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대 위원장은 입장을 명확히하라
.................................................................................................................................................

9월 2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방송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성대 방송위원장이 “장기적으로 신문이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신문방송 겸영 허용’ 입장을 밝혔다.
비록 ‘장기적’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우리는 노성대 위원장이 왜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인터넷 등 각종 뉴미디어가 속속 생겨나면서 신문산업이 퇴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신문의 여론장악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조선, 동아, 중앙 등 일부 신문들은 신문고시 위반과 온갖 불공정 거래행위로 신문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여론이 왜곡되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방송이 이들 신문의 의제 설정 틀에서 겨우 벗어나 올바른 여론 형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신문방송 겸영이 현실화된다면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일부 독과점신문이 방송에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신문방송 겸영 허용’으로 신문시장을 독과점한 신문들에게 여론시장 전체를 독과점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인가.
이미 이들 신문과 한나라당이 공조해 ‘신문방송 겸영’을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방송위원회 위원장이 ‘신문이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 것은 우리의 왜곡된 언론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거나 아니면 알고도 외면한 채 일부 신문과 한나라당의 ‘물밑작업’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비단 우리 사회의 언론현실이 아니더라도 ‘신문방송 겸영’은 민감하고도 중차대한 사안으로 섣불리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 현행 방송법은 제8조 3항에서 “일간신문이나 통신을 경영하는 법인(특수관계자 포함)은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을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며 ‘신문방송 겸영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한 언론사가 신문과 방송을 모두 가질 경우 여론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곧 언론 권력화로 변질되어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는 방송의 공적책임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성대 위원장의 발언이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실수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평소 소신인지 분명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 어느 쪽이든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방송위원장은 사과를 해야할 것이며, 만약 ‘신문방송 겸영’이 평소 소신이라면 우리는 방송위원장의 자격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끝>

2005년 9월 26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