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음악 프로그램 <생방송 음악캠프> 성기노출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8.1)
등록 2013.08.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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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폐지’로 문제해결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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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MBC 음악프로그램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방송사고가 일어났다.
인디펑크록밴드 ‘럭스’가 노래를 하던 중에 이들과 함께 출연한 밴드 ‘카우치’의 멤버 몇 명이 돌발적으로 옷을 벗어 이들의 전라 모습이 약 4초간 그대로 노출되었다. 또 이들과 함께 공연하던 멤버들의 일부가 방송 중에 손으로 욕설을 하는가 하면, 한 멤버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왔다고 한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이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차분하게 따져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우리는 MBC 측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출연자들의 돌발적인 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하나 이는 근본적으로 제작자들의 책임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지상파를 통해 인디밴드의 공연을 ‘생방송’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언더그라운드 인디밴드들의 공연 양상은 주류 대중 가수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들의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표현 양식을 방송할 때 제작진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지상파 방송사가 인디밴드들의 음악적 표현을 최대한 살려주면서도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행위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녹화방송 형태가 적절하다고 본다.
아울러 제작자들은 출연이 예정된 인디밴드들에게 지상파 방송의 공연이 소수의 마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공연과는 다르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극우의 상징물 등을 미리 단속하는 등의 최소한의 사전 조치를 할 책임이 있다. <음악캠프>의 제작자들이 출연자가 입고 나온 ‘욱일승천기’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은 지상파 방송 제작자들의 ‘방송공공성’에 대한 인식의 일천함과 안이한 일처리 행태를 그대로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MBC 측이 인디밴드가 출연하는 음악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서부터 이들의 출연에 대한 사전 조치는 누가 담당하는 것인지까지 <생방송 음악캠프>에 관해 철저히 돌아보고 점검한 뒤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또 사회적으로는 이번 사건을 방송심의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방송사 자율심의’ 혹은 ‘심의 철폐’ 등의 주장을 해온 방송사들도 자신들의 주장을 재검토 해보고, 이번과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방식의 규제가 타당한지, 방송법을 보완할 필요는 없는지 등에 대해 다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MBC가 이번 사고에 대해 <생방송 음악캠프>의 방송 중단을 결정을 내린 것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사건은 <음악캠프>라는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출연진들의 성격을 고려해 그에 맞는 방송의 포맷을 마련하지 못하고, 사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제작진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해당 프로그램이나 코너를 무조건 폐지하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다.
이 같은 성급한 조치는 일부의 잘못으로 인해 인디밴드 전체가 매도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대중음악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 인디밴드들의 지상파 방송 음악프로그램 출연이 순기능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 기획사들에 의해 좌우되는 대중음악계에서 인디밴드 등 비주류 음악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음악적 성취가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MBC는 무조건적인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하기에 앞서, 좋은 기획의도를 갖고 시작한 코너의 원래 취지를 어떻게 제대로 살려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사건을 빌미로 ‘공영방송 흔들기’를 시도하는 일부 언론의 침소봉대 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사고를 MBC 전체, 심지어 공영방송의 문제로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지상파TV 끄고 싶다”, “공영방송을 선두로 해서 모든 방송이 시청률의 포로가 돼 음란과 저속의 외길을 굴러내려가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비약이 아닐 수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높이는 방편으로 문제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작, 방송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공영방송이 이같은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상파방송 또는 공영방송이 음란과 저질의 ‘선두’에 섰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이번 사고에 대해 MBC가 비판받고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평소 ‘신문 방송 겸영 허용’, ‘민영화론’ 등을 앞세워 방송진출을 꾀해온 일부 신문사들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공영방송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속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중파 TV, 특히 공영방송이 무리한 시청률 경쟁으로부터 벗어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사회가 함께 모색하는 일이다. <끝>


 

2005년 8월 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