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월간중앙’ 기사 누락 사태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6.23)
등록 2013.08.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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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상을 낱낱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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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기자들이 7월호에 실릴 예정이던 <자크 로게-청와대-김운용 위험한 3각 빅딜 있었다>라는 제하의 기사가 외압으로 누락된 사실을 폭로하고 나섰다.
기자들에 따르면 누락된 기사는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전제로 자케 로게 IOC 위원장과 청와대가 극비협상을 통해 2014년 동계올림픽의 평창유치, 태권도의 정식종목 유지, IOC 위원의 한국인 승계 등을 약속했다"는 내용으로, 이에 대해 청와대와 삼성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한다.
월간중앙은 청와대로부터의 압력은 거절했으나 '거대자본'으로부터의 압력에는 굴복해 기사를 누락했다고 한다. 그 '거대자본'이 삼성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우선 우리는 외압을 폭로한 기자들에게 지지를 보낸다. 특히 '삼성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삼성으로부터의 외압을 드러낸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본다.
아울러 우리는 월간중앙에 외압을 행사한 청와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국익'을 위해 언론사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록 월간중앙 측이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권언관계 정상화'를 내건 참여정부 아래서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사를 찾아가 '기사를 빼 달라'고 요청한 것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청와대는 누락된 기사에서 다뤄진 이른바 '3각 빅딜'의 진상을 밝히고, 언론 보도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근절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삼성이 어떤 존재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가 할 수 없었던 일도 삼성이 나서면 '해결'되는 현실 앞에 우리는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자본권력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아울러 '초일류기업'의 이미지로 포장된 삼성이 뒤로는 '기사빼기'와 같은 구시대적인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
삼성은 왜 고위관계자들까지 나서 문제의 기사를 빼려고 한 것인가? 이건희 삼성그릅 회장이 IOC위원이라는 점과 누락된 기사가 언급하고 있는 '거래'의 내용이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인가? 삼성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노조 탄압이라는 오명으로도 모자라 이제 언론자유까지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국민기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삼성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사 역시 삼성의 압력에 기사를 빼주는 행태를 반복하는 한,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의 '대변지'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사에 몸담고 있는 기자들도 언론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보기 바란다.
우리는 중앙일보사 측이 이번 사태의 경위를 명명백백 밝히고 외압에 굴복한 책임자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만의 하나 중앙일보사측이 이와 같은 상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외압을 폭로한 월간중앙 기자들에 대해 부당한 조치를 취한다면 독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외압에 맞선 기자들의 용기를 격려하며, 이들의 행동이 중앙일보사 구성원들이 언론인 정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끝>


 

2005년 6월 2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