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삼성 계열사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7.1)
삼성의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왜 보도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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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이 공정거래법 제11조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이 조항이 삼성전자를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시킴으로써 사유재산권을 제약하고, 외국계 금융회사의 의결권 행사에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는 반면 국내 재벌 소속 금융회사의 의결권만 제한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삼성이 ‘외국자본으로부터의 위협’을 과장하면서까지 재벌총수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지키려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의 주장과 달리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는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투자 펀드들로서, 대부분 1~2%미만의 지분을 가진 이들이 담합을 통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욱이 ‘재벌금융사 의결권 금지’라는 원칙이 훼손되어 2008년까지 15%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 지금 수준의 공정거래법조차 받아들이지 못해 헌법재판소로 달려가는 행태는 삼성이 말로만 ‘국민기업’을 내세우면서 실상 금융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데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 계열사들의 헌법소원은 비단 ‘공정거래법’이라는 개별 법률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선 것이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을 일개 재벌 계열사들이 뒤집어보겠다고 나설 만큼, 우리 사회에서 삼성이 비정상적으로 누리는 특권과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주요일간지 가운데 이번 사안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신문 정도다. 7월 1일 한겨레는 경제면 기사와 사설 <방향 잘못 잡은 삼성의 헌법소원>을 통해 삼성측의 위헌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비판했다.
이밖에 같은 날 동아일보가 6면 기사 <삼성,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왜 냈나>를 통해 삼성 측의 주장과 공정위 등의 반론을 다뤘을 뿐, 대부분의 신문이 삼성 계열사들의 헌법소원을 다루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 언론들은 삼성 관련 사안들을 다루는데 있어 삼성 측에 부정적인 의제는 아예 누락시키거나 왜곡하는 반면, ‘삼성’을 우리 사회 전체가 따라야 할 모델이라도 되는 양 ‘이데올로기화’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그룹 총수의 3세는 단 16억의 증여세를 내고 수 조원의 재산을 물려받았고, 그 과정에서 배임의 의혹까지 받았지만 대부분 언론들은 이를 의제화 하지 않았다. 삼성 계열사들의 노조탄압은 의제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무노조 신화’로 포장되기도 했다. ‘삼성이 한국 사회를 먹여 살린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이 확산되는 데에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언론이 정치권력의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언론자유의 핵심적인 과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자본권력’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자본권력’의 핵심에 ‘삼성’이 있다.
삼성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우리 사회의 언론자유를 측정하는 한 척도가 되었다. <끝>
2005년 7월 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