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노출사고>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1.16)
'초치기' 제작관행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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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 MBC드라마 <달콤한 스파이>에서 남성의 음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이른바 '범구파 3인방'의 목욕탕신에서 비롯됐는데, 이들이 나란히 앉아 때를 미는 장면의 뒷 배경으로 지나가던 남성의 엉덩이와 음모가 노출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장면을 본 많은 시청자들이 MBC에 항의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달콤한 스파이>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불순한 의도로 문제의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다"며 "온 가족이 즐겁게 시청해야 할 시간에 민망한 장면으로 불쾌감을 끼쳐 사과드린다"라는 글을 올리고, VOD에는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고 한다.
<생방송 음악캠프>의 '성기노출사건'에 이어 또다시 MBC 드라마에서 남성의 음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제작진은 이번 사고를 '실수'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제작진은 인터넷 사과문에서 편집과 오디오믹싱, 비디오클린, 종합편집 등의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해당 장면의 문제를 체크하지 못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또 최창욱 CP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극 전개의 중심이 되는 배우들에 집중한 데다 작업용 TV와 편집용 모니터가 모두 10인치 크기로 화면이 작아 문제 장면을 방송 전에 체크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고가 단순히 제작진의 '실수'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초치기'에 가까운 드라마 제작관행에 기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담당PD는 바로 다음날 방송분을 촬영하느라 해당 방송의 최종 편집본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드라마의 여주인공 캐스팅이 늦어진 것도 제작 일정을 빠듯하게 만든 한 원인으로 보인다. 결국 방송 일정 맞추기에 급급한 현재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 하에서는 언제든지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번 <생방송 음악캠프>의 노출 사고 역시 '인디밴드'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생방송'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사고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로 인해 MBC는 '3초 지연방송'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MBC는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지금의 드라마 제작관행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이미 방송계 안팎에서는 '드라마 전작제'를 도입해 지금과 같은 '초치기' 제작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MBC는 일전에도 드라마 <신입사원> 당시 담당PD가 방송일정에 쫓기면서 방송테이프를 주조종실에 늦게 넘겨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초치기'식 제작관행이 도마에 올랐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면 그때 뿐, 방송사들은 제작비 절감과 타 방송사와의 경쟁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구태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 방송 드라마들이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양질의 드라마를 제작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한류'의 영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한때 드라마왕국으로 명성을 날렸던 MBC 드라마가 최근 몇 편의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초치기'식 드라마 제작관행도 한 원인이라고 본다. 이미 MBC는 드라마 <다모>를 전작제로 제작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MBC가 이런 긍정적인 선례를 발전시키고 이번 사고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양질의 드라마 제작에 힘써주기를 바란다.<끝>
2005년 11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