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위원회 KBS 경영평가’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9.23)
등록 2013.08.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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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기 그만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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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KBS 경영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조선일보 등 일부신문이 ‘반색’을 하며 KBS 비판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방송위가 KBS에 매긴 경영효율성 등의 경영성적표는 실제로 초라하다. KBS가 지난해 638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비단 경영효율성 뿐 아니라 조직구조, 재원구조 등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보이고 있는 KBS 비판은 ‘공영방송 KBS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와는 거리가 먼 흔들기에 불과하다.


조선일보는 23일 <KBS ‘경영효율성’ 0점/각종 경영지표 지상파 중 최하위권>(1면), <수신료 받는 KBS ‘꼴찌경영’>(4면) 등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KBS를 적자경영한 정연주 사장과 KBS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을 거세게 비판하더니 예의 ‘코드방송’ 비난으로 나아 갔다.
조선일보는 사설 <‘경영 빵점’ KBS 적자를 왜 국민세금으로 메우나>에서 NHK와 BBC의 구조조정 예를 들며 KBS가 “경영부실로 난 적자를 경영 개선을 통해 메우려는 노력을 않고 국민 세금을 달라고 손부터 내민다”고 비판한 후, “지금의 KBS는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는 군사 정권 때를 뺨치는 수준이고, 국가의 정체성을 혼란시키는 선봉장 구실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그런 KBS가 무능한 경영자가 만들어낸 막대한 경영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겠다니, 이러다간 국민들이 권력에 빼앗긴 공영방송을 탈환하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같은날 사설 <수신료도 모자라 국고보조까지 받는 KBS>에서 “정부가 내년에 국고보조금과 방송발전기금 등 모두 151억원을 KBS에 지원하기로 했다”, “‘비판 언론 때리기, 우호 언론 도와주기’라는 현 정부의 이분법적 언론관으로 미루어 볼 때 국고 지원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며 KBS를 정권 ‘우호 언론’으로 몰아갔다.
또 KBS가 “끊임없이 겉으로는 공영방송, 내용은 친권력방송, 경영은 상업방송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의 방송 장악에 동원하라고 국민이 피땀 흘려 세금을 내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NHK가 3000명 이상, NHK가 1200명 이상을 감원하는 “염치”라도 있었다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 <세금에 손 내미는 KBS, 감원하는 NHK>에서 NHK의 구조조정 사례를 더욱 자세하게 들면서 KBS의 구조조정 의지를 비판했다. 또 KBS가 “편파적인 시사보도와 윤리에 반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며 KBS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신문들이 이른바 ‘정연주 체제’ 이후 KBS를 사사건건 트집 잡아 공격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KBS의 방만한 경영을 합리화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우려면 KBS의 문제를 ‘정연주 체제의 문제’로 환원하는 이런 태도는 방해만 된다. 특히 KBS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두고 KBS를 ‘친정부 방송’으로 매도하는 것은 KBS 개혁의 문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몇몇 프로그램에서 빚어진 물의를 구조개혁의 문제와 뒤섞는 것 역시 KBS 개혁의 본질을 호도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정연주 체제’ 초기부터 개혁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데에는 지난 수십년 간 공고화된 KBS 내부의 관료주의와 청산되지 못한 ‘구시대인사’들의 저항이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KBS가 정사장 체제에서도 스스로를 개혁하는 데 있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경영 개선에 관한 방향을 중간 광고 도입 등으로 잡아 시민사회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KBS가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 내부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그 방식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주장하는 식의 구조조정이 될 수는 없다.
알려진 바와 같이 KBS는 공영방송이면서도 BBC, NHK와 달리 재원의 60%정도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KBS를 BBC, NHK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KBS의 경영합리화는 감원과 같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의 합리적 재원구조 마련, 지역국 체제 개편 등 큰 틀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KBS가 국고지원을 요청한 국책방송들에 대해서도 그저 ‘적자 방송국에 국고를 지원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국책방송 전반에 대한 검토를 거쳐 그 운영 방식 전반을 논의하고, 그에 따라 국고 지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에게 촉구한다.
일부 신문들이 진심으로 KBS의 공영성 강화와 경영개선을 바란다면 엉뚱하게 흔들지 말고 합리적 대안을 찾는 데 함께 하라. 만일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 채 흔들기로 일관한다면 이는 공영방송 체제를 흔들어 ‘민영화의 저의’를 슬며시 관철하려는 음모로 밖에 볼 수 없다.

 


2005년 9월 23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