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정위의 신문본사 직권조사 관련 조선·동아․중앙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2.2)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
공정위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4개 신문사들의 신문고시 위반 여부를 조사키로 한 데 대해 일부 신문들이 연일 반발하고 있다.
어제(1일) 우리는 논평을 통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주장이 자신들의 불법?탈법 행위를 합리화하는 궤변이자, ‘경쟁의 룰’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언론탄압’으로 모는 몸에 밴 악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의 논리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도 2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까지 나서 거듭 공정위의 조사를 “비판신문 죽이기”로 왜곡하면서 ‘민언련이 고발한 신문사만 조사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 단체가 공정위에 “고발”한 내용을 제대로 취재나 했는지 이들 신문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쇠귀에 경 읽어주는 심정’으로 이들 신문에게 다시 한번 사실 관계를 차근차근 따져주고자 한다.
공정위가 조사의 근거로 삼았다는 우리 단체의 “고발”은 정확히 ‘진정서’며, 진정인은 우리 단체와 언론인권센터, 두 곳이다.
또 진정서의 내용은 2003년 ABC협회가 밝힌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당시 ABC협회는 2002년 한 해 동안 각 신문사의 발행부수, 발송부수, 유료부수를 공식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무가지 비율이 유료부수의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단체와 언론인권센터는 이 부분과 관련해 신문사들의 신문고시 위반 내용을 분명하게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조선일보의 표현처럼 “정권의 신문 잡는 몽둥이 역할을 떠맡아온 공정위”의 자료도 아니고, 동아일보의 표현처럼 “정권의 홍위병 같은 언론단체”의 자료도 아닌 조중동이 모두 회원사로 등록된 ABC협회의 자료를 근거로 정확한 사실 확인을 진정한 내용이다. 이 자료는 지금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무가지 비율이 20%를 넘는지 여부는 직접 확인하면 될 일이다.
사실 공정위가 이 진정서를 근거로 ‘이제야’ 조사에 나선 데 대해서는 조선, 중앙, 동아보다 우리가 더 기가 막힌다. 시기적으로 늦어도 너무 늦었거니와 이 진정서 외에도 신문사들의 신문고시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할 근거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문시장에서 불법 경품을 가장 많이 뿌리고 있는 신문지국들이 조선, 중앙, 동아일보 지국들이라는 것은 단지 우리 단체의 지국조사 결과가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다. 우리 단체가 계속 발표해온 불법 경품들은 모두 이들 ‘메이저신문’의 지국들이 뿌린 것을 독자들이 제보한 것이다. 지난 11월 1일 공정위의 발표 자료만 봐도 신문고시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208개 지국 가운데 170여개 지국이 조중동의 지국들이다.
굳이 이런 자료를 들지 않더라도 자전거를 버젓이 전시해 놓고 독자들을 현혹하고, 폭력과 살인까지 벌이면서 독자유치 경쟁을 벌인 곳이 어디인가? 바로 조중동의 지국들이다. 그리고 이들 지국의 불법 경품 제공이 본사 차원의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근거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신문시장의 파행을 초래한 조중동이 ‘왜 우리들 비판신문만 조사하느냐’고 비난하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도 이들은 공정위의 조사가 이른바 ‘친여단체’, ‘비판신문 공격에 앞장선 단체’의 고발을 근거로, ‘특정신문’에 대해서만 이뤄지는 정당성 없는 일인 양 거듭 왜곡하고 있으니 참으로 파렴치하다.
조중동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공정위의 ‘때늦은 조사’일망정 성실하게 응하는 것이 도리다. 신문고시를 준수했다면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언론탄압’ 운운하며 발끈할 필요도 없는 일 아닌가?
‘무료신문이 넘치는 데 왜 우리만 때려잡느냐’는 식의 궤변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2일 사설에서 “전철이나 버스정류장, 아파트 입구에 사시사철 무가지가 놓여 있는 세상”에 “공정위는 유독 비판신문의 보급용 무가지만을 물고 넘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지하철마다 무료신문이 넘쳐나는데 신문사 홍보지만 규제하는 것도 편파적”이라고 거들었다.
조선, 동아는 바보인가? 무료신문은 말 그대로 독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나눠주는 신문이다. 그러나 돈을 받고 판매하는 신문은 시장에서 다른 신문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경쟁하는 시장에서 룰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유가의 신문을 공짜로 신문을 넣어주고 경품을 끼워주는 등의 행위는 룰을 어긴 ‘불법’이다.
조선일보 등이 이런 룰을 지키기 싫고, 무가지를 마음 놓고 뿌리고 싶다면 아예 무료신문으로 전환하면 된다. 종류가 다른 매체와 비교해 ‘우리는 왜 무료로 주면 안되느냐’고 억지를 부려서 될 인인가?
2005년 12월 2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