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1.16)
폭력시위 원인도 모르며 기사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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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쌀협상 비준동의안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가운데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비준안에 반대하며 21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쌀개방과 같은 중대 사안을 협상 초기부터 농민과의 협의를 비롯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강기갑 의원이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농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쌀협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쌀협상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 전에, 쌀 협상 결과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농업·농촌의 지속적인 유지·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먼저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8개 농민단체 회원 1만여명은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쌀협상 국회 비준을 연기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농민과 경찰이 충돌해 백여명이 다치고 경찰버스가 전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동안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주장해 왔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농민들의 '폭력성'을 부각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16일자 12면 <"쌀개방 반대" 농민 3000여명 격렬시위>에서 "농민들이 쇠파이프와 죽봉을 휘두르고 술병과 돌을 던지자 경찰은 전경버스로 차단막을 설치하고 살수차를 동원해 저지"했으며, "농민들은 이날 전경버스 3대 등 경찰 차량 6대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이 중 3대가 전소됐다"고 전했다. 동아는 더불어 <경찰차 6대 불타>라는 캐치라인의 사진을 통해 경찰 버스 전소 장면을 부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농민들의 주장은 찾을 수 없었다.
중앙일보는 2면 <농민 격렬 시위…100여 명 부상>이라는 캐치라인의 사진에서 경찰 차량의 전소장면을 보도하며 농민들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농민들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조선은 16일 <농민 1만명 경찰과 정면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농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농민들과 경찰의 충돌을 자세히 전달하는 한편, 농민들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해서도 지적해 동아·중앙과는 차이를 보였다. 기사는 "쌀값 대란 등 총체적 농업 위기에 빠져있는 현실에서 성난 농심은 극에 달했다"며, 농민들이 농민대회 결의문을 통해 "비준안의 국회 처리 이전에 명확한 대비책과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다뤄 차이를 보였다.
경향은 8면 <'쌀 비준저지' 격렬 시위>에서 양측이 대치하는 사진과 더불어 기사의 많은 부분을 농민들의 주장에 할애하기는 했으나 농민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다루지 않았다. 또한 이날 충돌을 격화시킨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지적이 없어 농민대회를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한겨레는 12면 <'쌀 사수' 농민-경찰 충돌>에서 "농민단체들은 쌀협상 국회 비준 중단 농업통상협상에 농민 대표 참여 보장 농민단체, 국회, 정부간 협의체 구성 등 10개항을 요구했다"며 농민단체의 주장을 실었다. 또 농민단체 관계자의 "국회 쪽으로 진입하는 회원들을 저지하던 경찰들이 무리하게 진압을 하는 바람에 충돌이 일어났다"는 발언을 실어 경찰의 과잉대응을 지적했다.
신문들은 그동안 진행된 쌀협상 관련 보도에서도 2004년까지 쌀협상 비준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2005년부터는 '자동 관세화'가 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폈으나 1995년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는 2004년 말까지 쌀 재협상을 하도록 돼 있을 뿐, 협상이 결렬되면 곧바로 관세화로 간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 2005년에도 협상이 지속됨으로써, 정부가 주장해온 '자동관세화론'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 '국익'을 가장한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드러났다.
더군다나 농민들이 비준동의안 처리를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격렬 시위', '쌀개방 반대' 주장만을 부각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실보도', '균형보도'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본회는 일부 신문의 반농민적 보도태도에 엄중 항의하는 바이다. <끝>
2005년 11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