 책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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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관련 의혹을 조사해온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가 “황 교수가 주도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조작했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원회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는 논문이 투고될 시점에서 11개가 아닌 2개였으며 논문에 게재된 11개의 줄기세포주에 대한 각종 실험 데이터들은 모두 2개의 세포주만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9개의 DNA지문 분석 데이터는 줄기세포와 ‘핵을 제공한 환자의 체세포’를 각각 분석한 것이 아니라 체세포만으로 두 세포의 DNA지문을 비교한 것처럼 만들졌다는 점 △2개의 세포주에 대해서만 테라토마 형성이 확인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논문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고의적 조작”이며 이는 “과학의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조사위원회는 DNA지문 분석을 통해 황 교수팀이 확립했다는 세포주들이 환자맞춤형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인지를 확인할 예정이며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복제개 스너피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서도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우선 서울대 조사위 발표로 연구윤리 논란과 논문 조작 사실이 확인되어 관련 논란이 1단계 정리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배아줄기세포 존재 여부와 원천기술 보유 여부 문제는 이후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 전국민이 관련 논의 과정에서 큰 혼란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가 언론의 잘못된 보도라고 판단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왜 ‘정당한 문제제기’를 ‘황우석 죽이기’로 몰아갔는가


11월 22일 <PD수첩>이 제기한 것은 난자취득과 관련한 연구윤리 문제였다. <PD수첩>이 제기한 매매난자와 연구원 난자 사용 의혹은 노성일 이사장과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PD수첩>에 대한 비이성적 비난과 황 교수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광풍’처럼 몰아쳤다. 그러자 이에 짓눌리거나 이를 정략적으로 접근한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들은 ‘연구윤리’에 대한 <PD수첩>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PD수첩>의 문제제기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연구 ‘성과’에 집중해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보지 못했던 연구과정의 윤리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를 외면했다. 이들은 네티즌들의 <PD수첩> 비난여론에 편승함으로써 정당한 문제제기마저 ‘황우석 죽이기’로 몰아가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흐렸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PD수첩>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이성적 반응을 부각하면서 ‘MBC죽이기’로까지 나아갔다. 일부 신문들의 이런 보도 행태는 평소 공영방송 중심의 방송구조를 깨뜨림으로써 ‘방송진출의 꿈’을 이뤄보려는 지극히 정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었다.


한편 일부 방송사들은 경쟁사인 MBC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 교묘하게 편승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황 교수가 난자 취득과 관련한 연구윤리를 어겼다는 ‘사실’을 놓고도 이를 <PD수첩>과 노성일 이사장의 ‘진실게임’으로 몰아가 의제를 왜곡하는가 하면 여론조사를 실시해 황 교수에 대한 ‘국민적 애정의 정도’를 보여줌으로써 연구윤리 위반을 ‘있을 수 있는 일’ 또는 ‘이해할 수 있는 일’로 합리화하려는 경향마저 나타냈다. 이런 보도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토론하고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연구윤리의 확립’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2. ‘논문조작’과 ‘연구진위’ 논란 관련 보도로 언론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난자취득과 관련한 연구윤리 문제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과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류 언론을 중심으로 대부분 언론이 보여준 행태는 우리 언론의 모든 문제점들을 드러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YTN의 ‘특종’으로 <PD수첩>팀의 취재윤리 위반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들의 ‘MBC죽이기’는 극에 달했고, 일부 신문들은 ‘PD저널리즘 죽이기’로까지 나아갔다. ‘메이저 신문’들과 일부 방송은 온갖 추측보도와 왜곡보도를 남발했고, 정략적 목적의 물타기 보도, 경마식 보도, 극심한 황 교수 편향보도를 쏟아냈다. 심지어 황 교수 연구에 대한 문제제기를 ‘좌파들의 잘못된 이념 공세’로 몰며 색깔론까지 폈다.


언론들은 논문 조작과 연구 진위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객관적으로 따져보지 않았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DNA 검증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식의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의혹 해소를 막아 황 교수를 옹호하는가 하면 배아줄기세포 수립을 ‘재연’하면 연구의 진위가 증명되는 양 국민을 호도하기도 했다.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으로 상황이 ‘반전’되고 논문 조작의 징후가 분명하게 드러나기까지 이같은 보도 행태는 계속됐다.


3. 자성 없는 ‘책임전가’에 앞서 반성과 사죄부터 하라


우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주류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돌이켜보면서 스스로 ‘황우석 신화’와 맹목적 ‘황우석 지지 분위기’에 빠져 황 교수팀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제기도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이번 논란 과정에서 사실상 합리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한 가장 큰 책임이 바로 이들 언론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이같은 언론의 잘못된 행태를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극단적인 왜곡편파보도로 국민의 판단을 흐린 언론들이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이들 언론의 절절한 반성과 사죄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이들 언론의 하이에나식 돌변을 경계하며 ‘황우석 죽이기’ 보도로 나아가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왜곡편파보도에 앞장선 언론들이 자신들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은 채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서 ‘황우석 죽이기’로 기회주의적인 변신을 하거나 ‘정부책임론’부터 들고 나온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퍼뜨리거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한 개라도 있으면 된다’, ‘원천기술을 보유하면 된다’는 식의 왜곡된 의제설정으로 논문조작의 본질을 흐려 마지막까지 국민의 판단을 흐리고 그 여론에 편승해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든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한편 이번 논란의 과정에서 일관되게 ‘진실추구’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견지한 극소수의 ‘마이너 매체’들을 통해 우리 언론의 ‘희망’을 확인한 것은 커다란 성과다. ‘네티즌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매체들이 들끓는 ‘<PD수첩> 비난’ 분위기에 흔들리거나 주류 언론의 ‘황우석 구하기’라는 시각에 섣불리 편승하지 않았던 점은 높게 평가할 일이다. 특히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보여준 냉정한 접근과 심층적 분석 기사는 단연 돋보였다.


우리는 이번 사태로 우리의 생명과학, 생명공학계 전체가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정부는 먼저 ‘황우석 노벨상 프로젝트’, ‘황금박쥐’ 모임 등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해소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뒤에 생명공학 발전 시스템을 원점에서 점검하고 생명과학, 생명공학계가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생명공학이 보편적인 윤리규범을 지키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려면 합리적 토론을 방해하는 ‘떼거리저널리즘’과 ‘냄비저널리즘’, 끊임없이 희생양을 찾는 ‘하이에나 저널리즘’이 중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이번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언론은 ‘민주적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메이저 언론에게 이러한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는 우리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극단적으로 증명한 사건이다.  <끝>

 


2005년 12월 2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