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불공정하도급거래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9.12)
신물나는 친재벌신문의 노동자탓,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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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자동차·전자·조선업종을 대상으로 '불공정하도급 거래'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는 사이에 중소 하도급 업체들의 납품단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임금도 대기업의 최저 40%선까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9일 사설 <대기업 임금의 40%로 떨어진 하청업체 임금>에서 "대기업 노조들이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파업에 겁먹은 대기업은 여기에 무릎을 끓고, 그대신 그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겨온 실태가 이번 통계로 일부 확인된 것이다"라며 '대기업 노조'와 '파업'에 임금격차의 책임을 돌렸다.
또 "물론 외환위기 이후 부품업체들끼리 경쟁이 심해져 스스로 납품단가를 내린 측면도 있다"며 부품업체들의 경쟁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말미에 "대부분 대기업과 수직적이고 불평등한 계약을 맺고 있는 탓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라며 원인을 분석하는가 싶더니, "그런 뜻에서 6400여개 부품업체들이 현대차 노조에 파업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하는 광고를 낼 때의 심정이 어땠을 것인지를 대기업 노사는 살필 줄 알아야 한다"며 '노조의 파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평등 관계에 원인이라도 되는 양 엉뚱한 주장을 폈다.
반면 한겨레는 8일 1면 <하도급업체 임금, 6년새 대기업의 60 40%대>에서 대기업에 의한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 실상을 상세히 실었다. 경쟁입찰로 납품업체를 정하고도 단가를 깎거나, 오랜기간 납품단가를 동결하는가 하면, 원자재 상승을 하도급으로 넘기는 등의 방식으로 중소업체들에게 횡포를 부렸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9일 사설 <대기업들, 진정한 상생경영에 앞장서야>에서 "대기업 경영자의 인식 전환 없이는 공정위가 아무리 발벗고 나서서 단속한들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경향도 9일 사설<임금구조서도 확인된 하도급 횡포>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 제품을 잔뜩 주문한 뒤 취소하기, 하도급대금 제때 지급하지 않기 등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며 "대기업의 하도급 횡포가 횡행하는 풍토에서 중소기업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가 심화되는 책임이 대기업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횡포의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고 공정위의 철저한 규제를 요구했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소기업 546곳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인하요인'으로 47.3%가 '모기업 제품의 가격인하'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조선일보는 대기업들이 가격경쟁력 확보의 비용부담을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이나, 납품단가 결정과정의 문제점, 하도급 횡포를 용인하는 분위기 등은 외면한 채 '대기업노조 이기주의'를 부각시키거나, 중소기업체들의 과도한 경쟁 등으로 불공정거래의 원인조차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그동안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중요요인이었던 '불공정 하도급 거래'의 심각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하도급 노동자들이 더 벌어진 임금격차로 인한 생활고와 불공정 거래행위의 실태 및 대안 등 다뤄야 할 사안은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관련한 기사를 한건도 내보내지 않으면서 '대기업노조 흔들기'에만 관련 문제를 이용하는 조선일보의 의도는 너무나 명확하다. 우리는 각종 노동관련 현안을 조선일보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도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불공정거래행위의 책임마저 노조에 떠넘기는 행태는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끝>
2005년 9월 12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