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사립학교법 개정 관련 주요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2.12)
사학기득권 지키려고 전교조 마녀사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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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연일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립학교법이 '전교조에게 학교를 내맡기는 것이다', '사학재단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등 사학재단들과 한나라당이 펴 온 악의적 주장들을 똑같이 반복했다. 또 '학교를 폐쇄하겠다'거나,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사학단체들의 반교육적인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이와 같은 파행의 책임을 사학법을 통과시킨 여당과 교육부에 떠넘기려고 들었다. 나아가 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합의한 법안을 정당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임에도 '생떼'에 가까운 논리로 저지하려 든 한나라당의 구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은 채 '사립학교법 강행처리로 정국이 경색될 것'이라는 식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학재단의 족벌체제와 그로 인해 초래되는 온갖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그동안 사학재단들에서 드러난 비리와 폐해는 사립학교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사립학교법의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기는커녕 사학재단 이사진 가운데 4분의 1이상만을 개방형 이사로 구성토록 한 부분에 대해 마치 사립학교가 전교조에게 넘어가기라도 하는 양 호들갑을 떨며 사학재단, 한나라당과 '한 몸'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10일 주요 신문은 사립학교법 통과를 대부분 1면 톱기사로 실었다.
그런데, 조선, 중앙, 동아는 1면 기사의 제목을 <"학교폐쇄·정권퇴진 운동" 사학법인들>(조선), <사학단체 "학교 폐쇄 불사">(중앙), <사학들 "학교폐쇄-정권퇴진운동">(동아)으로 뽑고 사학단체들의 반발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등 사립학교법 통과를 철저하게 사학재단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12일에도 이들 신문은 <사립 중·고교 신입생 배정 거부>(조선), <교육부 고문변호사 "사학법 위헌 가능성">(중앙), <사학협 휴업여부 오늘 논의>(동아) 등 사학재단들의 반발을 일제히 1면 기사로 실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1면 톱으로 싣기도 했다.
이들은 사설에서도 사학재단들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해 주었다.
조선일보는 <사학법에 무슨 딴 뜻 있기에 이렇게 밀어붙였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사립학교 이사진에 학교운영위원회나 교수평의원회에서 추천하는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도록 한 조항을 두고 "사립학교 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전교조 후원세력이 차지한다는 말이나 한가지"라며 "전쟁터가 교실과 교무실에서 재단 운영으로까지 넓어지는 것이니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리도 없다"고 억지를 부렸다. 또 "사립학교란 원래 설립자 나름의 종교적, 교육적 이념을 실현하려고 귀한 재산을 내놓아 세워진 것"이라며 "학교 재단들이 교육의 뜻을 접고, 있는 학교마저 문을 닫겠다고 나서면 정부와 여당이 책임질 것인가"라고 따지고 들었다.
나아가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法案법안을 갖은 무리를 해가며 억지로 통과시켰기에, 전교조가 만들어내는 인간형에 기대 앞으로 몇십 년 더 집권해 보겠다는 정권의 딴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는 것"이라며 법안 통과의 의도를 '정략적'인 것으로 몰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10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관련 사설을 실었다.
10일 사설 <사학법 강행 통과, 후유증 우려된다>는 "새 사학법은 사학법인들의 자율성을 크게 해치고, 학교 운영에 대한 전교조의 개입을 제도화하며, 결과적으로 편향적 교육을 부채질하는 등 많은 문제를 낳을 것", "새 사학법은 언론자유를 결정적으로 후퇴시키는 신문법과 함께 노무현 정권하에서 만들어진 '위헌적 악법(惡法)'의 대표적 사례"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동아일보가 새 사학법의 "핵심 독소조항"으로 든 것 역시 개방형 이사제도다. 사설은 "전교조 성향의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빚어질 학교 운영의 혼란과 편파적 교육의 가속화에 대해 정부 여당과 법개정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학법인들이 강경하게 반발하는 것은 자위권 차원에서 당연하다"고까지 두둔하고 나섰다.
이어 12일 사설 <金진표 부총리 '새 사학법 환영' 무책임하다>에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최소한의 사학 비리는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한 김진표 교육부총리를 비난하고 나섰다. 사설은 사학재단이 반발하는 "악법(惡法)"을 두고 "교육부총리가 한가하게 '법 개정이 잘 됐다'며 맞장구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전국 1057개 사학법인 가운데 비리가 발생해 임시이사가 파견돼 있는 곳은 2.6%인 27개뿐"이라면서 '최소한 사학 비리는 막을 수 있다'는 김 부총리의 말은 대다수 사학을 "예비 범죄자"로 보고 교육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교육 수요자인 다수 국민이 극히 일부의 사학 비리 때문에 학교를 전교조 손에 넘겨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학부모들도 사학법인들과 함께 자구(自救)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학부모들까지 선동하려 들었다.
중앙일보도 10일과 12일 모두 관련 사설을 실고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거의 똑같은 주장을 폈다.
10일 사설 <교육 위기 몰고올 사학법 강행처리>에서 중앙일보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여당의 '정략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사설은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세력은 어차피 자신들을 지지하기는 틀렸으니 차라리 전통적 지지세력이라도 확보하고 보자는 게 그들의 계산이었을 것"이라며 "백년대계인 교육문제까지 정치적 이익과 이념으로 재단하려는 열린우리당의 자세에 경악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개방형 이사제도에 대해 "전교조가 이념교육으로 학생들을 왜곡시켜 놓았는데 이제는 학운위를 통해 실질적으로 학교 운영을 간섭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서 "엄청난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 사립학교법이 사학 법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나아가 사설은 "사학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로 발생할 정국 경색과 사회적 혼란, 교육의 황폐화에 대한 책임은 여당에 물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놓은 한나라당과 학교폐쇄 운운하며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사학단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이어 12일에는 <손 놓고 있던 교육부 뒤늦게 으름장>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김 교육부총리의 발언을 문제삼아 교육부를 비난한 내용이다. 사설은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사학법인 단체들이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집회와 청원서 제출을 통해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했다"면서 교육부가 "사학의 주장을 법안에 반영하거나 의견의 차이를 중재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개정안 시행령에 반드시 사학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면서 "비리 척결을 위한 개방형 이사의 선임도 좋지만 이들이 경영권·인사권까지 장악해서는 곤란하다"고 거듭 사립학교법의 내용을 왜곡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달리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개정사립학교법이 사학재단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지만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10일 한겨레는 <진통 끝에 통과된 사학법 개정안>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법안 통과 과정에서 구태가 재현된 것은 실망스럽지만 "재단의 전횡과 부패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국회의장의 중재안마저 거부한 채 시간끌기로 법안 통과를 무산시키려 들었던 한나라당의 행태를 분명하게 지적했다.
12일 한겨레는 사학재단들이 사학법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를 5면에 싣기도 했다. 기사는 사학재단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가 '친인척 이사 수 제한', 비리 임원의 복귀 제한, 학교법인으로부터 독립된 회계법인(회계사)을 통한 감사 증명서 제출 등 족벌체제를 막고 있는 조항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전교조의 학교 장악'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학재단들의 의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경향신문도 10일 사설 <사학법, 건강한 사학 발전 기틀돼야>를 싣고,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할 것'이라는 사학재단과 한나라당 등의 주장이 근거없음을 지적했다. 또 "사립학교 역시 엄연히 공공의 이익을 구현하는 교육기관이므로 사적 이익추구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는 없다"고 못박아 사학재단의 전횡과 비리 견제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신문들에게 경고한다.
사학재단의 투명성 강화라는 문제를 '전교조에 대한 색깔공세'로 왜곡해 사학재단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기적 행태를 중단하라. 우리야말로 백년대계인 교육 문제, 특히 사학재단의 운영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까지 이념 문제로 몰아가려는 족벌신문의 행태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족벌신문들은 교육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전교조'에 대한 이념공세를 폈다. 사학재단의 이사 중 4분의 1을 학교운영위원회가 2배수 추천토록 한 것을 두고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이 '전교조의 사학 장악'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조선, 중앙, 동아는 개방형 이사의 추천권도 없는 전교조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사립학교를 장악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라. 차라리 사학재단의 전횡과 비리에 대해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솔직한 태도다.
'재산권 침해'를 운운하면서 사학단체들의 위헌소송을 부추기는 행태도 즉각 중단하라.
우리 헌법은 공익을 위한 기본권 제약을 보장하고 있거니와, 개방형 이사 4분의 1로 재산권 행사가 제약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뿐만 아니라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학교를 재단의 사유물처럼 운영한다면 국고지원을 받아서는 안될 일이다.
하물며 기업들도 사외이사를 두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마당에 학교재단의 개방형 이사를 두는 것을 놓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 운운한 동아일보의 주장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의 사주가 사학재단을 소유하거나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사학재단들의 기득권 지키기나 사실 왜곡과 도를 넘은 음해는 사학비리 척결을 바라는 국민들의 비난만 살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끝>
2005년 12월 1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