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KBS 노조의 '경영진 퇴진' 요구에 대한 민언련 성명(2005.6.16)
KBS, 개혁 위해 힘 합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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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KBS노조)가 6월 1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영진 퇴진을 전제로 KBS 공영성 비전 수립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 동수의 특위 구성'을 결의했다고 한다. 노조 집행부가 "KBS 위기를 불러온 무능경영에 대해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며, 이것이 전제된다면 노동조합도 고통 분담에 동참할 수 있으며 아울러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 'KBS 공영성 비전 수립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 동수의 특위' 구성을 제안한다"며 내놓은 안이 전체 214명 대의원 중 153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100표(65%)로 채택된 것이다.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노조의 칼날이 정사장을 겨누고 있음은 누가 보더라도 자명하다. 노조위원장 선거 때부터 '정연주 사장의 개혁 반대'를 내세웠고, 지난 노조회의 '몰래녹음' 사태 당시 정사장의 퇴진을 요구해 거센 역풍을 맞았던 KBS 노조가 또 다시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암묵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는 방송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KBS가 대내외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힘을 합치기는커녕 노조가 계속 '정사장 끌어내리기'를 시도하는 등 내부분란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구나 이번 노조의 결정이 지난 1일 정연주 사장이 "KBS가 경영위기에 직면해있다"며 내놓은 이른바 '고강도' 혁신안에 반발하며 나온 터라 노조가 'KBS 개혁'에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한편으로는 조선일보가 정사장이 내놓은 혁신안을 두고 "KBS가 수신료를 지금의 3배로 인상한다"고 왜곡하는가하면, "국민들이 지금의 수신료를 '시청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수신료의 성격을 호도하고, 'KBS가 반미·좌파 이념을 확산시킨 댓가로 그 대금을 정권에게 청구해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등 수구세력의 'KBS 흔들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노조가 '경영진 퇴진'을 걸고 나온 것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세력에게 KBS 흔들기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조선일보의 'KBS 흔들기'를 '정사장 흔들기'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는 신문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손잡고 신문방송 겸업 허용을 줄기차게 요구해오고 있다. 공영방송 적자 확대보도→공영방송 체제 흔들기→방송민영화론 촉발→KBS 2TV 민영화로 이어가려는 조선일보의 속내를 KBS 노조는 직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은 KBS를 무너뜨리려는 일부 신문에게 '손 안대고 코푸는 선물'을 안겨주게 된다는 점을 노조집행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내부 예산삭감 방안과 안정적 재원구조 마련을 뼈대로 하는 KBS의 혁신안에 대해 우리는 "강도 높은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며 "구체적 내용은 그 성격에 따라 KBS 내부, 또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심도깊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임금 및 제작비 삭감을 포함하고 있는 내부 예산삭감 방안이 내부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정사장 취임 이후 국회와 감사원 등으로부터 줄기차게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KBS로서는 이 정도의 자구책 마련은 피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더구나 금년에도 천문학적 적자가 예상된다고 하니 더 강도 높은 내부개혁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KBS 혁신안은 KBS 경영진과 노조 등 내부 구성원은 물론 KBS의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시민사회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다. KBS 노조가 현재 내세우는 '선(先) 경영진 책임, 후(後) 조합원 고통분담'식의 일방적인 요구로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한편 안정적 재원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광고수입이 수신료수입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수신료제도 개선 등을 비롯한 건강한 공영방송 재원마련과 운용구조 정착을 위해 사회적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사실 본회로서는 KBS 노조의 주장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지난 해 적자 경영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물러가는 것이 전제되어야만 위기타파를 위한 고통을 분담하겠으며, 이후 새 경영진과 원점에서 KBS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KBS 노조의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KBS 경영적자는 꼼꼼히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도 크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또 노조 스스로 "KBS는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위기의식이 깊은 상태에서 경영진을 새로 갈아치우고 개혁을 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KBS가 개혁의 때를 놓쳐 더 큰 위기에 빠진다면 이는 KBS 구성원은 물론 국민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렇기때문에 KBS 노조에게 우리는 KBS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결정을 재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KBS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영진 책임'이 전제조건이긴 하지만 많은 KBS 구성원들이 임금동결은 물론 5%, 나아가 10% 임금 삭감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정사장이 내놓은 혁신안 중 내부 논의에서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임금삭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경영진의 책임인데, KBS 경영진은 '사과'와 함께 임금 20%를 스스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장퇴진을 요구하는 조합원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경영진 연봉삭감·정사장 외 임원퇴진 선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책임질 필요 없다와 함께 50%를 넘었다. 굳이 '경영진의 선 사퇴'에서 모든 사태 해결의 열쇠를 찾으려는 노조의 자세가 적절한지 되짚어 볼 대목이다.
우리는 KBS가 더 이상 파행으로 치닫지 않길 바란다. 노사가 일심으로 단결해도 현 난관을 극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KBS 노조의 적절한 대처를 기대한다.(끝)
2005년 6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